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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관우 "목 용종, 생명 끊긴 느낌…살려고 노래했다"

송고시간2013-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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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신곡…"둘째 아들이 다음 앨범 작곡·편곡·프로듀싱"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살아남고자 하는 욕구로 신곡을 불렀습니다. '가니 가니' 하는 가사가 제 목을 가리키는 것 같았어요."

가수 조관우(48)가 새 싱글을 통해 신곡 '화애'로 돌아왔다. 마지막 앨범이 지난 2008년 11월이니 새 노래로 대중을 찾기까지 꼬박 5년이 걸린 셈이다.

최근 세종로 인근의 한 음식점에서 취재진을 만난 조관우는 "거진 포기 상태였다. 음반을 내도 안 될 것 같았다"며 "은퇴 음반이 되더라도 언젠가 제대로 내가 가진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은 했지만, 막연하게 때를 기다리기만 했다"고 그동안 겪은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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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난 2011년 MBC '일밤 -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면서 오랜만에 스포트라이트의 한가운데에 섰다. 시청자들은 흔치 않은 그만의 고음 가성을 다시금 떠올렸고, 경연에서 그가 선보였던 노래들은 음원 차트 상위권을 차지했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이후 거진 15년 만에 환기된 관심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게다가 매주 어김없이 찾아온 피 말리는 경연은 가수로서는 치명적인 목 용종과 성대 결절까지 불러왔다.

"노래 한 곡으로 승부를 보는 것은 저 같은 가수에게는 어렵습니다. 저는 잔잔하게 감동을 주는 스타일이거든요. 단발로 승부수를 던지려니 제가 지니지 않은 다른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 겁니다. 그때부터 목에 상처가 생기고 혹이 붙었죠."

자신의 전매특허인 높은 가성이 공연장에서 더는 나오지 않았을 때 그가 느낀 절망감은 컸다.

"'내가 끝인가 보다, 목의 생명이 다했나 보다' 하고 생각했어요. 제 생명이 끊어진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한동안은 소리가 나오지 않아 '나쁜 생각'마저 했을 정도였어요."

조관우는 지난해 7월에는 전 매니저가 휘두른 흉기에 상처를 입고, 올해 6월에는 몸담은 예당엔터테인먼트의 변두섭 회장이 세상을 떠나는 아픔을 연이어 겪었다.

그럼에도 다시 새 노래를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은 예당엔터테인먼트 시절 만난 지금의 매니저 덕이다. 용종 제거 및 성대 결절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던 그에게 새 음반을 내도록 용기를 북돋웠다.

조관우는 "매니저와 가수 사이는 친하더라도 벽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친구는 부담이 없었고 배려심이 느껴졌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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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에는 타이틀곡 '화애', 자녀들을 생각하며 불렀다는 '메이비 유(Maybe U)'와 이들의 반주곡이 담겼다.

'화애'는 우리 전통 음악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국악기 대신 현악 오케스트라와 밴드를 사용해 웅장한 느낌을 자아내는 곡. 특히 3옥타브를 넘나드는 조관우 특유의 가성을 십분 활용, 애절한 느낌을 극대화했다.

조관우는 "가니 가니 나를 버리고서, 내가 없는 곳에 너는 멀리 가려 하니"라는 이 노래의 가사가 마치 한때 잃어버릴 뻔한 자신의 목소리를 가리키는 것 같았다고 했다.

"'화애(火愛)'에는 내 안에 있는 너를 태워 보낸다는 느낌을 담았습니다. 저는 제 목소리를 떠나보내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슬프다기보다는 잔인했죠."

그는 "어려운 곡이지만, 반복해서 들으면 마약처럼 빠져드는 곡"이라며 "지금까지 내가 낸 노래 가운데 노랫말과 멜로디가 가장 슬프다. 클래식에 가깝지만 동양적인 감성이 들어 있기에 나에게 딱 맞춰진 노래"라고 소개했다.

지난 1994년 히트곡 '늪'이 수록된 1집 '마이 퍼스트 스토리(My First Story)'로 데뷔한 그는 내년이면 벌써 가요계에 몸담은 지 20년을 맞는다.

이에 따라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20주년 기념 정규 음반을 준비하고 있다. 독특한 점은 아직 15세밖에 되지 않은 그의 둘째 아들 조현 군이 작곡, 편곡, 프로듀싱을 맡는다는 것이다.

잠도 자지 않고 피아노, 재즈, 베이스, 미디 등을 배울 정도로 음악에 대한 열정과 이해력이 남다르다는 그의 '아들 자랑'에 뿌듯함이 묻어나온다.

"요즘 친구들은 곡을 만들 때 음악을 채우기 바빠요. 그런데 아들은 오히려 빼려고 합니다. 보통 식탁에 음식을 차려 놓는다면 아들은 맛없는 음식을 빼는 식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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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20년을 앞둔 그에게 자신의 가장 큰 무기일 법한 음색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그랬더니 "내 음색이 재수없다"는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조관우는 "나는 마이클 볼튼 같이 허스키한 저음을 좋아하지만, 진성이 2옥타브 솔까지 밖에 나지 않는다"라며 "19세 때 클럽 무대에 오르면서 가성을 쓰는 가수의 사례를 보며 지금의 목소리를 찾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목소리의 애절함 때문에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렇지만 진성도 잘 나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아쉬움에 '재수가 없는' 것이죠. 그래도 카스트라토의 음역대까지 걸친다는 점은 자랑스럽습니다. 하하."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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