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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내달 원유 증산"…'시장의 충격흡수자' 자처

송고시간2018-10-15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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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 암살 의혹 뒤 트럼프 대통령 요구 수용할 듯

사우디 아라비아 국기[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사우디 아라비아 국기[EPA=연합뉴스 자료사진]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아라비아 산업에너지광물부(옛 석유부) 장관은 다음달 산유량을 늘리겠다고 15일(현지시간) 밝혔다.

알팔리 장관은 이날 뉴델리에서 열린 인도에너지포럼에 참석해 기자들에게 "사우디는 국제 원유시장의 충격 흡수자이자 중앙은행 격이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원유시장의 충격 흡수자인 사우디의 추가 생산 능력과 (공급을 안정화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유가는 쉽게 세 자릿수(100달러)를 넘을 것"이라며 "사우디의 이런 노력을 알아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우디는 원유 추가 생산력을 갖추려고 수백억 달러를 투자해왔다"며 "우리는 하루 1천200만 배럴까지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우디의 현재 산유량은 하루 평균 1천70만 배럴이다. 산술적으로 하루 130만 배럴을 더 생산할 수 있는 셈이다.

사우디는 지난달 말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산유국 10개국이 모인 장관급 회의에서만 해도 증산에 부정적이었다.

사우디가 증산으로 자세를 바꾼 것은 최근 사우디를 곤경에 처하게 한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암살 의혹과 엮어 추정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사우디를 위시한 OPEC 회원국이 유가를 의도적으로 끌어올린다면서 증산을 집요하게 요구했다.

그로서는 다음달 미국 중간 선거와 이란산 원유 수출을 막는 대이란 제재를 앞두고 유가를 내릴 필요가 있어서다.

특히 다음달 5일 재개되는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둘러싸고 이란산 원유 공급이 차단되면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을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는 터라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의 증산이 절실하다.

이란으로서는 유가가 오르면 제재에 따른 원유 수출량 감소분을 상쇄할 수 있는 데다 유럽의 반대를 무시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재개한 대이란 제재에 대한 국제 여론도 나빠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의 산유국이 증산을 통해 이 감소분을 메워야 한다고 주문했으나 이들은 선뜻 동의하지 않았다.

그러던 터에 미국에 불리하게 흘러가던 분위기는 예기치 못한 카슈끄지 실종사건으로 반전의 계기를 맞았다.

미국에 거주하며 사우디 왕실을 비판한 그를 사우디 정부가 기획 암살했다는 의혹이 짙어지면서 사우디가 국제사회로부터 집중적으로 공격받는 궁박한 처지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사우디 정부의 암살이 사실이라면) 가혹한 처벌을 당할 수 있다"고 사우디를 매섭게 압박했다.

사우디로서는 사건의 당사국인 미국과 터키와 '긴밀히' 협조할 필요성이 생겼고,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시급히 원하던 원유 증산을 수용할 뜻을 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사우디가 추가로 생산할 수 있다고 밝힌 일일 130만 배럴은 제재 뒤 감소할 이란의 수출량과 거의 비슷하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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