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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더더 "젠트리피케이션 홍대, 좋은날 또 오겠죠"

송고시간2018-12-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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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 9집 '해브 어 나이스 데이' 발매…23일 콘서트

밴드 더더. 왼쪽부터 임한국, 정명성, 이현영, 김영준
밴드 더더. 왼쪽부터 임한국, 정명성, 이현영, 김영준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정규 9집 앨범 발매를 앞둔 모던록 밴드 더더가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한 연습실에서 진행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12.16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온 국민이 노래를 아는 가수가 우리나라에 몇이나 될까. 1994년 결성된 모던록 밴드 더더(THETHE)는 그런 곡을 보유한 팀이다.

1997년 데뷔해 박혜경, 한희정 등 뛰어난 여성 보컬을 배출했고, 깔끔하고 현대적인 곡 '내게 다시', '잇츠 유'(It's You), '딜라이트'(Delight)로 사랑받았다. 2004년 4집 '더 더 밴드'(The The Band)는 제1회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앨범상'을 차지했다.

한파가 닥친 12월 어느 날 서울 마포구 연남동 더더 레이블 우먼앤맨스를 찾았다. 한창 연습 중이던 이들이 내뿜는 열기로 지하 연습실 공기는 훈훈했다.

2007년 '우먼앤맨스'라는 이름으로 사업자 등록을 낸 데는 여성 뮤지션을 키우겠다는 뜻이 담겼다. 그만큼 더더는 좋은 여성 보컬을 길러냈지만 동시에 잦은 보컬 교체로 부침을 겪었다.

박혜경(1997∼1999년, 1·2집)을 시작으로 한희정(2001∼2003년, 3·4집), 명인희(2007∼2008년, 5·6집), 이혜주(2009년 EP), 양송현(2011년 7집)이 뒤를 이었다. 2015년 8집부터는 이현영이 보컬로 합류하며 안정을 찾았다.

지금 더더는 김영준(프로듀서 및 기타·45), 이현영(보컬·41), 임한국(드럼·35), 정명성(베이스·25) 4인 체제다. 이현영은 더더 핵심인 김영준의 부인이다. 이현영은 1990년대 말부터 인디밴드 보컬로 활동했다. 1대 보컬 박혜경 그림자가 워낙 짙은 팀인 만큼 부담도 컸다.

"1990년대 처음 만났을 때 김영준 씨는 제 사부님이었어요. 당시 저는 맑은 미성에 보헤미안 스타일을 추구했는데, 영준 씨가 '너는 브리티시한 펑크록이 어울린다'며 스타일을 바꾸게 했죠. 그래서인지 8집부터 더더에 합류했을 때 적응하기 정말 힘들었어요. 사람들은 '더더'라고 하면 다른 보컬을 그리워했으니까요. 또 펑크록에서 늘 감정을 내지르면서 노래하다가 모던록으로 넘어오니, 창법 자체도 변화시키기 힘들었죠. 원래 미성이던 나를 펑키하게 바꿔놨다가, 인제 와서 다시 모던록을 하라니… 트라우마가 생겼죠. 영준 씨가 정말 미웠어요 그때는.(웃음)"(이현영)

정규 앨범 9집 발매 앞둔 더더
정규 앨범 9집 발매 앞둔 더더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정규 9집 앨범 발매를 앞둔 모던락 밴드 더더가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한 연습실에서 진행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연습을 하고 있다. 2018.12.16

2년 전 더더에 합류한 임한국은 8집 때 이현영을 안쓰럽게 기억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면 팀이 잘되면 한 명이 나가려고 하잖아요. 더더도 계속 보컬이 바뀌면서 생긴 리스크가 있었어요. 한 명이 빠지면 빈자리를 메우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거든요. 현영 누나는 원래 록커예요. 8집 땐 그걸 숨기고 청아하게 부르려고 노력하더라고요. 내가 만약 더더에 들어간다면 누나 목소리와 더더의 음악을 잘 엮어줘야지 생각했는데, 때마침 러브콜이 오더라고요. 그때 베이스를 치는 명성이도 제가 데려갔고요. 조만간 발표하는 9집은 밴드가 다시 더더라고 말할 수 있는 합의를 끌어낸 작품이에요."(임한국)

