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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제재 앞둔 이란, 뜻밖의 사우디발 '유가상승 호재'에 반색

송고시간2018-10-15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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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수석부통령 "유가 상승으로 원유 절반만 팔아도 돼"

테헤란 시내의 이란 국기
테헤란 시내의 이란 국기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다음달 5일 재개되는 미국의 제재를 앞둔 이란이 뜻밖의 '호재'에 반색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1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취임 뒤 일치된 대(對)이란 전선을 구축, 이란을 정치, 경제적으로 압박했던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의혹으로 불화가 생기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에 진상 규명을 촉구하면서 '가혹한 결과'를 언급했다.

이에 사우디 외무부는 14일 미국의 경제 제재, 정치적 압력 등을 자신을 약화하려는 '협박 시도'라고 규정하면서 이런 시도에 더 강하게 대응하겠다고 공식 경고했다.

카슈끄지 실종사건을 대하는 미국의 냉랭한 태도에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시한 셈이다.

이후 주미 사우디 대사관을 통해 "사건의 결론을 넘겨짚지 않은 미국 정부에 감사를 전한다"고 무마하려고 했지만 견고했던 양국의 관계에 틈이 생긴 것만은 사실이다.

지난해 6월 사우디가 카타르와 단교했을 때도 사우디를 감쌌던 미국이 이번 언론인 실종사건에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배경은 최근 유가를 둘러싼 양국의 이견과 연관된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가 주도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유가 상승을 방관한다면서 사우디에 증산하라고 수차례 요구했다.

다음달 중간 선거를 앞두고 낮은 유가를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결정한 대이란 제재로 국제 유가가 오르는 상황을 우려, 이란의 수출 감소량을 사우디 등 다른 OPEC 회원국이 대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OPEC은 되레 지난달 장관급 회의에서 산유량을 현상 유지하기로 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이달 초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미국의 증산 요구와 관련, "우리는 할 만큼, 그 이상으로 했다"며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이 때문에 사우디 외무부가 14일 선언한 '더 강한 대응'의 유력한 방법으로 산유량 조절로 미국과 힘의 균형을 맞추는 전략이 꼽힌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미국과 사우디 사이에서 잠재했던 갈등의 불씨가 이번 카슈끄지 실종사건으로 표면화되면서 국제 유가에 그대로 반영됐다.

런던 선물거래소(ICE)의 브렌트유 12월물은 15일 배럴당 80달러 선을 회복했다.

이런 '적들' 사이에 벌어지는 민감한 공방과 유가 흐름에 이란은 표정관리 중이다.

이란 외무부는 15일 주간 브리핑에서 "카슈끄지 사건의 진상이 최종적으로 드러날 때까지 지켜볼 뿐 따로 언급하지 않겠다"고 일단 한 발 뺐다.

그러나 미국의 제재로 당장 다음달 5일부터 원유 수출이 제한되는 이란으로서는 반가운 환경이 조성됐다.

미국과 사우디의 불화로 사우디가 산유량을 조절하면 수급이 불안정해져 유가는 계속 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에샤크 자한기리 이란 수석 부통령은 14일 "유가 상승은 미국이 원하는 바가 아니다"라며 "제재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유가가 벌써 배럴당 80달러가 넘었는데 유가가 이렇게 오르면 우리는 원유를 지금의 절반만 수출해도 이전과 같은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란의 원유(가스 콘덴세이트 포함) 수출량은 미국의 핵합의 탈퇴 전인 올해 4월 하루 평균 309만 배럴에서 8월 206만 배럴, 지난달엔 170만 배럴로 줄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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