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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들의 67시간 사투…인천항 최악 화재사건 백서 발간

송고시간2018-10-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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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종구 기자
강종구기자

선박 전복 위기, 사다리차 센서 미작동 등 아찔한 상황도

오토배너호 화재
오토배너호 화재

[연합뉴스 자료사진]

(인천=연합뉴스) 강종구 기자 = 인천항 개항 이래 최악의 화재로 기록된 오토배너호 화재사건을 주제로 대응 백서가 발간됐다.

인천소방본부는 올해 5월 21일 인천항에서 발생한 오토배너호 화재와 관련해 화재 발생 과정, 진화·복구 작업 과정, 유사 화재 방지 대책 등을 담아 백서를 발간했다고 13일 밝혔다.

오토배너호 화재는 배에 선적된 중고차 1천588대가 불에 타면서 밀폐형 구조의 선박 내부가 거대한 화덕처럼 달궈진 탓에 완전진화까지 67시간이 걸릴 정도로 진화에 상당한 어려움이 따랐던 화재다.

백서에는 유례를 찾기 어려운 화재 현장에서 화마와 사투를 벌인 소방관들의 생생한 경험담도 담겼다.

이순모 인천 중부소방서 예방안전과장은 "30년 이상 소방생활을 하면서도 5만t급 이상의 대형 선박화재는 처음 접해보는 화재라 어떻게 진압해야 할지 많은 고민을 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그는 "높은 내부온도로 인해 진압대원들의 안전화와 소방호스가 녹을 정도였다"며 "그래도 신속한 화재 진압을 위해 방화복 위에 방열복을 덧대어 입도록 하고 현장 활동을 20분 이내로 제한하며 대원들을 교대로 상시 투입했다"고 회상했다.

중부소방서 소속 김지훈 소방장도 "자동차와 가까운 거리에서 진압하면 복사열로 10분도 버티기 힘들었던 상황"이라며 "천장에서 떨어지는 쇳물을 맞으면 방화복을 입고도 화상을 입는 직원이 있을 정도였다"고 했다.

화재 진화를 위해 선박에 엄청난 양의 소방수를 퍼부은 탓에 선박이 전복될 위기에 놓인 아찔한 상황도 공개됐다.

김영훈 중부소방서 화재조사팀장은 "날이 어두워지면서 선박은 소방수의 무게로 좌현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방수를 계속하면 선박이 전복될 수도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었다"며 "해상크레인과 바지선을 수배해 해상에서 선박 좌현에 구멍을 뚫어 고여 있던 물을 빼기 시작하니 선박은 천천히 균형을 찾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선박 화재를 진화하라'
'선박 화재를 진화하라'

[연합뉴스 자료사진]

선박 내부온도를 낮추고 진입로를 확보하기 위한 선박 구멍 뚫기 작업현장에서도 위험천만한 순간이 이어졌다.

충남소방본부 소속 김경수 소방장은 "소방 사다리차 바스켓 용량이 350kg인데 대원 2명의 몸무게와 산소 용기, 관창의 호스 무게 등이 이를 초과한 탓인지 센서가 작동하지 않아 고층에서 작업하는 대원을 안전하게 착지시킬 수 없게 됐다"며 "비상장치인 센서 무시 모드로 전환한 끝에 간신히 허용용량에 맞춰 작업을 끝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처럼 사력을 다한 소방관들의 진화 활동으로 오토배너 화재는 67시간 25분이 지나 5월 24일 완전히 진화됐다.

소방당국은 폐쇄형 구조 특성상 선박 화재 진압에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오토배너 화재는 상당히 신속하게 진화작업을 마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올해 3월 6일 오만에서 발생한 컨테이너선 화재는 4월 17일까지 한 달 넘게 이어진 사례도 있다.

오토배너호 화재는 인천소방 뿐 아니라 서울·경기·충청소방까지 지원을 해야 할 정도로 대형 화재였다. 동원된 장비만 무인방수차·물탱크차·굴절사다리차 등 243대, 동원 인원은 847명에 달했다.

이 화재는 선박 11층에 선적된 중고차 엔진룸에서 시작됐다. 이후 다닥다닥 붙어 있던 다른 차량으로 곧바로 불이 번지면서 대형 화재로 사태가 확산됐다.

김영중 인천소방본부장은 "체계적으로 명확한 순서에 따라 재난에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절감하고 이번에 백서를 발간하게 됐다"며 "현장 대응 중심의 훈련을 확대하며 재난에 강한 안전도시 인천을 만들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불에 탄 차량들
불에 탄 차량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iny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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