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2인자 장성택 실각설…국정원 "측근 2명 공개처형"(종합2보)
송고시간2013-12-03 21:08
김정은 체제 권력구도 대변화 예고…"장성택 자취 감춰""北, 절대충성 강조 사상교육 실시 등 내부동요 차단 부심"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홍제성 이영재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고모부이자 김정은 체제의 사실상 2인자 역할을 해온 장성택(67)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최근 실각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김정은 제1위원장의 후견인 역할을 하면서 핵심 권력을 행사한 것으로 평가되는 장성택의 실각은 북한 권력 구도의 대변화를 예고하는 것이다.
국가정보원은 3일 "최근 노동당 행정부 내 장성택의 핵심 측근들에 대한 공개처형 사실이 확인됐으며, 장성택도 실각했을 가능성이 농후한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을 국회 정보위 민주당 간사인 정청래 의원 등에게 보고했다.
국정원은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11월 하순 북한이 당 행정부 내 장성택의 핵심 측근인 리룡하 제1부부장과 장수길 부부장을 공개처형한 이후 장성택 소관 조직과 연계 인물들에 대해서도 후속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리 제1부부장과 장 부부장이 장 부위원장의 '오른팔'과 '왼팔'이며 장 부위원장은 "자취를 감췄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 "공개처형 사실은 믿을만한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된 사항"이라며 "숙청 범위는 현재 진행 중인 상황이라 예단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장 부위원장은 김정은 제1위원장 집권 이후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과 함께 핵심 권력의 양대 축을 이뤘다. 장 부위원장은 군부에 대한 당 우위의 정치 시스템을 구축하고 시장경제 요소 도입을 비롯한 각종 경제개혁을 주도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올해 들어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에서 장 부위원장의 심복에 대한 비리 혐의를 포착하고 내사에 들어가는 등 일각에서 견제 움직임이 나타났고 장 부위원장도 올해 들어 공개활동을 자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에 따르면 장 부위원장은 작년에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공개 활동에서 106차례나 수행했으나 올해는 수행 횟수가 49차례로 급격히 줄었다. 지난달 6일 북한을 방문한 안토니오 이노키(Antonio 猪木) 일본 참의원 의원과 면담한 이후로는 한 달 가까이 공개석상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안보당국은 "현재 장성택은 모든 직책에서 해임됐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당 행정부는 기능이 무력화되거나 해체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예상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고모이자 장성택의 부인인 김경희 당 비서는 남편과 사이가 나쁨에도 '(장 부위원장을) 실각까지 시켜야 하느냐'는 의견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김경희의 거취에 대해서는 "특별히 확인된 바 없다"고 말했다.
안보당국은 처형된 장 부위원장 측근이 반당 혐의를 받았다는 점에서 보위부, 당 조직지도부 등이 이를 주도했을 것으로 추정하면서 사안의 성격상 김정은 제1위원장의 재가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북한은 장성택 부위원장의 실각 이후 내부 동요 확산을 막으려는 노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북한이) 내부적으로는 장성택 측근들을 비리 등 반당 혐의로 공개처형한 사실을 전파하고 김정은에 대한 절대충성을 강조하는 사상교육을 실시하는 등 내부동요 차단에 부심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지난 1일 "김정은 유일 영도체계를 철저히 세우며 세상 끝까지 김정은과 운명을 함께할 것"을 촉구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안보당국이 추정했다.
장성택은 노동당에서 정치국 위원, 행정부장, 중앙군사위 위원, 중앙위 위원 직책을 갖고 있으며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인민군 대장 직책을 맡아 왔다. 작년 11월에는 새로 출범한 국가체육위원회의 위원장직에 임명돼 북한의 '체육강국 건설' 열풍을 이끌어 왔다.
장 부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과도 인연이 있다. 박 대통령이 2002년 5월 유럽-코리아 재단 이사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했을 때 장성택 당시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은 박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만찬 자리에 배석했다.
함경북도 청진 출신인 장성택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인 2004년 초에도 '권력욕에 의한 분파행위'를 이유로 업무정지 처분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2년여 만에 당 근로단체 및 수도건설부 제1부부장으로 복귀한 데 이어 2007년 12월에는 당 행정부장에 임명되면서 권력의 중심에 올랐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집권 이후에는 후견인이자 사실상 2인자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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