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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님은 의원님]② 볼썽사나운 두 얼굴…로비에 이권 개입

송고시간2018-10-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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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등에 업고 의회 진출해 영향력 행사…견제 어려운 현실"

어린이집 비리(CG)
어린이집 비리(CG)

[연합뉴스TV 제공]

(전국종합=연합뉴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격." 최근 논란이 되는 어린이집 비리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런 옛 속담이 잘 맞아떨어지는 모습이다.

어린이집 원장 출신들이 지방자치단체 예산을 편성하는 지방의회 의원으로 선출돼 각종 이권을 챙겨온 사실이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법으로 금지된 어린이집 원장을 겸직하며 월급을 챙긴 지방 의원들의 행태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렇게 원장 출신 의원들이 권력을 남용하고 있지만, 지자체 예산의 심의, 편성 권한을 가진 `의회 권력'이다 보니 제대로 견제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23일 지자체 등에 따르면 경기 동두천시의회 최금숙 의원(부의장)은 관내 장애인 전문 어린이집 원장 출신으로 동두천시어린이집연합회 부회장도 역임하고 있다.

시의회는 최근 이 어린이집 통학버스 교체를 위해 추경예산에 7천100만원을 반영했다가 특혜 의혹이 일었다.

시의회는 일부 의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예산을 통과시켰다.

동두천시는 2016년과 지난해 두 차례 예산 부족을 들어 이 어린이집의 차량 구입비 지원을 거절했으나, 최 의원이 의회에 입성하자 자금을 지원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동두천시에는 국공립 어린이집이 8곳 있지만, 차량 구입비를 지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전시의회 전경
대전시의회 전경

[대전시의회 제공]

대전시의회는 공립유치원 예산을 삭감해 학부모들의 반발을 샀는데, 민간 어린이집 이사장 출신의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이 관련 사업을 주도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대전시의회 교육위는 2012년 11월 공립유치원 학급 증설, 유치원 통학버스 예산 삭감안을 상임위에서 의결했다.

당시 교육위원에는 어린이집연합회 지지를 받는 민간 어린이집 이사장 출신의 김인식 의원이 있었다.

김 의원은 현재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운영협력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렴한 비용으로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공립유치원 예산을 삭감하는 것은 전국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인 데다 상임위 결정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며 학부모를 중심으로 비난이 쏟아졌다.

시의회가 사립유치원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한 학부모는 대전시의회 게시판에 "저렴한 수업료를 내면서 검증된 선생님께 교육받을 수 있는 유치원의 증설을 왜 반대하는지 모르겠다"며 "반대하는 의견은 사립유치원 뿐일 텐데, 사립유치원의 이익을 따르는 게 의심받을 부분은 없는 것인지 예산 집행을 거부하는 이유가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올렸다.

결국 논란 끝에 이 예산은 본회의에서 원상 회복됐다.

의회[연합뉴스TV 제공]
의회[연합뉴스TV 제공]

의원과 어린이집·유치원 원장을 겸직하며 월급에다 보험금까지 받아 챙기던 유치원이 각종 부당 지출로 적발된 사례도 있었다.

대전 유성구의회 윤정희 의원은 어린이집 원장과 대표를 겸직하며 월급을 받은 사실이 들통났다.

유성구는 겸직금지 의무조항과 영유아보육법 위반으로 윤 의원에게 지급된 국고 지원금 일부를 환수 조치하고 과징금 250만원을 부과했다.

인천 남동구 사립유치원연합회 회장 출신인 남동구의회 임애숙 의원은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유치원이 2016년 교육청 감사에서 적립식 연금 보험금을 중도 인출해 유치원 회계로 세입 조치하고, 적립식 화재 보험 수익자 명의를 유치원이 아닌 설립자 명의로 가입한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교육청은 유치원 회계로 세입한 보험금 4천600여만원을 회수했다.

의원직에 당선된 뒤 어린이집 원장직을 부인에게 넘겨주고 자신은 이사장직을 맡은 권재욱 경북 구미시의원은 업무 외 통신료, 자동차세, 과태료, 퇴직적립금 등 어린이집 운영비 3천700여만원을 부당 지출했다가 교육청 감사에서 적발되기도 했다.

[원장님은 의원님]② 볼썽사나운 두 얼굴…로비에 이권 개입 - 4

지방의원들의 이런 권력 남용 행태가 계속되고 있지만 많은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어린이집·유치원 연합회의 지원을 받는 데다, 의회에 진출해서는 `권력'으로 자리를 잡아 제대로 된 통제와 견제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어린이집 출신 의원들은 유권자인 학부모들을 등에 업고 선거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 더 견제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광주광역시 한 자치구 관계자는 "어린이집·유치원 연합회에서 투표권을 많이 갖고 있고 학부모를 볼모로 각종 집회를 이끌다 보니 선출직인 단체장으로선 부담스러운 게 현실이다"라며 "어린이집 관련 단체 출신들이 의회에 입성하면 집행부 업무가 위축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털어놨다.

(장덕종 박순기 최은지 양영석 우영식)

cbeb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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