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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상봉] "살아줘서 고맙다"…곳곳에서 터진 오열(종합)

송고시간2018-08-20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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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첫날 단체상봉 2시간만에 종료…65년만의 해후에 감격의 눈물

황우석 할아버지, 북측 딸 만나…이금섬 할머니, 70대 아들만나 오열

감격의 순간
감격의 순간

(금강산=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첫날인 20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의 황우석씨(89·왼쪽)가 북측의 딸 황영숙씨(71·여)를 만나고 있다. 2년 10개월 만에 열리는 이산가족 상봉은 20일부터 26일까지 금강산에서 진행된다. jieunlee@yna.co.kr

(금강산·서울=연합뉴스) 공동취재단 = "영숙이야? 살아줘서 고맙다"

65년이 훌쩍 넘는 기다림의 시간동안 참아왔던 눈물을 한꺼번에 토해냈을까.

20일 금강산호텔에 마련된 남북이산가족 단체상봉 행사장은 반백 년이 훌쩍 넘은 기간 헤어졌던 혈육을 만나 부둥켜안은 가족들의 오열로 채워졌다.

남측 황우석(89) 할아버지는 세살 때 헤어졌던 북측의 딸 영숙(71) 씨와 반갑게 악수를 나눴다. 영숙 씨의 눈시울은 어느새 붉게 물들었다.

38선 이남 미수복지 황해도 연백군 출신인 황 할아버지는 1951년 1·4 후퇴 때 인민군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홀로 배를 타고 피난길에 올랐다. 그 길로 부모님과 세 여동생은 물론 영숙 씨 등 처자식과도 생이별했다.

황 할아버지는 금새 딸과 '출가 전에는 누구랑 살았느냐', '동네 이름이 무엇이냐'는 등의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매일 그리워하던 아들과 눈물의 포옹
매일 그리워하던 아들과 눈물의 포옹

(금강산=연합뉴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첫날인 20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단체상봉 행사에서 남측 이금섬(92) 할머니가 북측 아들 리상철 씨와 만나 오열하고 있다.
2년 10개월 만에 열리는 이산가족 상봉은 20일부터 26일까지 금강산에서 진행된다. [뉴스통신취재단] photo@yna.co.kr

남측의 이금섬(92) 할머니는 상봉장에 도착해 아들 리상철(71) 씨가 앉아있는 테이블에 오자마자 아들을 끌어안고 눈물을 펑펑 쏟았다.

아들 상철 씨도 어머니를 부여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상철 씨는 어머니에게 아버지의 사진을 보여주며 "아버지 모습입니다. 어머니"라며 오열했다.

이금섬 할머니는 전쟁통에 가족들과 피난길에 올라 내려오던 중 남편과 아들 상철 씨 등과 헤어져 생이별을 견뎌야 했다.

이 할머니는 아들의 손을 꼭 잡은 채 가족사진을 보며 "애들은 몇이나 뒀니. 아들은 있니" 등의 질문을 쏟아냈다.

'꿈에서도 그리웠던'
'꿈에서도 그리웠던'

(금강산=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첫날인 20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한신자(99·왼쪽) 할머니가 북측의 딸들 김경실(72)과 김경영(71)을 만나고 있다.
2년 10개월 만에 열리는 이산가족 상봉은 20일부터 26일까지 금강산에서 진행된다. jieunlee@yna.co.kr

남측 한신자(99) 할머니도 북측의 두 딸 김경실(72) 경영(71) 씨를 보자마자 "아이고"라고 외치며 통곡했다.

한신자 할머니와 두 딸은 한참 동안 아무 말도 잇지 못하고 눈물만 흘렸다.

한 할머니는 전쟁통에 두 딸을 친척 집에 맡겨둔 탓에 셋째 딸만 데리고 1·4 후퇴 때 남으로 내려오면서 두 딸과 긴 이별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는 "내가 피난 갔을 때…"라고만 하고 미처 두 딸과 함께 내려오지 못한 데 대한 미안함 때문인지 울먹이며 더 말을 잇지 못했다.

북측 딸들은 "고모가 있지 않았습니까"라며 오랜만에 만난 노모를 위로했다.

'딸과 함께'
'딸과 함께'

(금강산=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첫날인 20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유관식(89) 할아버지가 북측의 딸 유연옥(67)과 사진을 보고 있다.
jieunlee@yna.co.kr

유관식(89) 할아버지도 북측의 딸 연옥(67) 씨를 만났다. 유 할아버지는 애써 눈물을 참는 모습이었지만 딸은 아버지를 보자마자 눈물을 흘렸다.

유 할아버지는 전 부인과 헤어졌을 당시에는 딸을 임신한 상태인지조차 알지 못했다. 이번 상봉이 성사되는 과정에서 딸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이다.

남측의 안종호(100) 할아버지는 북측 딸 정순(70) 씨와 해후했다.

정순 씨는 아버지에게 "저 정순이야요. 기억 나세요? 얘는 오빠네 큰 아들이예요"라고 울자 안종호 할아버지는 귀가 잘 들리지 않는지 눈물만 흘렸다.

남측의 최기호(83) 할아버지는 북측 조카 최선옥(56)·광옥(53) 씨가 가져온 형의 사진을 보며 손수건을 한참 눈에 대고 말을 잇지 못했다.

남측 이금연(87) 할머니는 북측 올케 고정희(77) 씨를 만나자마자 끌어안고 울음을 터뜨렸다. 이를 지켜보던 이금연 할머니의 아들과 딸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남북 이산가족의 첫 만남인 단체상봉은 이날 오후 3시부터 두 시간동안 진행됐다. 89명의 남측 이산가족과 동반 가족 등 197명이 북측 가족 185명과 분단 이후 65년 만에 처음으로 재회한 것이다.

이들은 오후 7시부터 2시간 동안 북측 주최의 환영 만찬에서 다시 만난다.

남북 이산가족들은 22일까지 2박 3일간 6차례에 걸쳐 11시간 동안 얼굴을 맞댈 기회를 가진다.

이틀째인 21일에는 숙소에서 오전에 2시간 동안 개별상봉을 하고 곧이어 1시간 동안 도시락으로 점심을 함께한다. 가족끼리만 오붓하게 식사를 하는 건 과거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선 볼 수 없었던 풍경이다.

이산가족들은 마지막 날인 22일 오전 작별상봉에 이어 단체 점심을 하고 귀환한다.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2015년 10월 이후 2년 10개월 만이다.

[이산가족상봉] "언니! 살아있어서 고마워"…68년만의 만남

유튜브로 보기

https://youtu.be/Qpt1a8BY4gc

transi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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