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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인성평가 강화 실제 입시에선 '유명무실'

송고시간2012-07-31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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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사정관전형에만 일부 반영…사교육만 늘려"

건국대 입학사정관제 1박2일 면접 (자료사진)
건국대 입학사정관제 1박2일 면접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 "대입 설명회 때 학부모에게 '인성평가 영역은 그냥 없는 셈치고 신경 쓰지 말라'고 합니다. 굳이 쓸 거면 '친구들과 싸운 적 없고 잘 지냈다' 정도로 쓰라고 하죠" (입시학원 관계자)

학교폭력 사태로 인성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이 잇따르면서 당장 올해 대학 입시부터 '인성평가'가 강화되는 추세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대입에서 인성평가를 반영하는 것은 결국 '생색내기'에 그칠 수 있고, 오히려 인성평가에 대비하느라 불필요한 사교육 프로그램마저 생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입시학원가에 따르면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는 2013학년도 수시모집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지난 3월부터 학교생활기록부에 인성 발달사항을 핵심 요소별로 기록하도록 한 것과 연계해 학생 인성을 평가하도록 했다.

대교협은 '자기소개서' 공통 양식에 인성 관련 문항을 신설, 입학사정관제 정부 재정지원 대학이 이 문항을 공통으로 활용토록 했다.

올해 수시모집부터 일부 대학은 자기소개서에 '학교생활 중 배려ㆍ나눔ㆍ협력ㆍ갈등 관리 등을 실천한 사례를 들고 그 과정을 통해 배우고 느낀 점을 구체적으로 기술하시오'라는 문항을 포함할 예정이다.

아울러 대교협은 면접에서도 학교생활기록부, 자기소개서, 교사추천서 등에 기재된 핵심인성요소에 대해 질문해 답변한 내용이 사실인지 확인토록 했다.

그러나 인성교육에 대한 개념이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은 상태인 데다 학생들이 자기소개서나 면접에서 학교폭력 가해 사실 등을 솔직하게 언급할 리도 없어 현실적으로 인성 평가에 제약이 크다는 지적이 많다.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인성 평가는 객관화할 지표도 없고 학생으로서도 딱히 쓸 만한 내용이 없을 것이다. 학생들이 다 착하다고 하지 문제 있다고 누가 쓰겠나"라며 "결국 인성평가는 학교 교사 평가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서 담임교사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부작용만 생길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인성평가가 사교육 시장만 넓힐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다른 입시학원 관계자는 "인성평가가 강화된다는 말에 일부 학원들이 발 빠르게 대응해 인성평가 컨설팅을 해 주고 인성평가에 대비한 캠프까지 열고 있다"며 "인성평가는 학교에서 친구들과 잘 지내는지 평가하려는 목적일 텐데 이런 내용까지 학원 컨설팅을 받는 게 말이 되는가"라고 말했다.

최근 대학들이 내놓은 모집요강을 살펴보면 인성평가를 강조할 것처럼 해놓고 정작 입학사정관전형을 제외한 일반전형, 특기자전형에서는 인성평가 항목이 들어 있지 않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또 다른 입시학원 관계자는 "입학사정관 전형 정도에 국한해서 인성평가 요소가 반영됐고 그마저도 자기소개서, 면접 정도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폭력이 만연하다 보니 대학 입시에도 반영해 학생들에게 긴장감을 준다는 의미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실제 점수에 인성 부분을 반영해 대학 진학에까지 영향을 준다는 발상 자체가 처음부터 난센스였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yjkim8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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