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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유적, 중국 동북공정에 어떻게 활용됐나

송고시간2014-07-0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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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법종 교수, 고구려발해학회 학술회의서 사례 제시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중국은 2004년 지린(吉林)·랴오닝(遼寧)성 지역의 고구려 유적을 대대적으로 정비하고 세계문화유산으로까지 등재하는 등 이들 유적의 문화자원화에 박차를 가했다. 그러나 이는 고구려를 중국사의 일부로 편입하려는 동북공정의 일환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조법종 우석대 교수는 4일 서울 송파구 한성백제박물관에서 고구려발해학회 주최로 열린 '고구려 유적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1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 '중국 고구려 세계유산의 현황과 활용'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동북공정과 관련지을 수 있는 중국 내 고구려 유적 활용 사례를 제시했다.

조 교수는 고구려의 첫 도읍지 홀승골성(紇升骨城)을 중국이 오녀산(五女山)으로 부르는 것부터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이곳은 고구려의 첫 도읍이란 점에서 중국 사서에 나타난 홀승골성이나 졸본성(卒本城), 광개토왕릉 비문에 나타난 홀본(忽本) 등 고구려 첫 수도에 걸맞은 명칭을 부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소재지인 중국 환런(桓仁)시에서는 고구려 건국과 아무 관계가 없고 실체도 확인되지 않은 당나라 시대 '다섯 여자 전설'을 원용, 오녀산이라는 이름을 붙임으로써 중국적 역사 전통을 살리려는 의도를 보였다고 조 교수는 설명했다.

이뿐 아니라 지린성 지안(集安) 시청광장에 세워진 태양조(삼족오)상의 기단에는 "삼족오를 고구려와 중원민족이 공유하고 있으며, 따라서 중원민족과 함께 고구려 민족은 중화민족"이라는 표현이 새겨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조 교수는 "삼족오로 표현된 태양 관련 신앙을 공유하고 있으므로 고구려가 중국 민족이 된다는 일방적 논리를 대표적 상징조형물에 새겨 동북공정 논리를 일반 중국인에게 각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태양조상의 화상석에는 타작하는 모습, 소를 이용한 경작 등 고구려 벽화에서 확인되지 않는 농경 행위가 새겨져 있어 고구려 사회를 중국의 농경민족적 이미지로 왜곡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 교수는 "고구려 세계유산 관련 공간은 고구려사를 중국 역사에 포함하려는 동북공정 논리를 대중화하는 방안으로 활용된다"며 "앞으로 고구려 관련 역사·관광 공간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상황에서 이같은 역사의 정치적 해석 결과물이 부각되는 것은 한중 우호를 위해 지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겅톄화(耿鐵華) 중국 퉁화(通化)사범학원 고구려연구원 교수의 '광개토왕비 발견 초기 탁본작업과 연구', 아즈마 우시오(東潮) 일본 도쿠시마대학(德島大學) 명예교수의 '고구려 왕릉 연구의 현황과 과제' 등 주제발표가 이어졌다.

pul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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