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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리스크 재부상…포퓰리즘 정책에 투자자 외면

송고시간2018-09-04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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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이탈리아 경제의 리스크가 다시 불거지면서 유럽 금융시장에 불안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3월 이탈리아 정치권의 혼란이 불거진 이후 투자자들은 유럽 주식과 채권을 팔기 시작했다. 5월에 출범한 연립정부가 포퓰리즘 예산안을 추진하면서 주식과 채권의 가격 하락을 예상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지난 5월 중순 이탈리아 증시의 벤치마크인 FTSE MIB 지수는 범유럽 지수인 스톡스 유럽 600보다 10%포인트 높은 상승률을 보였지만 이후엔 14%포인트 낮은 수준으로 전락했다.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지난 8월 이탈리아와 독일 채권의 수익률 격차(스프레드)는 5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이탈리아 국채 10년물의 금리는 3%를 넘어서면서 2014년 이후 최고수준으로 올라섰다.

펀드 정보를 제공하는 EPFR 글로벌에 따르면 유럽 주식펀드에서는 25주째 자금 순유출이 지속됐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유로존 주식의 비중도 2015년 1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런 투자자들의 외면은 이탈리아의 팽창 예산이 통과되면 공공부채와 재정적자가 지속 불가능한 수준까지 폭증하고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의 갈등이 증폭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부의 총리와 부총리. 왼쪽부터 루이지 디 마이오 노동산업 장관 겸 부총리, 주세페 콘테 총리, 마테오 살비니 내무장관 겸 부총리 [로이터=연합뉴스]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부의 총리와 부총리. 왼쪽부터 루이지 디 마이오 노동산업 장관 겸 부총리, 주세페 콘테 총리, 마테오 살비니 내무장관 겸 부총리 [로이터=연합뉴스]

아비바 인베스터스의 주식펀드 매니저인 리처드 살다나는 "이탈리아가 투자 심리에 타격을 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산안이 순조롭게 통과되면 투자자들이 유럽 주식을 재고하게 될 것"이라고 논평했다.

신용평가회사 피치는 긴축 완화로 이탈리아의 공공부채가 잠재적 충격에 더 크게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이탈리아 국채의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탈리아는 유로존에서 정부 부채가 가장 많은 국가로 꼽힌다.

외국인과 내국인 투자자들은 올여름에 이탈리아 국채를 매도했지만 이탈리아 은행은 이를 신속하게 사들였다.

리서치 업체 TS 롬바드는 이탈리아 채권에서 손실이 발생하면 다소 낮은 수준인 이탈리아 은행들의 자기자본비율에 압박을 가할 수 있으며 이들이 비율을 높이기 위해 더 많은 채권을 사들이도록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양적 완화 수단으로 도입한 채권 매수 프로그램을 올 연말까지 단계적으로 축소할 계획이다.

채권 트레이더들은 채권 시장에서 유동성이 악화하고 있고 유로존의 정치적 안정도 다시 의심받고 있다고 말했다.

스위스 UBP 은행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모하메드 카즈미는 ECB가 예전처럼 시장을 부양하지 않아 이탈리아와 독일 국채의 스프레드가 다시 크게 벌어지는 것이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초까지 이탈리아 경제를 낙관하고 있었으나 '동맹'과 '오성운동' 두 정당이 연정을 논의하자 곧바로 이탈리아 채권 포지션을 정리했다고 소개했다.

카즈미는 그러면서 이탈리아 경제의 리스크가 유럽 전체로 번질 때를 대비해 유럽 채권보다는 미국 채권을 선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위스 프라임 파트너스의 프랑수아 사바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유럽 주식이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더 매력적이라고 해도 긍정적인 정치적 전개가 부재하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지금이 이탈리아 자산 시장에 진입할 적기라는 의견도 있지만, 터키의 금융위기가 이탈리아 경제의 어려움을 가중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이탈리아 은행들이 상당한 규모의 터키 채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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