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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삼켜야죠"…전태관 떠난 봄여름가을겨울, 다시 무대로

송고시간2019-01-16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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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주년 기념 30회 소극장 공연 첫회…8명 연주자와 무대 꾸며

관객과 소통하는 아날로그적인 연출 돋보여

30주년 소극장 장기 공연 첫 무대 오른 봄여름가을겨울 김종진
30주년 소극장 장기 공연 첫 무대 오른 봄여름가을겨울 김종진

[봄여름가을겨울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돌아갈 순 없지만 돌려보고 싶은 마음을 담아 부르겠습니다."

밴드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보컬 겸 기타)은 울컥하는 감정이 차오르는 듯했다.

그가 이렇게 소개한 '고장난 시계'는 2013년 25주년 베스트 앨범 '그르르릉!'(GRRRNG!)에 신곡으로 수록했던 노래로 드러머 전태관이 참여한 마지막 곡이다.

무대 뒤 LED에는 봄여름가을겨울 두 멤버의 데뷔 초기부터 최근까지의 모습이 슬라이드로 펼쳐졌다.

봄여름가을겨울이 다시 무대로 돌아왔다. 지난달 27일 전태관이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나는 슬픔을 딛고서다.

16일 오후 2시 마포구 서교동 구름아래소극장에서 데뷔 30주년 장기 공연의 첫 무대가 열렸다. 이들의 소극장 공연은 15년 만이다. 낮 공연이었지만 200석 객석은 거의 다 채워졌다. 고교 시절 이들의 음악을 접했다는 '혼콘'(혼자 콘서트를 보러 온) 관객부터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온 아이들도 눈에 띄었다.

전태관의 빈 자리는 베이시스트 최원혁과 톡식 출신 기타리스트 김정우 등 8명의 밴드와 코러스가 메웠다.

불이 꺼지자 'LP바 봄여름가을겨울'이라고 써진 무대 위에 미니 상황극이 펼쳐졌다. 밴드 멤버들이 LP바의 주인장과 손님 역으로 차례로 등장하더니 김종진이 큰 박수 소리와 함께 무대에 올랐다.

"역사적인 날인 거 아시죠. 종진이와 태관이의 30년 이야기를 음악에 담아 들려드리겠습니다. 여러분도 같이 시간여행을 떠나시기를…."

'봄여름가을겨울', '어떤이의 꿈', '브라보 마이 라이프' 등 1988년 1집부터 2008년 8집 곡들까지 망라됐다. 미발표곡 '컴 세일 어웨이'(Come sail away)가 깜짝 공개되기도 했다.

3시간에 걸친 공연 분위기는 무겁지 않았다.

김종진은 첫 곡 '미인'부터 포토제닉한 제스처로 음악에 취했다. 밴드 멤버들에게 일렉기타로 총을 쏘는 듯한 시늉을 하고, 공연 중간 신호를 보내듯 눈을 찡긋하며 유쾌하게 연주자들과 호흡했다.

스윙 풍의 '디밥'은 의자에 앉아 노래하던 김종진은 물론 관객들의 엉덩이도 들썩이게 했다.

1집 곡 '전화'에 맞춰 관객 전원이 '에그 셰이커'(흔들어서 소리를 내는 달걀 모양 악기)를 흔들며 리듬을 맞췄고, '열일곱 스물넷'을 부를 때는 객석에서 '열일곱~'이란 추임새도 터져 나왔다.

곡 사이마다 전태관의 이야기도 섞여들어 부재의 아픔을 만져줬다.

'슬퍼도 울지 않을 거야 나는 웃으며 달릴꺼야/ 하찮은 원망도, 후회도 허공에 다 날려 보내고'('슬퍼도 울지 않을거야' 중)

김종진은 "이 노래 부르면서 울지 않기로 멤버들과 약속했는데 눈물이 날 것 같다"며 이내 "삼켜야죠"라고 추슬렀다.

최원혁은 "태관이 형을 보내 정말 많이 슬펐다"며 "여기 같이 계실 거라 믿고 최선을 다해 연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태관이 떠난 뒤 다시 무대에 오른 김종진
전태관이 떠난 뒤 다시 무대에 오른 김종진

[봄여름가을겨울 제공]

소극장 공연 특유의 정겨운 무드는 공연을 아우르는 또 하나의 장치였다. 김종진은 높이 50㎝ 무대에서 관객과 눈을 맞췄고 가까운 거리 객석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주고받았다.

추억을 돋게 하는 아날로그적인 연출도 시간 여행을 도왔다.

게스트가 등장해 관객 사연을 소개하는 '엽서 읽어주는 남자' 코너에선 턴테이블에 LP가 걸렸다. 첫 회 게스트인 윤도현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하지 못한 이야기'를 주제로 사연을 읽어내려갔다. 김종진은 뇌종양으로 떠난 아버지에게 편지를 쓴 팬에게 "나도 최근에 비슷한 일을 겪었다. 같이 아파해주니 기운이 생기더라"고 다독였다.

데뷔 년도인 1988년부터 2018년까지 매회 한 해씩을 추억하는 '응답하라' 코너도 막간 재미를 안겼다. 첫 회인 '응답하라 1988'에선 88 서울올림픽, 대학가요제 대상팀인 무한궤도 신해철의 등장 등 깨알 같은 이야기가 오갔다.

공연 말미에는 '혼자라고 느낄 때'를 부른 김종진이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 재생 버튼을 누르고 퇴장하자 녹음된 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안녕, 나 종진이야. 최근에 방황하고 뜻하지 않게 힘들어서 내려놓고 싶은 순간도 많았는데, 너의 따뜻한 말과 위로가 없었다면 다시 일어나지 못했을 거야. 네게 힘든 순간이 오면 내가 위로가 돼줄게. 우리 좋은 친구가 되자."

이 공연은 2월 24일까지 스물아홉 번 더 열린다. 김현철, 이적, 유희열, 배철수, 빛과소금, DJ DOC 김창열, BIA4 산들을 비롯해 웹툰작가 김양수, 첼리스트 김규식 등이 게스트로 참여한다.

수요일 낮 공연은 '커피 콘서트', 목요일 저녁 공연은 '와인 콘서트', 일요일 낮 공연은 '언플러그드 콘서트' 콘셉트로 진행된다.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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