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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스페셜] KOICA, '우유니' 볼리비아의 국가 표준체계를 세우다

2018-01-3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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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스<볼리비아>=연합뉴스) 이세영 기자 = 볼리비아의 수도 라파스에서 남쪽으로 200㎞가량 육로로 달리면 그곳에 새하얀 사막이 나온다.

우유니(Uyuni) 소금 사막에 오기 위해 볼리비아에 온다고 할 정도로 전 세계 여행객들로부터 사랑받는 곳이다.

땅과 하늘이 맞닿은 듯 거울처럼 반사되는 절경이 이곳이 세계적 자연유산인 이유를 말해 준다.

하지만 그 아름다운 자연유산을 갖고 있는 볼리비아는 아직도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도 라파스의 거리 풍경은 화려한 우유니 사막의 화려함과 매우 대조적이다.

우리나라는 이런 볼리비아에 한국국제협력단(KOICA)을 통해 1991년부터 5천866억 달러 규모의 공적개발원조를 하고 있다.

아름다운 우유니 사막을 품은 볼리비아에 '코리아'라는 이름으로 국가표준 체계가 다시 세워지고 있다.

볼리비아의 해발 3천700m 고원지대에 신비롭게 자리 잡은 '우유니 소금사막'은 원래 잉카제국의 영토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볼리비아를 '안데스의 영혼'이라고 부른다.

과거에는 주민들이 소금을 잘라 생필품과 교환하기도 했다.

소금이 화폐를 대신하는 교역수단이었다. 1만2천㎢라는 광활한 땅에 펼쳐진 소금의 양은 최소 100억t.

그 총량으로 볼 때 볼리비아 국민이 수천 년을 먹고도 남을 만큼 막대한 양이라고 한다.

우유니 사막을 나오면 과거 볼리비아의 영광을 짐작게 하는 '기차 무덤'이 나타난다. 1950년대까지 볼리비아의 광산들이 전성기를 누릴 때 사용하던 기차들이다.

한때 스페인 침략자들이 볼리비아의 은을 실어 나르던 수탈의 현장이기도 하다. 이제는 고철 더미로 남아 있는 기차들의 모습에 볼리비아의 빛과 그림자가 공존한다.

◇자동차에 관한 모든 것을 가르치다.

볼리비아의 수도 라파스는 해발 3천600m에 건설된 도시로 과거 수탈과 식민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다. 2016년 현재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약 3천276달러로 세계 100위 안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 볼리비아에는 아직도 취약계층이 많다.

한국으로 말하면 폴리텍대학과 유사한 라파스‘아야구초 기능대학'에는 전자기계, 자동차, 등 6개 학과가 개설돼 있다.

KOICA 시니어 봉사단원으로 3년 전 이 학교에 부임한 이경호(62.공학박사) 교수는 학생들 사이에선 자상한 선생님으로 통한다.

이 교수는 이곳에서 자동차에 관한 모든 것을 가르친다. 가난한 나라에서 아이들이 꿈을 키울 길은 기술을 배우는 일이다. 볼리비아 5년제 대학의 학비는 1년에 한국 돈으로 약 10만 원이지만 이곳 기능대학은 1년에 3만 원 정도면 공부할 수 있다.

경제적으로 빨리 독립해서 가계에 보탬이 되고자 하는 청년들에게 이곳은 희망을 키울 수 있는 디딤돌 같은 곳이다.

한국에서 기계와 자동차를 가르치며 35년 동안 교직에 몸담았던 이 교수는 이곳에서 제2의 인생을 맞고 있다.

은퇴 후 여유로운 생활을 즐기기보다 먼 이국땅에 와서 희망을 키우는 일에 새로운 인생을 걸어 보기로 한 것이다.

교재도 없고 실습 자재도 없는 땅에서 아이들은 꿈을 꾸며 좋은 선생님을 버팀목 삼아 성장하고 있다.

교재 하나 없던 이곳에서 이 교수는 자동차 기관과 섀시, 전기·전자에 관한 3종류의 교재를 냈다. 책 한 권당 250쪽으로 모두 합치면 700쪽에 이르는 분량이다.

그가 이 학교에 부임하면서 한국의 중소기업 제품을 실습 자재로 들여오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이런 활동이 장기적 차원에서 국익을 주는 일이라고 믿고 있다.

◇국가의 표준체계를 세우다

KOICA는 볼리비아에서 '국가 표준 체계'를 바로 잡는 일에도 힘쓰고 있다. 국가 계량표준을 담당하는 볼리비아 '국립계량원(IBMETRO)'을 대상으로 기자재 지원과 기술자문 및 초청연수를 실시하고 있다.

2015년부터 총 400만 달러의 예산이 투입된 사업이다.

국립계량원 실험실에 있는 대부분의 기자재는 KOICA에서 지원한 것들이다.

플라스틱 장난감에 포함된 유해물질이나 농산품에 남아 있는 잔류농약을 분석할 수 있는 장비, 원자시계를 비롯한 주파수를 측정할 수 있는 장비 등이 갖춰져 있다.

이런 고가의 계량 `계측설비를 제공하고 그 운용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한국의 역할이다.

국가표준 체계가 중요한 이유는 모든 수출상품과 수입상품에는 국가별 기술규제가 있기 때문이다. 정확한 측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결국 수출상품의 신뢰성을 높이고 수출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의 지원으로 볼리비아는 계량 오차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산업 발전과 수출 증가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후안 카를로스 볼리비아 국립계량원장은 "KOICA에서 받은 장비로 2018∼2019년도에 교정 서비스를 업데이트해서 2천여 개 정도로 늘릴 계획"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지금 보유한 장비들을 해외에 수출할 수 있고 국내의 산업이 발전할 수 있어 기대가 크다"고 소감을 밝혔다.

광활한 소금사막의 땅, 볼리비아에서 아름다운 자연유산만큼이나 국가의 미래를 열어줄 산업 발전과 경제 성장이 시작되고 있다.

그 근간이 될 국가 표준체계가 우리나라의 이름으로 다시 세워지고 있다.

[내레이션:유세진 아나운서]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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