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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국수' 6권 낸 김성동 "기가 막힌 역사 썼다"

송고시간2018-07-17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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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말기 역사와 민중의 삶 생생하게 그려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이야기…사라진 우리 조선말 살려내"

김성동 작가
김성동 작가

(서울=연합뉴스) 김성동 작가가 17일 서울 중구 정동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소설 '국수'를 소개하고 있다. [솔 출판사 제공]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만다라', '풍적', '꿈' 등을 펴낸 소설가 김성동(71)이 여섯 권 분량의 장편소설 '국수'(솔 출판사)를 완간했다. 1991년 문화일보 창간호에 연재를 시작한 이후 27년 만에 완결하는 작품이다.

'국수(國手)'는 바둑에서 쓰는 말로 주로 알려졌지만 애초 소리, 악기, 무예, 글씨, 그림 등 나라 안에서 최고의 경지에 오른 예술가나 일인자를 지칭하는 말이라고 작가는 설명한다.

이 소설은 임오군변(1882)과 갑신정변(1884) 무렵부터 동학농민운동(1894) 전야까지 각 분야 예인과 인걸이 한 시대를 풍미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충청도 내포지방(예산·덕산·보령)을 중심으로 바둑에 특출한 재능을 가진 소년, 노비의 자식으로 태어나 이름난 화적이 되는 천하장사 천만동, 선승 백산노장과 불교비밀결사체를 이끄는 철산화상, 동학접주 서장옥 등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미천한 계급의 인물들을 통해 조선 말기 민중의 구체적인 삶과 언어를 생생하게 그려낸다.

작가는 17일 기자들과 만나 "어린 시절 할아버지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나중에 확인해 보니 전부 다 역사적 실체와 근거가 있더라. 할아버지가 할아버지에게서 들었으니 고조할아버지까지 올라간다. 증조할아버지가 갑오년에 조선왕조의 마지막 과거를 치렀는데, 그때 갑오왜란이 일어났다. 갑오경장이 아니고 갑오왜란이다. 왜놈들이 전부 바꿔버렸으니까. 이 기가 막힌 역사를 소설로 쓰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1991년 첫 연재 당시를 떠올리며 "그 전에 일간지에 다른 소설을 연재했는데, 문제가 될 만한 내용은 다 빼버리더니 나중엔 작품 청탁이 다 끊겨버렸다. 사는 게 굉장히 힘들었다. 피어린 현대사는 하지 말자고 스스로 검열했다. 현대사에서 점프를 뛰어서 위로 올라가게 됐다"고 말했다.

김성동 작가
김성동 작가

[솔 출판사 제공]

"사람들이 전부 바둑소설이라고 하는데, 우리 조선은 말 하나 속에 여러 가지 뜻이 있었어요. 다층적인 거죠. '국수'는 손 수(手)자가 말하듯이 재주가 뛰어난 자에게 바치는 민중의 꽃다발입니다. 의술이 뛰어나도 국수, 그림을 잘 그려도 국수, 싸움을 잘 해도 국수예요. 바둑만 남고 다 사라졌어요. '국수'를 바둑소설이라고 하면 스스로 무식하다고 하는 것밖에 안 돼요. 바둑을 중요한 모티브로 끌고 가는 게 있지만, 각계각층의 이야기가 많아요."

작가는 또 이 땅에서 사라진 우리 말을 작품 속에 되살리려 애썼다고 했다. 제6권에 해당하는 '國手事典(국수사전)-아름다운 조선말'은 1∼5권 작품 속에 쓰인 '조선말'을 따로 정리한 것이다.

"말은 계급의 산물이거든요. 양반 사대부, 지배계급의 언어는 여전히 살아있어요. 또 대다수 평민 대중 농민계급의 말도 살아있죠. 그런데 중인계급, 노비계급의 언어는 사라졌어요. 후손이 다 없앴다고 하더군요. 벽초 선생(홍명희)한테 아쉬웠던 것이 있는데, '임꺽정'에서 그 말을 살려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거예요. 언어가 지배계급이든 백정이든 전부 똑같다는 게 아쉬워요. '국수'에는 내가 어릴 때 듣고 쓰던 말을 그대로 썼습니다."

그는 "우리 말이 한(漢)독, 왜독, 양독에 짓밟혀서 다 사라져버렸다. 지금 쓰는 말은 조선말이 아니고 사유 구조도 조선 것이 아니다. 하다못해 문학작품까지도 우리 문장, 우리 식이 아니다. 배배 꽈서 돌리는 서구식 복문 구조에 전부 번역체다"라며 "문학평론이 이런 문체론을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학평론가인 임우기 솔 출판사 대표는 이 소설을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에 의해 사라지거나 오염되고 왜곡되기 전 조선의 말과 글, 전통적 생활 문화를 130년이 지난 오늘에 되살리며 생동감 넘치는 서사와 독보적이고 유장한 문장으로 그려낸 것은 실로 경이로운 문학사적 일대 사건이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우기 솔 출판사 대표(왼쪽)와 김성동 작가
임우기 솔 출판사 대표(왼쪽)와 김성동 작가

[솔 출판사 제공]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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