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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어린 목숨보다 이미지 훼손 걱정이 우선인 어른들

송고시간2013-07-19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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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에 "우리와는 상관없다"는 전화 줄이어

(태안=연합뉴스) 정윤덕 기자 = "이번 사고와 우리는 상관없으니 기사에 반영해 주세요"

18일 오후 사설 해병대 훈련 캠프에 참여했던 충남 공주사대부고 2학년 학생 5명이 실종됐다는 소식이 보도되자 연합뉴스에 빗발쳤던 전화 대부분은 이런 내용이었다.

초기 기사에 사고 장소가 '해병대 아카데미'로 적시되자 비슷한 이름을 쓰는 사설 캠프 운영업체들의 전화가 줄을 이었다.

'참가예약을 한 곳에서 문의전화가 계속 걸려온다. 사고 캠프의 정확한 이름을 알려 우리가 피해를 보지 않게 해달라'는 것.

기사에서는 해병대 아카데미를 사설 캠프를 가리키는 일반명사로 사용했지만 이를 고유명사, 즉 캠프 이름으로 쓰는 곳도 이미지 타격을 걱정하며 전화를 걸어왔다.

이렇게 해병대 명칭을 쓰면서 캠프를 운영하는 곳은 전국적으로 2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병대 사령부도 비슷한 전화를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해병대가 여름에 직접 운영하는 캠프는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 한 곳뿐으로 실종된 고교생이 훈련에 참여했던 캠프는 해병대와 전혀 무관하다"는 내용이었다.

첫 기사부터 사고 장소의 행정구역이 충남 태안군 안면읍으로 보도된 만큼 누구나 사고 캠프가 이들 업체나 해병대 사령부 운영 캠프와는 무관함을 알 수 있지만 이 같은 사정은 뒷전인 인상이었다.

안면읍 내 해수욕장 상인들 역시 사고가 난 캠프의 안전불감증을 소리 높여 지적하면서도 기사에 본격 피서철을 앞두고 있음을 감안해 해수욕장이 거론되는 것은 꺼렸다.

한 상인은 "사고가 난 곳이 인접 해수욕장보다 항포구에 더 가깝다"며 "항포구 인근에 마련된 캠프로 해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충남지역 교육을 총괄하는 도교육청도 사고 당시 상황을 파악해 언론에 전해주다가 중간에 발을 뺐다.

공주사대부고는 공주대학교 부속학교로, 도교육청 지시를 받거나 업무현황을 보고하지 않으므로 기사에 도교육청은 언급하지 말아 달라는 것이었다.

한 실종 학생의 부모가 대답 없는 캠프를 향해 "당신들은 동생이나 자식이 없느냐"고 절규하던 목소리는 업체나 기관 이미지가 우선인 어른들의 이기주의에 묻혀버렸다.

cob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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