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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의 보물' 김태훈 "그저 그런 2군 선수가 될까 봐 두려웠다"

송고시간2018-10-11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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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맨으로 활약하며 9승, 10홀드…"몸 상태는 완벽합니다"

역투하는 SK 투수 김태훈. [SK 와이번스 제공=연합뉴스]

역투하는 SK 투수 김태훈. [SK 와이번스 제공=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2010년부터 SK 와이번스 지휘봉을 잡은 지도자 중 김태훈(28·SK 와이번스)에 주목하지 않는 사령탑은 없다.

김성근 전 감독부터, 이만수 전 감독, 김용희 전 감독까지 빠른 공을 던지는 좌완 김태훈을 '1군 선수'로 키우려 했다.

김태훈도 잘 알고 있다.

10일 서울시 잠실구장에서 만난 김태훈은 "감독님들께 정말 죄송하다. 나는 정말 기회를 많이 얻었는데, 그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고 했다.

누구보다 불안했던 건, 김태훈 자신이었다.

그는 "1군에 올라와도 실망스러운 결과만 내고 다시 2군으로 갔다. '이렇게 나는 그저 그런 2군 선수가 되는 게 아닐까.' 정말 두려웠다"고 털어놨다.

이제 김태훈은 밝게 웃는다. 그는 "아직 부족하기만 한 투수"라고 자평하지만, SK와 SK 팬들은 김태훈을 "1군에 꼭 필요한 투수"라고 말한다. 트레이 힐만 감독은 "김태훈은 우리 팀에서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한 투수"라고 칭찬했다. 팬들로부터는 'SK의 보물'이란 말도 들었다.

그는 "정규시즌 개막 전에 '100이닝, 10승, 10홀드 중 한 개는 꼭 달성하자'고 마음먹었다"고 했다. 그리고 10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시즌 10번째 홀드를 올렸다.

올 시즌 김태훈의 성적은 61경기 9승 3패 10홀드 평균자책점 3.83이다.

선발진에 공백이 생기면 대체 선발로, 선발이 일찍 마운드를 내려가면 '롱릴리프'로 던지는 어려운 보직을 소화하며 거둔 성과라 성적이 더 빛난다.

SK 팬들 사이에는 "김태훈의 건강이 걱정된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김태훈은 "2군에 있을 때 100이닝 이상을 던진 적도 있다. 이 정도 이닝을 소화하는 건,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며 "지금도 몸 상태가 매우 좋다"고 했다.

오히려 그는 "1군에서 풀 타임을 뛴 것만으로도 기쁘고 신기하다. 야구를 하지 않는 친구들이 '인터넷에서 네 이름이 자주 보인다'고 신기해하더라"라며 웃었다.

SK 와이번스 좌완 김태훈. [연합뉴스 자료사진]

SK 와이번스 좌완 김태훈. [연합뉴스 자료사진]

김태훈은 구리 인창고 3학년이던 2008년 8월 미추홀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퍼펙트게임에 성공하며 '차세대 에이스'로 주목받았다. SK는 2009년 1차 지명으로 김태훈을 영입했다.

하지만 프로 무대는 녹록지 않았다. 프로 입단 직후 팔꿈치 수술을 받은 김태훈은 2010년 처음 1군 마운드에 섰지만 한 타자만 상대해 볼넷을 허용했다.

이후에도 간혹 1군에 올라와 별다른 인상을 심지 못한 채 2군으로 내려갔다.

절친한 1년 후배 박종훈(27)이 1군 선발로 자리 잡는 모습을 응원하기만 했다.

김태훈은 "종훈이를 질투하지 않았다. 정말 응원만 했다"고 말하며 "물론 내가 초라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김태훈은 2017년 5월 26일 LG 트윈스전에 선발 등판해, 프로 첫 승을 거뒀다. 이후 그는 확실한 1군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2018년에는 SK 마운드의 중심에 섰다.

감사 인사를 하고 싶은 사람은 정말 많다. 김태훈은 "보여드린 게 아무것도 없는 투수를 힐만 감독님, 손혁 코치님, 최상덕 코치님께서 믿고 마운드로 보내 주셨다"고 고개를 숙이며 "김광현 선배는 야구 외적으로도 많은 조언을 해주신다. 지금은 한화 이글스에 계시지만 정우람 선배를 보면서 많이 배웠다. 내가 2군에서 좌절을 경험할 때 도움 주신 분들은 더 많다"고 말했다.

그는 늦게 자리 잡은 만큼, 더 오래 던질 생각이다. 싱글벙글하던 김태훈은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선발도, 중간도 재밌다. 1군에 자리 잡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다. 그만큼 더 오래 던지고 싶다"며 "이제는 누구도 실망하게 하고 싶지 않다. 나 자신에게도"라고 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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