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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르는 내신시험 유출]②관리소홀·대처미흡…불신확산(끝)

송고시간2018-07-17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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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출 범위도 뒤늦게야 파악…학생·학부모 불만 커져

전문가 "내신 편중·경쟁 부추기는 교육 시스템 바꿔야"

(서울=연합뉴스) 탐사보도팀 오예진 김예나 기자 = 내신시험 유출이 전국 곳곳에서 잇따라 드러나면서 공교육과 시험 관리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불신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교육 당국은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수습에만 급급할 뿐 제대로 된 시험 관리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상급 학교 진학에서 내신이 결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 현실을 감안해, 교육 당국이 공정성과 엄정성 확보를 위해 내신 관리 시스템에 근본적 '수술'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3 시험지 유출(합성사진)
고3 시험지 유출(합성사진)

[연합뉴스TV 제공]

◇ "유출 '빙산 일각'일 수도"…불신 커지는데 허둥대는 당국

내신 시험문제 유출이 반복되는 현실 속에서 학교에 대한 불신과 불만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서울 성북구의 고3 학부모 김모(42·여) 씨는 "시험지 유출 학교가 과연 뉴스에 나온 학교만 해당되는 건지 의구심이 들 정도"라면서 "잊을 만하면 되풀이되는 사건인데도 제대로 된 대책 마련이 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엄격하게 처벌하고, 강력한 제재와 함께 교육계의 '악의 뿌리'를 뽑아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도 용인의 중1 학부모 김모(37·여) 씨는 "서울, 부산, 광주 등에서 드러난 시험지 유출 사례는 학교에서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경우"라면서 "학교에서 철저하게 관리를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며 의구심을 드러냈다.

김씨는 "단 한 번도 시험지 유출이 없었던 학교가 있을지 과연 궁금하다"면서 "매번 이야기만 할 게 아니라 애초에 발생하지 않을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학교 당국이나 교육청은 사고 예방은커녕 사고 후 사실관계 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철저하게 조사를 하지 않는 탓이다. 사건이 커지기를 바라지 않는 '내 식구 감싸기'도 의심해볼만한 대목이다.

광주 A 고등학교 측은 당초 5개 과목 기말고사 시험지만 유출된 것으로 파악했으나, 경찰 조사에서 실제로는 9개 전과목이 유출됐음이 드러났다.

광주서부경찰서
광주서부경찰서

(서울=연합뉴스) 광주 서부경찰서는 17일 문제 유출이 발생한 A고교와 유출을 주도한 학부모·행정실장의 자택을 압수수색 했다. 경찰은 금품거래나 추가 관련자 존재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2018.7.17.[연합뉴스TV 캡처] investigative@yna.co.kr

학교 측은 또 지난 12일 "시험문제 유출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주장했으나, 수사 결과 올해 1학기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모두에서 유출이 발생한 사실이 드러났다.

부산 G 특목고, 서울의 H 자사고, 전주의 I 고교 등에서는 학생들이 마치 자기 집인 양 손쉽게 교무실과 연구실에 침입했다. 학교 측이 시험지 보안을 위한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 "내신 편중·경쟁 부추기는 교육 시스템 바꿔야"

대학입학에 내신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현 입시 제도와 경쟁만 부추기는 교육 시스템을 뜯어고쳐야 한다고 강조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이병규 서울교대 교수는 "대학 입학 전형이 다양화되어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내신만 가지고 좋은 대학을 갈 수 있는 등 악용할 소지도 다양해졌다"고 지적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주요 대학 입학에서는 내신 비율이 80%에 이를 정도로 중요하지만 (유출을 막을) 통제 시스템이나 관련 규정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수능만 해도 시험지 보관 등에 대한 규정이 있지만 고등학교는 전국 2천여개 학교의 시험날짜, 문제수준 등이 다 달라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연합뉴스 자료사진]

결과만을 중요시하는 교육 시스템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심규철 공주대 사범대 교수는 "도덕성, 공익, 사회 기여 등 '덕목'에 대한 교육이 없다"면서 "점수와 실적이 실력인 것처럼 느껴지고 사회전체가 그런 것을 요구하고 있어 (학생의 시험지 유출은) 실적이나 점수에 내몰린 결과"라고 꼬집었다.

배경희 참교육학부모회 사무처장은 "도덕적 측면보다 성적이 우선시 되는 환경이 된게 가장 큰 문제"라면서 "광주 유출사건도 내 아이만을 생각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배 처장은 "억지 줄세우기 교육에서 문제가 벌어진다"면서 "경쟁이 아닌 동반자, 협력자 문화를 만들어야 하며 중고등학교 수업이 대입과 직결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ohyes@yna.co.kr

yes@yna.co.kr

※연합뉴스 탐사보도팀은 내신 출제와 관리의 문제점에 대한 제보를 받고 있습니다. 각 학교별로 최근 치러졌거나 치러지고 있는 시험에 대한 제보를 해 주실 분은 탐사보도팀 이메일(investigative@yna.co.kr)로 연락처와 함께 내용을 보내 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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