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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파파 "주인공까지 20년…밴드는 마지막 희망"

송고시간2014-01-20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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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급 연주자들이 결성해 지난해 엠넷 '슈퍼스타K 5' 도전객원 보컬 박상민 가세해 싱글 '남자의 인생' 발표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어째서 프로들이 이 대회에 출전했나요?"

지난해 엠넷 '슈퍼스타K 5' 심사위원 이승철은 가요계 정상급 연주자들이 결성한 밴드 '미스터 파파'가 출전하자 이렇게 물었다.

한 가정의 아빠이기도 한 이들은 "가수가 찾아주지 않으면 연주자들은 돈을 벌 길이 없다. 생계가 어려워 한강에서 죽으려고 한 적도 있다"고 눈물로 고백해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이들이 만든 경연곡 '파파 돈트 크라이'(Papa Don't Cry)를 들은 심사위원 윤종신도 "노래하는 사람이 알아채지 못한 부분을 지적해준 것 같았다"고 눈물을 보였다.

생방송 경연으로 가는 마지막 단계에서 탈락한 미스터 파파는 도전이 끝나면 해체될 줄 알았다. 그러나 이들은 새 싱글 '남자의 인생'을 발표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최근 종로구 수송동에서 만난 이들에겐 팀 구성의 변화가 있었다. '슈퍼스타K 5' 출전 당시의 보컬 차진영과 드러머 이상훈이 빠지고 객원 보컬로 가수 박상민이 가세했다.

미스터 파파 "주인공까지 20년…밴드는 마지막 희망" - 2

미스터 파파 "주인공까지 20년…밴드는 마지막 희망" - 3

김석원(44·키보드), 조삼희(44·기타), 이명원(40·베이스)은 20년 연주 생활을 했지만, 언론 인터뷰는 '첫 경험'이라고 웃었다. 함께 자리한 박상민은 "이런 친구들이 잘돼야 한다"고 추임새를 넣었다.

미스터 파파와 박상민의 만남은 김건모, 클론, 채연 등을 키워낸 유명 프로듀서 김창환이 나서 도왔다.

박상민은 "멤버들은 내 공연과 앨범에 참여한 특급 연주인들"이라며 "김창환 씨가 미스터 파파란 그룹이 없어지는 게 안타까워 보컬을 찾고 있다며 '너밖에 없다'고 연락이 왔다. 내 앨범도 나와야 하는데 1분도 안 돼 오케이했다"고 웃었다.

미스터 파파는 김건모의 13집(2011년) 수록곡으로 김창환이 작사, 작곡한 '남자의 인생'을 리메이크해 선보였다. 김석원이 편곡했고 가수 홍경민이 코러스를 더했다.

김석원은 "13집에서 묻힌 곡이었는데 아빠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며 "김건모 씨가 부른 버전이 알앤비 솔(R&B Soul)이라면 우린 록 요소를 넣어 밴드 음악으로 편곡했다"고 소개했다.

조삼희는 "박상민 형님이 '원 테이크'(One Take·곡 전체를 한 번에 녹음하는 것)로 부르며 울컥하더라"고 하자 박상민은 "김건모가 노래 고수여서 스타일을 따라가지 않으려고 원곡을 듣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멤버들의 경력은 박상민의 칭찬처럼 무척 화려하다.

김석원은 1988년 서울올림픽 주제가 '손에 손잡고'를 부른 그룹 '코리아나' 김영일 단장과 홍화자 씨 부부의 차남이자 연기자 클라라의 사촌. 서울예대 실용음악과에서 작곡을 전공했다.

1995년 '이문세 쇼'부터 '이소라의 프로포즈', '윤도현의 러브레터', '이하나의 페퍼민트', '유희열의 스케치북'으로 이어진 KBS 2TV 대표 음악 프로그램의 하우스 밴드에서 활동했다. 작곡, 편곡한 히트곡도 '사랑하긴 했었나요'(리사), '눈물에 얼굴을 묻는다'(장나라), '사랑의 향기'(이은미) 등 다수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기타를 잡은 조삼희는 고교 시절 서태지와 함께 음악을 했고 해군홍보단에 입대해 유희열, 롤러코스터의 지누 등의 뮤지션을 만난 인연으로 1995년 지누밴드로 프로에 입문했다. 1996년부터 이승환 밴드에서 15년간 활동했고 현재 작곡팀 '파자마 공방'으로 곡을 쓰며 '유희열의 스케치북' 하우스 밴드에서 객원 연주자로 활동 중이다. 다섯손가락의 이두헌이 운영하는 방배동의 클럽에서도 밴드를 이끌고 있다.

이명원은 고교 2학년 때부터 베이스를 쳤다. 1996년 고찬용, 이소라 등이 있던 그룹 낯선사람들 앨범에 연주자로 참여하며 이소라를 알게 돼 1999년부터 '이소라의 프로포즈'의 하우스 밴드에 합류했다. 프로 입문 때부터 '베이스 신동'으로 불렸다고 한다.

이들은 지난 17일 방송된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했다. 자신들이 약 20년간 연주하던 바로 그 무대에 비로소 주인공으로 출연한 것이다.

이명원은 "내가 연주하던 자리에서 가수들이 서는 중앙 무대까지 몇 미터밖에 안 되는데 그 자리에 나서기까지 20년이 걸렸다. '슈퍼스타K 5' 방송이 나가고 가장 처음 전화한 사람이 유희열 씨인데 '이번엔 그때처럼 울지 말고 웃음을 달라'고 하더라"고 웃었다.

이들의 등장으로 내로라하는 연주자들도 경제적으로 열악한 국내 음악 환경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했다.

조삼희와 이명원은 "연륜이 쌓이면서 음악의 깊이가 생기고 이제 할 만한데 아이돌 중심 시장이 되며 설 무대가 점점 줄어들었다"며 "음악 프로그램 하우스 밴드도 가수들이 개별 밴드를 데려오면 부르지 않는다. 예전엔 개인 레슨도 했는데 실용음악학원이 많이 생겨 이마저도 어렵다. 가정을 꾸리게 되니 현실은 더욱 팍팍해졌다"고 설명했다.

김석원도 "꽤 부유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아버지(김영일)가 보증을 잘못 서 가세가 기울고 그 충격으로 돌아가셨다"며 "어머니(홍화자)도 지금 봉사하면서 힘들게 사신다. 형제 셋이 모두 음악을 하는데 어머니가 '슈퍼스타K 5' 도전을 누구보다 응원해주셨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가수들의 삶도 빈부 격차가 심하지만, 연주인들은 우리보다 훨씬 더 힘들죠. 실용음악과 친구들이 '슈퍼스타K 5'를 보고 '멘붕'(멘탈 붕괴)에 빠졌다고 하더군요. 자신들의 미래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호소에 그치면 구질구질해져요. 음악으로 힘을 보여줘야죠."(박상민)

멤버들은 후배 연주자들을 위해 주저앉으면 안되겠다는 의지로, 지속적인 음악 생활을 위한 마지막 기회란 생각으로 앞으로 밴드를 최우선에 두고 꾸준히 활동할 계획이다.

이들은 "우린 새 가족이 됐고 밴드는 우리의 마지막 희망"이라며 "다른 스케줄이 있더라도 밴드를 우선으로 하기로 약속했다. 객원 보컬 체제로 운영하며 창작곡을 통해 밴드의 색깔을 입혀가겠다. 40대 연주인도 '할 수 있다'는 모범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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