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마이더스] '제2의 반도체' 배터리 시장 잡아라

송고시간2020-04-04 10:30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전기차 보급 속도가 빨라지면서 배터리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세계 전기차 판매량이 올해 약 610만 대에서 2025년 약 2천200만 대로 네 배에 가까워질 것으로 관측했다.

이에 따라 배터리는 현재 한국 산업의 주력인 반도체를 넘어서는 차세대 먹거리로 부상할 전망이다. 2018년 국내 메모리 반도체 매출은 1천650억 달러(약 198조 원), 전기차용 배터리 매출은 530억 달러(약 63조 원)였지만 2025년엔 역전될 것으로 점쳐진다.

생산된 배터리 셀을 들고 있는 SK이노베이션 연구원들.
생산된 배터리 셀을 들고 있는 SK이노베이션 연구원들.

[SK이노베이션 제공]

◇한국 배터리 3사, 중국 제쳤다

한국 배터리의 세계 시장점유율이 사상 처음 30%를 돌파했다. SNE리서치의 집계 결과 올해 1월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의 합산 점유율이 30.8%를 기록했다. 지난해 14.2%의 배가 넘는다.

특히 LG화학은 9.0%에서 22.9%로 껑충 뛰어 4위에서 2위로 도약했다. 3.9%에서 5.1%로 증가한 삼성SDI는 두 계단 오른 4위, 1.2%에서 2.8%로 성장한 SK이노베이션은 다섯 단계 위인 7위(2.8%)를 기록했다.

1위는 지난해 3위에 머물렀던 일본 파나소닉(27.6%)이 차지했다. 28.9%에서 21.8%로 뚝 떨어진 중국 CATL은 1위에서 3위로 미끄러졌다.

급격한 판도 변화는 각 기업이 배터리를 공급하는 전기차의 판매량 추이가 큰 영향을 끼쳤다. 파나소닉은 미국 테슬라의 '모델3' 판매량이 늘어난 덕을 톡톡히 봤지만, CATL은 중국의 전기차 보조금이 줄어든 충격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내수에 의존한 중국 업체들과 달리, 한국 배터리 3사는 세계로 시장을 넓히며 안정적 판매처를 확보했다. 미국과 유럽, 중국 등에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한편 GM, 벤츠, 폴크스바겐, 르노 등 해외 완성차 업체들과 잇달아 대규모 공급계약을 체결해 왔다.

LG화학, 미국 GM과 전기차 배터리셀 합작법인 설립
LG화학, 미국 GM과 전기차 배터리셀 합작법인 설립

LG화학 신학철 부회장(우)과 미국 GM의 메리 바라 회장이 작년 12월 미국 GM 글로벌테크센터에서 합작 계약을 체결한 뒤 악수하고 있다. [LG화학 제공]

◇큰 시장 열리는 유럽에 투자 확대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유럽 시장 투자를 경쟁적으로 늘려가고 있다. 환경규제 강화에 따라 유럽의 전기차 시장이 급팽창할 전망이어서다.

유럽연합(EU)은 2030년까지 승용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37.5% 감축할 계획이다. 당장 올해부터 배출 허용량이 대당 130g/km에서 95g/km로 대폭 감소한다. 2023년엔 62g/km, 2050년엔 10g/km로 줄어들어 내연기관차로는 감당할 수 없다.

최근 LG화학은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을 증설하고자 인근 가전공장을 3천140만 달러(약 374억 원)에 인수했다. 삼성SDI는 2018년부터 헝가리 괴드 공장을 돌렸고, 두 번째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1월 헝가리 코마롬 공장이 양산체제에 들어갔고, 헝가리 2공장은 2022년 가동할 예정이다.

새로 출사표를 던진 기업도 있다. 최근 롯데알미늄은 1천100억 원을 투자해 헝가리에 양극박 생산시설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생산량이 연 1만8천t인 대규모 공장이다. 양극재는 배터리 원가에서 30~40%의 비중을 차지하는 핵심 원재료다. 하지만 기술장벽이 높고 공장 건설도 오래 걸려 진입이 쉽지 않다.

삼성SDI의 원통형 리튬이온배터리
삼성SDI의 원통형 리튬이온배터리

[삼성SDI 제공]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경쟁 가열

세계 배터리 업계의 다음 목표는 '전고체 배터리'다. 현재 주류인 리튬이온 배터리의 양극과 음극 사이엔 액체 전해질이 채워지나, 전고체 배터리는 고체 전해질로 대신한다. 액체 전해질과 달리 폭발이나 화재 위험이 없고, 크기는 절반이지만 충전용량은 오히려 크다. 형태 변형이 자유롭고 가벼우며, 몇 년간 써도 성능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다만 액체 전해질보다 낮은 전도도를 극복하는 게 숙제다.

전고체 배터리를 쓰면 전기차 주행거리가 대폭 늘어나기에 기업들은 사활을 걸고 있다. 일본은 국가 차원에서 개발을 지원하고 있으며 현대차, BMW 등 유수의 완성차 업체들도 투자를 늘리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는 2025년을 목표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최근 삼성전자가 1회 충전에 800km를 주행하고 1천 회 이상 재충전할 수 있는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발표해 이목을 끈다. 현재 가장 용량이 큰 전기차 '테슬라S'의 배터리는 1회 충전에 630km를 갈 수 있다.

전고체 배터리의 난제는 리튬 음극재가 결정체로 굳어 수명과 안정성을 떨어뜨리는 덴드라이트(수지상결정) 현상이다. 삼성은 음극에 5마이크로미터 두께의 은·탄소 나노입자 복합층을 입히는 기술로 해법을 찾았다.

연구를 주도한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임동민 마스터는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핵심 원천기술"이라며 "소재와 양산 연구에도 박차를 가해 차세대 배터리의 한계를 극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영대 기자 Lonafree@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