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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대선 이후' 겨냥한 협상 전술 구사

송고시간2012-08-09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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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역량 강화-협상판 키우기 병행

<北 '대선 이후' 겨냥한 협상 전술 구사>
핵역량 강화-협상판 키우기 병행

(워싱턴=연합뉴스) 이우탁 특파원 = 북한이 현시점에서 어떤 대미 협상 전술을 구사하고 있는지가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우선 지난주 있었던 북미 싱가포르 비공식 접촉 결과가 흥미롭다.

북한 외무성 최선희 미국국 부국장은 지난달 31일부터 사흘간 진행된 접촉에서 북한의 입장을 명료하게 밝혔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지 않는 한 비핵화는 요원하다' 것으로 요약된다. 1990년대 1차 핵위기 이후 20년간 북한이 기회있을 때마다 반복했던 메시지다.

또 최 부국장은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대체, 한미동맹 해체, 주한미군 철수 등도 거론했다.

나아가 미국이 더는 호응하지 않을 경우 북·미간 `2.29 합의' 이행은 물 건너갔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2.29 합의는 북한이 비핵화 선제조치를 이행하고 그 대가로 미국이 식량(영양) 지원을 하는 것을 핵심내용이다.

최 부국장의 발언은 3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 몰두하고 있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한동안 단절기를 갖겠다는 통보로 풀이된다.

미국 내 보수세력의 반발 등을 의식해 소극적으로 나오는 오바마 대통령을 상대로 더는 의미있는 협상을 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느껴진다.

또 초박빙 상황인 미국 대선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의중도 내재 돼 있다.

결국 자신들의 요구 수준을 구체적으로 적시하면서 내년 이후 본격화할 협상 국면을 유리하게 전개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그러면서 핵역량의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미국에게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을 각인시키려면 핵무기의 실체를 확실하게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지난 2010년 가을 북한에 들어가 영변의 우라늄 농축시설을 직접 보고 온 지그프리드 해커 미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소장은 로스 알라모스 연구소 프랭크 파비안 비확산 담당 고문과 함께 기고한 핵과학자협회보(BAS) 논문에서 북한이 마음만 먹으면 2주 내에 3차 핵실험을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이번에는 고농축우라늄(HEU)을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우라늄농축시설은 은닉하기에 수월하고 추적이 어려워 국제적 핵비확산 문제에 민감한 미국으로서는 예민한 사안이다.

영변의 현장에서 우라늄농축시설과 1천대 이상의 원심분리기를 보고 온 해커 박사의 분석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게다가 북한이 지난달 20일 "제반 상황은 우리로 하여금 핵 문제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지 않을 수 없게 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언제든 핵실험 등 위협 행보를 할 수 있음을 과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이나 러시아가 반대하는 3차 핵실험을 당장 하지 않더라도 HEU 활동 강화라는 '무시할 수 없는 카드'를 동원해 미국의 시선을 붙잡으려 할 수 있다.

현지 외교 소식통은 8일 "오바마 행정부는 물론 공화당의 밋 롬니 후보 진영도 북한 핵 문제에 대해 신경 쓸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면서 "하지만 HEU라는 사안이 갖는 파괴력 등을 감안할 때 내년 초 새로운 미국 정부가 출범하면 어떤 형태로든 북한 문제에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lw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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