대중에게 기억이 희미해질 때도 있었다. 풍파도 많았다. 베이스 자리를 도저히 못 구하자 김영준이 기타를 내려놓고 대신 베이스를 치기도 했다. 그런데도 더더라는 이름을 지킨 건 더더가 '집'이었기 때문이다. 시작부터 아웃사이더였기에 밴드가 침체를 겪을 때 오히려 견딜 수 있었다.

"브리티시 록을 표방한 초창기 더더 음악은 환영받지 못했어요. 사람들은 '록이라며? 그럼 소리 좀 질러봐'라고 비아냥댔죠. 1990년대에는 김경호 씨와 같은 샤우팅이 인기였거든요. 그러다 대중의 목소리를 처음 들은 게 '딜라이트' 때였어요. 버스 라디오에 그 노래가 나오는데, 승객들이 '우리나라에 이런 노래가 있었어?'라며 웅성거리는 거예요. 그때를 잊을 수 없어요. 더더는 앞으로도 그 시대 감성과 분위기를 아우르는 음악을 할 거예요. 설사 그게 남들이 아예 손대지 않는 버려진 장르라 할지라도요."

홍대 인디밴드 1세대인 더더는 오늘날 바뀐 홍대 모습에도 아쉬움을 토해냈다. 기발한 공연이 펼쳐지던 공연장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프랜차이즈 음식점과 술집, 노래방이 들어섰다.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이다. 그나마 밴드가 뿌린 무료 초대권을 받은 지인들은 아는 밴드 순서만 보고 남은 공연은 안 본 채 돌아선다.

"더더는 요새 클럽 공연을 안 해요. 홍대의 의미는 변했어요. 무료 버스킹을 요구하며 밴드를 단순하게 클럽 근로자로 취급하죠. 우리 같은 '어른 팀'은 그 생각을 분명히 밝혀야 해요. 그래야 클럽들도 다시 생각할 거예요. 요즘 힙합이 인기죠? 하지만 밴드 문화가 발전했기에 DJ 문화와 힙합도 발전했다는 결과를 놓쳐선 안 돼요. 다들 기억해야 해요. 그리고 좋은 후배 밴드가 나오길 진심으로 바라요. 장르가 발전해야 대중도 좋은 음악을 구별할 힘이 생기니까요. 뮤지션이 철새가 돼선 안 돼요"(김영준)

이현영은 "음반사 대표들도 이젠 밴드를 찾는 게 아니라 보컬, 송라이터 등 한 명씩만 구한다. 그게 더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이라며 "올해 들어서 수많은 밴드가 비슷한 이유로 해체됐다"고 씁쓸하게 웃었다.

더더는 오는 17일 9집 '해브 어 나이스 데이'를 낸다. 더더 노래를 들으며 하루를 시작하길 바란다는 의미를 담았다. 타이틀곡 '와이'(Why)를 비롯해 신곡 10곡과 앞서 공개한 싱글 3곡이 들어간다. 김영준은 "20년간 더더가 한 것 중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해서 담은 앨범"이라고 설명했다.

23일 홍대 롤링홀에선 신보 발매 기념 콘서트도 연다. 원래 1대 보컬 박혜경이 함께할 예정이었으나 스케줄 상 문제로 함께하지 못하게 됐다.

더더는 오랜 시간 함께한 팬들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남겼다.

"더더는 계속 살아 있으니까, 잊지 않으셨다면 와서 새로운 모습을 봐주세요. 여러분도 밴드도 살기 힘들어도, 또 좋은 날이 오겠죠?"

정규 9집 발매 앞둔 밴드 더더
정규 9집 발매 앞둔 밴드 더더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정규 9집 앨범 발매를 앞둔 모던락 밴드 더더가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한 연습실에서 진행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연습을 하고 있다. 2018.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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