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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중앙은행은 '포퓰리즘과의 전쟁'…독립성 지킬 수 있을까

송고시간2018-11-05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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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도·유럽 불협화음…"효율적 행정" vs "권력분산 거부"

제롬 파월(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과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미쳤다"고 평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제롬 파월(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과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미쳤다"고 평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포퓰리즘 득세로 세계 정치지형이 급변하자 중앙은행들이 독립성 유지를 위한 전쟁에 휘말렸다.

5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미쳤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경제와 자신의 성취에 해악을 끼친다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연일 비난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정부가 그간 한 차례도 행사된 적이 없는 법률을 발동해 중앙은행의 정책을 뒤집으려고 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인도 정부는 경제활동과 고용 성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중앙은행이 대출 규제를 완화하기를 바라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표심을 잡으려고 선심성 재정지출에 필요한 현금을 중앙은행이 더 많이 풀도록 압박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유럽에서는 서유럽 최초의 포퓰리스트 정권인 이탈리아 정부와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다툼이 치열하다.

드라기 ECB 총재는 이탈리아가 예산을 축소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정규약을 준수하지 않으면 이탈리아 국채 금리가 상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탈리아의 포퓰리스트 정당인 오성운동의 대표 루이지 디 마이오 부총리는 드라기 총재가 "분위기를 망친다"고 비난했다.

유로존에서는 지난 1년 동안 ECB의 19개 회원국 중앙은행 대표 가운데 3명이 자국에서 송사에 휘말렸고 다른 이들은 사퇴압박을 받고 있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세계 각국에서 항상 통용되는 불변의 명제처럼 여겨지고 있다.

재닛 옐런 전 미국 연준 의장도 최근 미국 CNBC 인터뷰에서 "중앙은행이 설립 취지에 토대를 두고 독립적으로 정책을 만들 수 있을 때 경제가 더 잘 작동한다는 점은 이미 인정된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이 같은 굳은 인식이 사실은 1990년대 초에 등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하버드대 교수인 래리 서머스, 알베르토 알레시나가 중앙은행이 독립적일 때 인플레이션을 더 효과적으로 통제한다는 것을 증명한 논문을 1993년 발표한 이후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물가상승 목표치라는 개념이 규범 또는 최소한 공통의 염원으로 세계에 퍼졌다는 설명이다.

블룸버그는 피도 눈물도 없는 중립적인 기술관료가 통화정책을 수립하기 때문에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좋은 개념이라는 진단이 나왔다고 해설했다.

관료가 선거나 유권자를 대할 필요가 없는 까닭에 더 장기적 시야와 더 단순한 동기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특정한 순간에 유권자나 정치인들에게 더 중요한 요인이 있더라도 독립적인 중앙은행에는 물가상승을 제외한 다른 어떤 고려나 목표도 중요하지 않다고 개념을 설명했다.

세계 각국에서 포퓰리즘이 득세하는 오늘날에는 중앙은행이 독립성 개념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뒤따랐다.

블룸버그는 포퓰리즘 시대는 기술관료에게 행정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과 같은 합의의 타당성을 부정하는 게 핵심이라고 진단했다.

포퓰리스트들은 권력이 여러 기술관료에게 분산되지 않고 반드시 민중의 손에, 구체적으로는 대중영합적 지도자가 민중의 주권으로 형상화한 지점에 머물러야 하는 까닭에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마찰을 빚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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