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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스토리] 시험문제 유출이라니…수시 믿어도 되나요?

송고시간2018-11-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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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가까운 수시 비중, 대폭 축소해야"

"수시 전형 순기능 있는 만큼 보완해야"

(서울=연합뉴스) 박성은 기자·김민선 인턴기자 = "고등학교에서 내신 시험문제가 유출됐다는 뉴스를 들을 때마다 불안해요. 비리를 저지른 학생 때문에 내가 원하는 대학교에 떨어질 수도 있는 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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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서울 종로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만난 유 모(17)양은 이렇게 말했다. 유 양은 "이런 일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게 아닐까 걱정된다"라며 "차라리 정시 전형을 준비하는 게 마음 편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수시를 준비하고 있다는 김 모(17)양은 "만약 내 주변에 대학교수가 있고 그분이 자기 논문에 내 이름을 써준다고 하면 나는 거절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그런 스펙이 수시로 좋은 대학을 가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수시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서울 숙명여고 사건이 도화선이 됐다. 자신의 쌍둥이 딸들에게 시험문제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서울 숙명여고 전임 교무부장 A(53)씨가 6일 구속되면서 내신과 대학 입시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80% 가까이 되는 수시 비중을 대폭 축소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 고3 학생 절반 이상 "수시보다 정시가 공정…정시 비중 40% 넘어야"

"수시 전형은 모두가 납득할만한 절차와 공정성을 가지고 진행한다는 보증이 없잖아요. 수시를 계속 확대하는 건 입시 전형 자체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이번 숙명여고 사건과 같은 비리를 조장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정시로 국내의 한 명문대에 입학했던 안 모(33) 씨는 "수능은 하루에 3년의 성과가 판가름 난다는 점에서 불합리한 측면이 있지만, 수능 점수라는 절대치가 있기 때문에 공정성이 확보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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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생각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진학사가 지난 5월 고3 학생 69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정시와 수시 중 '공정한 입시'에 부합하는 쪽을 골라 달라는 질문에 응답자 68%(474명)가 정시를 택했다.

응답자 51.9%(362명)는 대입에서 정시가 차지하는 비중이 40% 이상이어야 한다고 답했다. 정시 비중이 '30% 이상 40% 미만'이어야 한다는 응답자는 18.9%(132명)였다. 대다수 학생이 정시 확대를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수시 비중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오는 2019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전체 모집인원의 76%를 수시 전형으로 선발한다. 1997년도 입시에서 수시가 도입된 이후 최대 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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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 비중이 높아져 정시 문호가 좁아지면서 재수하는 경우가 많이 늘어난다는 분석도 나온다. 종로학원하늘교육에 따르면 전국 4년제 대학 신입생 중 재수생 비율은 2010년 16.30%에서 2017년 35.40%로 훌쩍 뛰었다.

◇ 시험지, 답안지 유출에 자녀를 논문 공저자로 등록

수시모집은 교과성적을 주요 전형요소로 하는 학생부교과전형과 비교과까지 전형요소로 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위주 전형이 대부분인 정시모집과는 다르다.

학생부교과전형은 물론, 학생부종합전형 역시 일정 수준의 교과성적이 뒷받침돼야 하므로 교과 내신의 영향력은 크다. 하지만 내신 관리에 대한 제도적 허점이 많아 대학 입시 결과 자체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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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한 모(40) 씨는 "수시에서 비리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이번 숙명여고 사건도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겠냐"라며 "학교에서 누가 어떤 비리를 저지르는지 하나부터 열까지 밝혀낼 수 없는 상황에서는 차라리 수시를 없애는 게 낫다는 생각도 든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시험지, 답안지나 학교생활기록부를 조작하거나 스펙을 쌓기 위해 자신의 자녀를 논문 공저자로 등록하는 사례는 빈번하다.

광주에서는 모 고등학교의 전직 기간제 교사(36)가 1학년 학생과 성관계를 맺고 성적을 조작해 준 혐의로 지난달 구속됐다.

지난 10월에는 성균관대 교수가 자신의 논문에 미성년 자녀의 이름을 공저자로 끼워 넣고 다른 교수의 이름으로 자녀의 추천서를 써서 대학 입시에 이용한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수시 학생부종합전형 없애고 정시로 입시제도 일원화하자.", "정시 확대 요구한다." 등의 게시글이 다수 올라있다.

◇ "공정성" vs "타당성"…의견 엇갈려

하지만 수시를 둘러싸고 전문가, 학부모, 학생들의 의견은 크게 엇갈린다. 비리 문제는 많지만 수시 전형 제도 자체는 긍정적이기 때문에 보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과 정시 비중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대립한다.

학부모 정 모(49) 씨는 "최근 비리와 수시 전형은 관계가 있지만 수시 전형 자체는 긍정적으로 본다"며 "수시는 학생들에게 3년 동안 다양한 경험을 하게 만든다. 정시 비율을 늘리거나 수시를 폐지하는 것은 아이들을 획일화된 교육으로 몰아넣는 과거로 역행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영식 좋은교사운동본부 공동대표는 "이번 숙명여고 비리는 상대 평가제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를 해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정시 비율이 높아진다고 해서 현재 교육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 않다"라며 "정시 비율을 높이면 주입식 수업 등 과거 드러났던 문제가 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수능시험 치르는 학생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수능시험 치르는 학생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반면 수시를 폐지하고 정시를 대폭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교육분야 시민단체인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내신 비리가 반복되고 있으므로 수시·학종은 폐지하고 정시·수능을 90%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박주호 한양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는 "대학 입시는 공정성과 타당성이 중요하다"라며 "비리나 부조리를 막기 위해 공정성을 앞세우면 정시 전형을 확대하는 게 맞지만 모든 걸 정시로 하면 한줄 세우기가 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수시는 다양한 특성과 역량을 가진 사람을 뽑는 순기능이 있다"라며 "대학이 공정성을 앞세울 것인지 타당성을 앞세울 것인지 선택해 이 비율을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인포그래픽=이한나 인턴기자)

junep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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