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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소앓이란 말, 정신 번쩍 들게 좋아요"

송고시간2012-07-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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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도원, SBS '유령'서 권혁주 경감으로 인기

"미친소앓이란 말, 정신 번쩍 들게 좋아요"
곽도원, SBS '유령'서 권혁주 경감으로 인기

(고양=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지난 16일 오후 5시 경기 고양 탄현SBS 스튜디오.

한 남자가 세트 안에 누워 곤히 자고 있다.

"자 리허설합니다!"라는 외침이 들리고 조명이 번쩍번쩍 켜졌지만 남자는 꿈쩍도 않는다.

한류스타 소지섭이 걸어가 그를 발로 툭툭 치자 그제야 화들짝 놀라며 일어난다. 진짜 자고 있었던 것. 얼마나 잤는지는 모른다.

대본에는 '권혁주, 코를 골며 자고 있다'는 지문이 적혀 있다.

그러나 배우가 연기가 아닌 진짜로 잠들어 있던 바람에 정신을 차리고 실제로 촬영을 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너무 '리얼'해서 NG가 나는 순간.

매니저는 "아무래도 배우가 권혁주에 빙의된 것 같다"며 웃었다.

이름보다 '미친 소'라는 극 중 별명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곽도원(39)을 이 장면 촬영 직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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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드라마 촬영현장이 장난이 아니네요. 일부러 다이어트를 한 게 아닌데 한 달 정도 지나니 8-9㎏이 쑥 빠졌어요. 일단 좋아하는 술을 마실 시간이 없고 조금이라도 틈이 나면 밥도 안 먹고 잠을 자려고 하니 살이 절로 빠졌어요. 좀 아까도 깜빡 잠들었는데 그 세 푹 잤어요. 개운하네요. 하하."

연극과 영화를 거쳐 드라마에 입성한 곽도원은 '유령' 촬영 초반만 해도 분초를 다투며 빠르게 돌아가는 드라마 촬영현장에 적응이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종영을 3주 앞둔 현재 그는 세트장을 안방 삼아 잠을 편하게 잘 만큼 현장에 완벽하게 적응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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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을 두세 달씩 공연하고 나면 쫑파티 때 꼭 우는 사람이 있어요. 함께한 시간이 짠해서 그렇죠. 그런데 이번에 '유령' 끝내고 나면 제가 그럴 것 같아요. 매일같이 여러 사람과 잠 못 자고 부대끼며 살았잖아요."

연극 인생 18년이지만 대중의 주목을 받은 것은 올초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에서 '조범석 검사'를 연기하면서다.

여세를 몰아 횡단보도 앞에서 아내의 생일을 뒤늦게 알아차린 남편의 임기응변을 담은 통신 CF로 광고에도 입성했다.

그리고 첫 드라마 '유령'으로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고 있다. '꽃미남'에게나 붙는 '~앓이'라는 표현이 요즘 극중 별명인 '미친소'에게도 붙어 '미친소앓이'라는 말까지 낳고 있다.

"정말 드라마의 파급력에 깜짝 놀라고 있습니다. 영화 500만 관객도 드라마에 댈 게 아니더라고요. 요즘 식당이나 거리에 가면 진짜 절 많이 알아본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근데 제가 편한 인상은 아니어서인지 확 다가오지는 못하고 멀리서 '미친소다!' 하시더라고요.(웃음) 인터넷에서 '미친소앓이'라는 말을 처음 봤을 때 한창 촬영이 힘들었는데 뒷골이 쭈뼛해질 정도로 정신이 번쩍 들게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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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첨단 사이버범죄를 다루는 '유령'에서 그가 맡은 경찰청 권혁주 경감은 아날로그 수사를 벌이는 인물이다. 다혈질에 말보다 행동이 앞서고 직접 눈으로 확인한 것 아니고는 믿지 않는다. 그러면서 '유머' 코드도 책임진다.

그런 권혁주는 곽도원이라는 배우를 만나 매력적인 캐릭터로 빛을 발하고 있다. 시청자는 이 낯선 배우가 그려내는 새로운 그림에 신선함을 느끼고 있다.

"'유령'이 전반적으로 진지하고 딱딱해서 누군가는 긴장을 풀어주는 역할을 해야 하거든요. 그걸 권혁주가 하는데 그 때문에 제가 중간중간 애드리브도 많이 해요. 초반에 몇 번 한 게 반응이 좋으니까 현장에서도 제가 애드리브할 여지를 많이 주세요."

자물쇠로 잠근 문을 몸으로 부딪혀 무너뜨리는가 하면 아이돌그룹 태티서의 노래에 맞춰 깜찍한 율동을 선사하기도 하는 권혁주의 모습은 샤프하고 시크한 사이버천재 김우현(소지섭 분) 경위와 완벽하게 대척점에 서며 '유령'의 균형을 맛있게 잡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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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는 노래방 가면 자기 순서가 올까 봐 조마조마해하는 사람이에요. 마이크 잡으면 분위기 썰렁하게 만들고요.(웃음) 율동하는 신을 무려 3시간이나 찍었는데 그건 연기라고 생각하니까 열심히 하게 되더라고요. 제가 실제로 소녀시대 태연의 팬이라 태티서의 노래에 맞춰 하니 좋았어요. 같이 출연하는 엠블랙의 지오가 몇 시간 기다려서 태연의 사인을 직접 받은 태티서의 CD를 구해다 줬답니다."

연극배우 인생 18년. 그중 태반이 무명이었다. 그는 돈은 없어도 재미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6년 전 불행이 한꺼번에 닥치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할 만큼 궁지에 몰린 적이 있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없는 살림에 재산다툼이 나고 믿었던 여자친구마저 떠나가는 등 모든 일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어요. 정신을 못 차리겠더라고요. 아는 형 집에 가서 술 진탕 마신 후 옥상으로 올라가려고 결심했어요. 그때 형 방 책장에 '나에겐 지금 못할 것이 없다'라는 책이 꽂혀 있는 게 정말 우연히 눈에 들어왔고 그걸 술도 안 깬 상태에서 꺼내봤는데 그게 제 인생행로를 바꿨습니다."

그는 "그 책이 시키는 대로 내 불행을 차분하게 정리하고 그 해결책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3박4일간 가진 후 새롭게 태어났다. 아무래도 하늘에 계신 부모님이 도와주신 것 같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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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을 끝내고 나면 그는 영화 '회사원'과 '점쟁이들'의 개봉을 앞두게 된다. 그는 늘 연기를 하고 있었지만 분명한 건 '유령' 전과 후 그의 위상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예전보다 수입이 많이 나아졌죠. 주목받는 것도 좋습니다. '연기 잘 보고 있다'고 해주시면 정말 기분 좋아요. 그런데 이러다 건방져질까 걱정이 됩니다. 안 그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전 그저 연기를 잘하는 게 꿈입니다. 제 연기를 보고 관객이 즐거워하길 바랍니다. 다른 욕심은 없어요."

하지만 노총각인 그에게 한가지 바람은 있다.

"제가 외로움을 잘 타요. 외로운 게 너무 싫은데 사랑을 안한 지 오래됐어요. 사랑하고 싶어요."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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