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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스페셜] 페루 '천년의 꿈' 한국 손으로 디지털화

2018-01-31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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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스코<페루>=연합뉴스) 이세영 기자 = 한반도와 정반대 쪽에 위치한 페루는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로 최소 20시간 이상을 날아가야 도착하는 곳이다.

페루는 찬란했던 잉카의 문화를 기억하는 곳으로 남미에서 유일하게 고대 문화유산을 간직하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하지만 문화재 정보시스템의 부재로 도난이나 유실사고가 빈번했다.

이같은 현실이 안타까웠던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페루의 '국가문화유산'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하는 사업에 착수했다.

800만 달러라는 거금을 들여 천문학적 가치를 안고 있는 문화유산들을 한국의 기술로 디지털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쿠스코시는 '세계의 중심'이란 어원을 가진 곳으로 잉카제국이 안데스의 모든 지역을 다스렸던 황금시대의 중심지였다.

스페인 침략 이후 해상무역을 중시해 수도가 리마로 바뀌었지만 지금도 페루 5대 도시에 속하는 곳이다.

오랜 식민지 세월을 거쳤음에도 잉카시대 문명을 잘 보존하고 있어 잉카와 유럽 문화가 혼재하는 세계 유일의 도시.

쿠스코에서 기차로 4시간을 더 가면, 해발 2천400m의 마추픽추가 나타난다.

이곳은 잉카인들이 태양신을 숭배했다는 점에서 '태양의 도시' 혹은 1911년 발견되기 전까지 아무도 그 존재를 몰랐다 해서 '잃어버린 도시'라고 불린다.

마추픽추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축성술이다.

수 톤이 넘는 큰 돌들을 해발 2천400m의 고지대까지 옮긴 후 정교하게 쌓을 수 있었는지는 지금도 미스터리다.

이렇게 고대 잉카문명의 발상지인 페루는 모두 11곳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을 만큼 천문학적 규모의 문화유산이 전국 130개 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그러나 제대로 된 문화재 정보 및 관리시스템의 부재로 도난이나 유실에 취약했다.

◇ 잉카 문화재 한국이 관리한다

페루 정부는 한국에 도움을 요청했고 KOICA는 현지 박물관 5곳을 지원 대상지로 선정해 문화유물의 등록 표준화와 DB 구축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최초의 인디오 역사박물관 쿠스코 역사박물관은 잉카문명이 어떻게 번성했는지를 보여주는 곳인데 이곳에서 KOICA가 개발한 시스템을 직접 볼 수가 있다.

잉카시대 문화유산과 스페인 정복시대의 역사유물 1만여 점이 한국의 기술로 통합 등록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쿠스코에서는 한 번도 쓰이지 않았던 첨단기술이 '국가문화유산 통합등록 및 관리시스템'이라는 이름으로 KOICA에 의해 처음으로 도입됐다.

비달 피노 잠브라노 페루 문화재 담당 국장은 "한국이 기술적으로 크게 발전한 나라임을 잘 알고 있고 한국의 최신 기술을 도입해 페루의 문화유산을 더욱 빛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이 플랫폼을 이용해서 우리 문화유산을 인터넷에 공유함으로써 전 세계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모성건강증진, 우리가 이끈다

고대 잉카문명의 발상지라는 화려한 이름 뒤로 페루에는 아직도 의료 취약계층들이 있다.

수도 리마에서 북쪽으로 1시간 30분 정도 거리의 카야오주(州)에 있는 '파차쿠텍 보건소'는 KOICA가 2014년부터 건강증진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곳이다.

도시 빈민이 급증하고 보건지표가 악화하면서 임산부와 청소년들의 건강을 위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종합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파차쿠텍 보건소’에서는 등록된 임산부 340명을 대상으로 가정 방문을 하기도 한다.

가정 방문을 통해 만난 재닛(26)과 카르멘(21) 자매는 각각 임신 6개월과 7개월이다.

영양사와 조산사가 함께 찾아와 혈압과 헤모글로빈 수치 등을 측정하고 철분제를 제공한다.

페루의 취약계층을 위해 KOICA는 3곳의 보건소를 지어주는 한편, 1991년부터 각종 개발 프로젝트와 컨설팅, 의료단 파견 등 1억647만 달러를 지원해 왔다.

인근 '산타루즈밀라 보건소’도 한국 정부가 지어 무상으로 기증한 곳이다. 보건소 건립에 약 25억 원이 들었다.

지난 27년간 우리 정부가 실시한 무상개발원조에 힘입어 한국 의료기기가 페루에 진출을 시작했다.

한국 중소기업에서 만든 체성분 분석기가 그 대표적인 사례인데 현장에서 인기가 높다.

산타루즈밀라 보건소에서는 국민건강증진 프로그램의 하나로 특별히 고혈압 체조를 가르치고 있다. 페루 국민의 65% 이상이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 환자들이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체조를 가르치는 KOICA 시니어 봉사단원 임연식(66) 씨는 30년 경력의 간호사 출신이다.

그는 네팔에 이어 이곳에서 14년째 자원봉사 중이다. 임 씨처럼 열정으로 환자를 돌보는 한국의 지원으로 이곳 빈민가의 고혈압 발병률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알도 라마 페루 카야오 주 정부 보건국장은 "한국의 지원으로 심장마비 사망자 수가 많이 줄어들었고, 페루에서 최초로 고혈압 클럽을 만들었다"며 "고혈압 클럽은 고혈압 환자들이 그룹을 만들고 보건소에 모여 운동을 통해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게끔 연구를 하는 모임"이라고 덧붙였다.

잉카의 제국이자 태양의 나라인 페루에서 한국이 지난 27년간 실시한 무상개발원조가 우리의 기술력을 알리고 한국 기업들이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가 될 지 주목되고 있다.

[내레이션 : 유세진 아나운서]

polpo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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