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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욱 PD "새 시트콤 99.5% 웃기고 0.5% 진지"

송고시간2013-08-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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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감자별2013QR3' 연출…"화장실 유머, 거친 대사 마음껏 쓸 것"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지붕 뚫고 하이킥',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시리즈로 유명한 김병욱(53) PD가 케이블 채널에서 처음으로 일일시트콤을 선보인다.

오는 9월 23일부터 tvN에서 월-목요일 밤 9시 15분 방송되는 '감자별2013QR3'(120부작, 편당 45분)이다.

이 시트콤은 2013년 어느 날 지구로 날아온 의문의 행성 '감자별' 때문에 벌어지는 노 씨 일가의 좌충우돌 이야기가 그려진다.

노송(이순재 분), 노수동(노주현)의 가족으로 노수동의 부인인 왕유정(금보라), 아들 노민혁(고경표), 딸인 노보영(최송현)과 노수영(서예지), 노보영의 남편인 기도상(김정민), 보영-도상 부부의 두 아들 등이 나온다.

이들 주변에 있는 사람들로는 노씨 집안의 가신 같은 존재인 오이사(김광규)와 창고에 얹혀사는 길선자(오영실)-나진아(하연수) 모녀, 한국의 마크 저커버그를 꿈꾸는 미스터리한 청년 홍혜성(여진구), 음악밖에 모르는 가난한 기타리스트 장율(장기하), 노수영의 남자친구로 한국에 왔다가 버림받는 외국인 남자 줄리엔(줄리엔 강) 등이 등장한다.

28일 상암동 CJ E&M 사옥에서 만난 김 PD는 이번 시트콤을 기획하며 코미디에 중점을 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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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전작에 관해 "꼭 정치의식을 가진 건 아닌데, 사회적으로 올바름이라고 하는 것에 빠진 것 같다. '하이킥 3'('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은 많은 분들이 '약간 정치적인 색깔을 지니고 있나'라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 돌이켜 보면 어떤 얘기를 쓸데없이, 부질없이 넣으려고 하는 부분이 있었던 듯하다. 반성하는 부분이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고유하게 재미있게 해주는 기능이 좋은 것 같다. '하이킥 3'에서 청년실업도 잘 다루면 좋은데, 리서치를 잘 안 하고 다뤄서 실패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관념적으로 센 대사를 쓰고 정치적으로 옳은 드라마가 좋은 드라마라는 생각을 나도 모르게, 작가들도 같이했던 것 같다. 이번엔 그냥 편하게 웃을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 거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시트콤에서는 그동안 MBC, SBS 등 지상파에서 하지 못한 화장실 유머나 성인용 코미디를 좀 더 과감히 보여준다는 것.

그는 이순재 캐스팅과 관련해 "하이킥 1, 2를 함께 하다가 3을 할 때에는 어른들 코미디를 잘하지 못했다. 약간의 청춘물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었는데, 이순재 선생님이 그 연세의 캐릭터가 없다고 하니까 좀 서운하셨나 보더라. 하지만 선생님은 지금도 날 좋아하고 이번엔 92세 할아버지, 주책 맞은 할아버지 역할을 부탁드렸더니 흔쾌히 수락하셨다"고 했다.

또 "그동안 저녁 시간대에 지상파에서 시트콤을 방송하면서 조금만 화장실 유머가 들어가면 심의실에서 항의 전화를 받았는데, 이번엔 9시15분에 방송하고 지상파를 벗어난 기념으로 제대로 보여줄 생각이다. 그동안 쌓인 게 많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극중 진아(하연수)와 혜성(여진구)이 이어지는 과정도 이 집 화장실을 같이 쓰면서 벌어진다. 서로 일 보는 것을 다 봤기 때문에 처음엔 잘 안 이어지다가 나중에 이뤄진다"고 설명하며 "그런 게 재미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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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해온 지상파 채널에 비해 케이블 채널의 장점으로 더러운 이야기나 거친 대사를 마음껏 쓸 수 있는 점을 꼽기도 했다.

"원래 우리 대본이 좀 거친데, MBC의 생활은 심의실과의 싸움이었어요. '지랄'이란 말도 못 쓰고 더러운 이야기도 못 쓰게 해서 심의위원회랑 많이 다퉜죠. 지상파에서는 청소년 시간대에 우리가 쓰는 어휘들이 거칠다고 봤고, 나는 그게 별 게 아니지만 고수해야 한다는 게 있었거든요. 케이블은 그런 점에서 되게 좋다고 생각해요. 대본을 전보다 훨씬 더 거칠게 썼는데도 별로 제재가 없어서 너무 좋아요. 나가도 상관없다고 하더군요."

그는 "케이블에선 열혈 시청자를 대상으로 하고 싶은 바람이 있다. 지상파는 시청률 15%가 못 되면 콘텐츠 질에 상관없이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나. 케이블에선 그렇지 않아서 좋다"고 덧붙였다.

지구로 의문의 행성이 날아온다는 기본 설정을 이야기하며 그는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영화 '멜랑콜리아'를 언급했다.

그는 "지구로 행성이 날아온다는 설정은 여러 작품에서 많았지만, '멜랑콜리아'는 특히 좋았다. 약간의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울한 분위기로 압도하는 영화 '멜랑콜리아'처럼 이번 시트콤에도 우울한 정서가 담겨 있느냐는 질문에는 "내 코미디는 조금 허무하거나 슬픈 지점이 있는 것 같다. 내가 가진 세계관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는 듯하다. 작가들은 그런 내 성향에 맞춰주려고 노력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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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하이킥 3'에서 보여준 지나친 진지함을 반성한다고 하면서도 코미디에 약간의 어두운 세계관이나 메시지를 담는 자신만의 스타일은 유지할 거라고 강조했다.

"드라마가 엔터테인(오락) 기능이 있어도 어떤 역할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수많은 드라마가 있는데, 어떤 차이가 있을까 생각해야 된다는 거죠. '지붕킥'도 엔딩이 욕을 먹긴 했는데, 늘 남자주인공이 불같이 사랑을 하란 법도 없고, '다니엘'이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끝까지 몰랐던 것처럼 그럴 수 있는 거죠. 제가 가진 균형감이란 게 그래요.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드라마도 많지만, 비관적이거나 염세적인 걸 다루는 드라마도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지붕킥'은 다른 드라마에 조금은 영향을 끼친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고작 시트콤 하나 하면서 뭐 그렇게 심오하게 그러냐고 하는데, 저는 우리 시트콤이 99.5% 허접한 농담으로 이뤄져 있지만, 0.5%는 그런(진지하거나 심오한) 게 있다고 말하고 싶어요. 제가 '설국열차'를 만드는 사람도 아니고 대단한 메시지를 갖고 시작하지 않아요. 드라마 중에도 하위 장르를 하는 사람일 뿐이지만, 그래도 어떤 생각을 가졌을 거 아닌가요. 그런 게 0.5%는 녹아있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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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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