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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샤오보 부인 석방 내막…메르켈 구명 노력 돋보였다

송고시간2018-07-12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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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지도자 중 유독 지속적인 관심…중국 입장도 배려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영국 쪽은 무역협정에 필사적이었고,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갓 취임한 인물이었으며 트럼프는 무관심했다. 메르켈 독일 총리만이 열정적인 관심을 보였다.'

중국주재 독일 대사를 지낸 볼커 스탄젤은 중국 인권운동가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고(故) 류샤오보의 부인 류샤(57)가 지난 10일(현지시간) 가택연금 8년 만에 자유를 찾은 뒤 뉴욕타임스(NYT)에 이같이 말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 국제공항에 도착한 류사가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0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 국제공항에 도착한 류사가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이처럼 류사가 중국을 빠져나와 베를린으로 간 데는 인권 문제에 큰 관심을 가진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막후에서 큰 역할을 했다고 NYT가 11일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지난 5월 중국 방문 중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만난 자리에서 류사의 석방을 요청했다.

메르켈 총리는 서방 주요국 다른 정상과 달리 류사 문제에 지속해서 깊은 관심이 있었고, 중국 내 독일의 경제적 이익과 중국의 인권상황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 노력하는 지도자였다는 것이다.

메르켈 총리는 당시 중국 방문 중에는 수감돼 있는 인권 변호사 2명의 부인을 만나 이들 인권활동가에 대한 공개적인 지지 의사를 전하기도 했다.

인권에 대한 이런 관심에는 메르켈 총리 자신이 목사의 딸로 동독에서 성장한 이력도 작용했다. 메르켈은 현재 난민 수용을 놓고 강경 보수파와 맞서 있다.

스탄젤 전 대사는 NYT에 "인권은 그에게는 단순히 말만이 아니었다"라며 "그것은 진심"이라고 말했다.

류사를 가택연금에서 벗어나게 하겠다는 메르켈의 노력은 류샤오보가 지난해 7월 간암으로 사망한 뒤 더 적극적이 됐다. 류샤오보 사망 직후 "시민의 권리와 사상·표현의 자유를 위해 용감하게 싸운 투사, 류샤오보를 추도한다"며 유족들을 위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공개적인 인권문제 제기에 거부감을 가진 중국 정부의 입장을 고려해 석방 노력은 조용하게 진행됐다.

메르켈은 류사의 석방 전날 베를린에서 가진 리커창 중국 총리와 회담에서도 중국의 인권문제를 거론했다.

유럽 국가의 한 외교관은 메르켈 총리가 시 주석에게 류사의 석방을 요구했을 때 시 주석은 대대적인 선전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 아래 가능하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결국, 지난주 중국 당국자는 류사에게 전화를 걸어 여권을 받아 출국할 수 있음을 알렸다고 중국 내 서방 외교관들은 전했다.

스탄젤은 중국으로서는 이전과 달리 류샤오보 사망 1주기를 맞아 큰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며 류사의 석방은 "유럽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를 향한 제스처"라고 평가했다.

메르켈이 류사 문제에 주목하게 된 데는 류샤의 친구로 독일 내 중국 반체제 작가인 랴오이우(廖亦武)도 한몫했다.

랴오이우는 요아힘 가우크 전 독일 대통령(2012∼2017년 재임)과 친밀한 관계를 맺으면서 류사 문제를 독일 지도층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 인식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지난 5월 중국을 방문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왼쪽)가 시진핑 국가주석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AP=연합뉴스]

지난 5월 중국을 방문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왼쪽)가 시진핑 국가주석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AP=연합뉴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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