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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워지는 한반도>⑦`시한폭탄' 열대·아열대 감염병

송고시간2013-05-23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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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들이 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자료사진)

환자들이 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기획취재팀 = 지난 2011년 7월 보건당국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경상남도에 거주하는 30대 여성이 뎅기열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는데, 감염지역이 외국인지 아니면 그동안 우리나라에선 단 한번도 보고된 적이 없는 토착 감염인지 여부가 불분명한 사례였기 때문이다.

이 여성은 같은 해 4월 뎅기열이 흔한 인도네시아를 방문한 바 있었다. 그러나 귀국 후 아무런 이상이 없던 이 여성은 40일 가까이 지나서야 뎅기열 증상을 보였다. 통상적인 뎅기열 잠복기(14일)를 훌쩍 넘긴 상태였던 것이다.

보건당국은 이 여성이 국내에 자생하는 모기에 의해 감염된 첫 뎅기열 환자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거주지 인근의 매개 모기를 채집해 뎅기열 바이러스 보유 여부를 검사했다.

다행히 채집한 모기에서 뎅기열 바이러스는 나오지 않았고 명확한 감염경로도 확인되지 않았다. 또 인근 병원을 중심으로 유사증상을 보인 환자를 조사했지만 역시 발병 사례를 찾지 못했고, 결국 당국은 명확한 원인을 밝히지 못한 채 조사를 마무리했다.

원인불명으로 막을 내리긴 했지만, 당시 사례는 우리 보건당국에 뎅기열을 포함한 열대·아열대 감염병의 토착화 가능성을 일깨워준 사건이었다.

온난화가 가속화하면 국내에서도 토착 뎅기열 발생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진다. 고온다습한 날씨는 뎅기열을 옮기는 매개체인 흰줄숲모기의 서식 가능 범위를 더 넓힌다.

이런 상태에서 뎅기열이 일상화한 지역을 여행하다 감염된 환자들이 국내에 다수 유입되고, 매개 모기와 감염자 간 접촉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뎅기열이 토착화한다.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가 짙어지면 기온은 올라가고 강수량은 늘어나면서 열대 및 아열대성 감염병이 토착화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특별한 온실가스 저감 정책이 없는 경우(RCP 8.5) 오는 2050년까지 한반도의 평균 기온은 3.2도 상승할 것이라는 게 정부의 전망이다. 이 경우 아열대 기후대가 남해안 지역에서 내륙을 제외한 전국으로 확산되고 제주도와 울릉도 등 섬 지역에서는 겨울이 사라진다.

열대야 일수는 지금보다 6배 늘어나 30일에 이르고 강수량은 15.6%, 강수강도는 13% 증가하고 집중호우도 빈번해질 것으로 보인다.

(자료사진)

(자료사진)

여기에 여행객 등의 국제적 이동이 활발한 한국은 뎅기열이 토착화할 최적의 조건을 갖추게 되는 셈이다.

우리와 비슷한 위도에 있는 유럽의 여러 나라는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에게 닥칠 것으로 우려되는 열대·아열대 감염병 상륙을 최근 경험했다.

프랑스 남부 니스에서는 지난 2010년 9월 64세 남성과 18세 남성이 첫 토착 뎅기열 환자로 보고됐다. 또 같은 시기에 크로아티아에서도 독일인 여행객이 뎅기열에 감염됐다. 포르투갈에서도 지난해 3월 2명의 토착 뎅기열 환자가 처음 발생했다.

국립보건연구원 박미연 질병매개곤충과장은 "우리나라에는 뎅기열을 옮기는 흰줄숲모기가 광범위하게 서식하고 있다. 해외에서 감염된 환자들이 다수 유입될 경우 모기들과의 접촉을 통해 국내에서 뎅기열이 토착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기후변화로 국내 토착화가 우려되는 열대 및 아열대 감염병은 뎅기열뿐만이 아니다.

주로 아프리카와 미국 등에서 유행하는 웨스트나일열도 지난해 처음으로 국내에 감염자가 유입되면서 보건당국이 토착화 예방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뎅기열과 웨스트나일열이 미래에 닥칠 위험이라면 가을철 진드기에 물려 걸리는 발열성 질환인 쓰쓰가무시는 이미 우리에게 일상화한 대표적인 기후변화 질환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 신고된 쓰쓰가무시 환자는 8천633명으로 10년 전인 2002년의 1천919명보다 349%나 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대 중반부터 국내 쓰쓰가무시 발생이 급증했는데, 온난화로 여름이 길어지면서 이 병을 매개하는 진드기 개체수가 늘어난 것이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게 정부 분석이다.

쓰쓰가무시를 옮기는 활순털진드기의 분포 한계선은 1996년만 해도 전북 북부, 충남 및 충북, 경북 남부지역을 잇는 선이었지만, 10여년 만에 경기남부, 충북 북부, 경북 중부까지 북상했다.

최혜련 질병관리본부 기후변화대응 TF팀장은 "온실가스 저감정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온실가스가 미치는 영향은 계속될 것이며 기후변화에 민감한 감염병도 증가할 것"이라며 "이런 감염병 예방을 위한 건강 적응대책이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meolakim@yna.co.kr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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