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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봉 소주에 경유가?"…유입 경로 미스터리(종합)

송고시간2013-04-02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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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청주의 한 음식점에서 판매한 진로의 참이슬 소주에서 경유 성분이 검출된 것과 관련 유입 경로가 명쾌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경유가 검출된 소주는 30개들이 한 상자에서 나온 8병. 열지 않았던 소주 11병 가운데 5병에서도 검출됐다.

경찰의 의뢰를 받아 성분을 분석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문제가 된 소주병의 표면은 물론 소주 내에서도 경유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밀봉된 소주병 속에 어떻게 경유 성분이 들어갔을까.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나 업체 모두 유입 경로에 대해 명쾌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진로 측은 "제조 과정상 경유 성분이 유입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발혔다.

경찰 역시 소주 제조 공정상 경유가 들어갈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 재생하기 위해 거둬들인 공병 세척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진로 측은 "세척 과정에서 유입될 가능성 역시 제로"라고 강하게 일축했다.

고압 세척기로 불순물을 모두 제거하고 무균처리 과정까지 거치기 때문에 설사 수거 전 용기에 경유가 담겨 있었더라도 그 성분이 계속 남아 있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세척 과정을 거치면서 수많은 공병이 뒤섞이게 되는데 경유 성분이 있는 병 8개가 한 상자에 포장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진로 측은 유통이나 보관 과정에서 외부에 있던 경유 성분이 유입됐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소주 상자를 실어나르는 차량이나 보관 장소에서 경유 성분을 함유한 물질에 장기간 노출됐다면 소주 안으로 스며들 수 있다는 것이다.

진로 측의 한 관계자는 "석유류는 휘발성이 워낙 강하고, 소주병의 뚜껑은 미세하게 기체가 통과할 수 있기 때문에 석유류와 함께 보관하면 휘발성 기체가 소주병 안으로 혼입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휘발성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밀봉된 소주병 안으로 경유가 그렇게 쉽게 혼입될 수 있는지에는 여전히 의문이 따른다.

문제의 소주를 판매한 음식점 역시 진로 측이 유통·보관 과정상의 문제가 원인일 것으로 꼽은 데 대해 "억울하다"고 펄쩍 뛰었다.

이 음식점 주인은 "문제가 되기 하루 전날 주류 대리점에서 3박스를 직접 가져왔다"며 "불과 하루 보관한, 열지 않은 소주에 어떻게 경유 성분이 들어갈 수 있겠느냐"고 항변했다.

그는 또 "당시 진로 소주와 함께 가져온 다른 회사 제품에서는 이런 현상이 없었다"며 "결국 진로 소주의 유통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경유 유입 경로를 밝히기 어렵게 된 경찰은 감독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이 사실을 알리고 수사를 종결하기로 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인명 피해가 없어 형사 처벌 대상이 안 된다"며 "확인된 사실을 식약처에 통보키로 했다"고 말했다.

식약처 역시 현재의 정황상 명확한 원인 규명이 어려울 것으로 보여 제조사의 잘못 여부만을 따진 뒤 행정 처분을 내릴 공산이 크다. 결국 '경유 소주'는 영구 미제로 남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진로로서도 반길만한 것은 아닌 것으로 유통업계는 보고 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원인이 규명되지 않으면 의혹만 증폭될 수 있다"며 "차라리 유입 경로가 명쾌하게 밝혀지는 것이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는 데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jeon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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