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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일병 사건으로 MBC '진짜 사나이' 직격탄

송고시간2014-08-04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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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성 떨어지고 군대 희화화 지적에 폐지여론 비등…시청률은 상승

MBC '진짜사나이'의 서경석(왼쪽부터), 류수영, 샘 해밍턴, 손진영, 장혁, 박형식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MBC '진짜사나이'의 서경석(왼쪽부터), 류수영, 샘 해밍턴, 손진영, 장혁, 박형식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육군 28사단 병사가 구타와 가혹 행위로 숨진 '윤일병 사건'이 사회적으로 공분을 사는 가운데 연예인들의 군대 체험 프로그램인 MBC TV '일밤-진짜 사나이'가 그 직격탄을 맞았다.

'진짜 사나이'가 '생생한 병영 체험'을 내세웠지만, 병영 문화의 실제 민낯을 드러낸 사건·사고들이 잇따르면서 프로그램을 통해 보여지는 병영 문화의 진실여부에 의심의 눈초리가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윤일병 사건으로 흉흉한 상황에서 여전히 '군대는 멋진 곳'이라는 시각으로 접근하는 이 프로그램에 불편함과 불쾌함을 느끼는 시청자가 많다.

'진짜 사나이' 홈페이지의 시청자 게시판과 포털사이트에는 윤일병 사건을 거론하면서 현실과 동떨어진 모습을 반영하는 데다 오히려 희화화하고 있다는 의견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시청자들은 "'진짜 사나이'를 보고 아들을 군대 보내도 괜찮을 것 같다고 안심했는데 이래서 어느 부모가 군대 보낼 수 있겠느냐", "회비 내고 2박 3일간 경험하는 해병대 캠프랑 비슷한 수준이다" 등의 주장을 펴고 있다.

'진짜 사나이'가 군대에서 사건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비판적인 여론에 휩싸이는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제작진은 지난 6월 동부전선 GOP(일반전초)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하자 예정된 프로그램 녹화를 취소하고 GOP 부분을 재편집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지금까지 드러난 폭력의 정도가 경악할 정도의 수준이라는 점에서 프로그램에 불편을 느끼는 목소리들이 더 커지는 분위기다.

한 누리꾼은 "'진짜사나이'를 폐지해야 한다. 군대에서 폭언, 폭력, 왕따에 성고문까지 심각한 사항인데 방송을 한다는 건 가식이다. 오히려 지금 군 생활하는 장병들이 고통받는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네티즌은 "여전히 예능 속 군대는 언제나 가볼만한 보이스카우트 놀이다. 빨랫비누로 식기를 세척하는 것도 당연히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인터넷 포털 다음 아고라에서는 'MBC '진짜 사나이'의 폐지를 청원합니다'라는 글까지 지난 2일 올라왔다.

청원자는 "프로그램이 군과 군부대 질서를 미화해 많은 시청자들을 우롱할뿐더러 무엇보다 촬영지인 해당 부대 사병들에게도 지속적으로 민폐를 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MBC측은 이런 일부 여론에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면서도 프로그램은 계속 제작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MBC 예능을 총괄하는 원만식 본부장은 4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국민 한사람으로서 윤일병 사건은 정말 가슴아프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그러나 '진짜 사나이'는 지난 1년 3개월 동안 호평도 많이 받았고 그런 사건으로 인해서 (프로그램 존폐에) 영향을 받을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전날 오후 방송된 '진짜 사나이' 시청률은 상승, 4주 만에 동 시간대 코너 시청률 1위 자리에 올랐다.

시청률조사회사 TNmS에 따르면 3일 '진짜 사나이'의 전국 기준 시청률은 14.6%로 전주 동시간대 코너 1위였던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 시즌3'를 앞질렀다. 이같은 시청률은 MBC가 이 프로그램을 포기할 수 없는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이날 방송에서는 멤버들이 황금 독수리 부대를 찾아 유격훈련을 받는 내용이 전파를 탔다.

'진짜 사나이'가 병영 문화의 현실을 제대로 보여주기에는 애초에 구조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무래도 촬영 환경이 좋은 부대에서 제작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 만큼 낙후된 막사에서 생활하는 병사들의 고충은 보여주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병사들 사이의 갈등이나 인권 침해 등 어두운 그늘은 방송으로는 절대 드러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방송가에서는 '진짜 사나이'가 다큐멘터리가 아닌, 예능프로그램인 만큼 어느 정도의 한계를 인정하고 시청할 필요가 있다는 옹호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했다가 얼마 전 하차한 탤런트 류수영은 최근 인터뷰에서 "최근 군에서 벌어진 일에 마음이 아프다"면서 "촬영에 앞서 군대가 여러 가지 폐단이 있는 공간이라는 것은 인지한 상태였다. 그러한 부분들을 우리가 좋은 면들을 보여주면서 순환을 시키자,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따라 하게끔 만들어주자는 취지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부대를 많이 돌아다닌 결과, 문제가 없진 않다. 하지만 그렇게 사람을 모아놓으면 문제가 없을 수는 없을 것 같다. 그걸 해결하고 싶은 게 '진짜 사나이'의 목표다"라고 설명했다.

<윤일병 사건으로 MBC '진짜 사나이' 직격탄> - 2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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