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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결산> ①고령화 심각…상봉 과정 곳곳에 난관

송고시간2014-02-25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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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세 이상 고령자가 대다수…'일회성 만남'으론 한계 매년 南에서만 4천명 사망하지만 상봉 규모는 제자리

'살아있었다니'
'살아있었다니'

(금강산=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지난 23일 북측 전영의(84)씨가 미국에서 온 동생 권영자(왼쪽)씨와 김경숙(오른쪽)씨를 만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3년4개월 만에 재개된 남북 이산가족 상봉은 이산가족 고령화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분단 후 6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르면서 혈육과 재회하지 못한 채 세상을 뜨는 이산가족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고, 운 좋게 만남의 기회를 잡더라도 상봉까지 여러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이산가족의 사망과 고령화로 부모나 형제 등 직계가족이 생존해 있는 경우가 점점 줄어들고 노환에 시달리는 이들도 많아져 현재의 방식으로는 상봉 자체가 어려워지고 갈수록 그 의미도 퇴색될 수밖에 없다.

◇ 이산가족 고령화로 상봉과정 차질…상봉자 선정방식도 문제

지난 20∼22일 열린 이산가족 1차 상봉에서는 상봉 전부터 숨지거나 만남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상봉 과정에도 건강 악화로 중도 귀환하거나 치매로 혈육을 만나고도 알아보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이어졌다.

<이산가족 결산> ①고령화 심각…상봉 과정 곳곳에 난관 - 2

감기증세로 쓰러져 구급차를 타고 금강산으로 들어간 김섬경(91)씨와 홍신자(84·여)씨는 건강이 악화해 결국 상봉 둘째 날 중도 귀환했다.

상봉 마지막 날에도 이영실(89)·이오환(85)·이효국(91)씨 등 5명이 건강이 나빠져 병원 등으로 이송됐다. 이영실씨는 치매로 60여 년 만에 만난 딸과 동생을 알아보지 못했고, 이오환씨는 작별상봉 도중 울다 탈진해 쓰러졌다.

이런 사례는 거동이 불편하거나 건강이 안 좋은 고령자에게는 금강산까지 먼 거리를 이동해 2박3일씩 머무르는 지금의 상봉 일정을 소화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육체적 피로와 함께 격한 감정의 동요 등 정신적 부담도 동반하기 때문이다.

이번 1차 남측 상봉단 82명의 경우 90대 25명, 80대 41명, 70대 9명, 69세 이하 7명으로, 80세 이상 고령자가 80%가 넘는다.

2차 상봉에 나섰던 북측 이산가족 88명은 80∼89세가 82명, 70∼79세가 6명으로, 80대가 93%를 넘었다.

상봉자 선정 과정에서도 문제점이 노출됐다.

'하염없이 눈물만'
'하염없이 눈물만'

(금강산=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남측 상봉단의 이영실 할머니(87, 오른쪽)가 지난 20일 북측의 여동생 리정실(84) 할머니를 만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지난해 9월 25∼30일 금강산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상봉을 앞두고 추첨을 통해 뽑힌 1차 상봉 후보자 500명 가운데 150명 정도는 건강 문제 때문에 스스로 상봉을 포기했다는 것이 대한적십자사의 설명이다.

부모, 형제, 자녀 등 가까운 피붙이는 사망하고 조카, 삼촌 등 얼굴도 잘 모르는 친인척만 남은 것으로 확인되는 경우에 아예 상봉하지 않기로 마음을 바꾸는 예도 있다.

이에 따라 결국 당초 예정된 상봉 인원 100명을 채우지 못하고 96명만 최종 명단에 올라갔다.

그러나 작년 9월 상봉이 무산된 뒤 불과 5개월 사이 이 중 2명이 숨지고 12명이 건강 악화로 상봉을 포기하면서 82명만 이번에 가족을 만날 수 있었다. 같은 기간 북측 상봉 대상자도 비슷한 이유로 당초 계획한 100명에서 88명으로 줄었다.

이번 1차 남측 상봉단 82명이 만난 북측 가족은 형제자매가 50명으로 가장 많고 3촌 이상이 20명, 자식 11명, 배우자 1명이었다.

2차 북측 상봉단 88명의 경우 형제자매 73명, 3촌 이상 14명, 자식 1명이었다.

최고령 김성윤 할머니 동생과 감격의 상봉
최고령 김성윤 할머니 동생과 감격의 상봉

(금강산=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남측 상봉단의 최고령자인 김성윤(96, 맨 왼쪽) 할머니가 지난 20일 동생 석려(80, 왼쪽에서 두번째)씨와 사촌 조카를 만나 서로 안부를 묻고 있다.

◇ 일회성 만남 한계…상실감 등 후유증 우려

남북 각 100가족씩 고작 1년에 한두 번꼴로 이뤄지는 현재의 상봉 방식도 아쉬움을 낳았다.

상봉 대상자로 선정되는 것 자체가 '로또'로 불릴 만큼 확률이 극히 낮은데다 면회 수준의 짧은 만남에, 한번 만나면 또다시 기약없는 이별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과거 가족과 상봉한 이산가족 중에는 후회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이 이상철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 위원장의 설명이다.

다시 만나지도, 연락하지도 못하는 기약없는 이별을 해야 하는 상실감과 어려운 북녘의 가족을 도울 길이 없다는 무력감, 60년이라는 세월의 장벽으로 너무나 달라져 버린 가족의 모습에 대한 실망감 때문이라고 한다.

이번 1차 상봉에서 여동생을 만난 남측 상봉단 최고령자 김성윤(96·여)씨와 동행했던 아들 고정삼(67)씨는 "만나는 것만 해도 반갑고 고마웠지만 헤어질 때는 허탈하고 허무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어차피 만난 사람들이니 정부에서 추후에라도 화상 상봉이나 편지 왕래라도 할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지난 2010년 11월 상봉 때 북한의 여동생을 만나고 온 김영태(87) 씨는 "3년 전 동생 얼굴을 한번 본 이후 아직까지 소식 한번 못들었다"라며 "만나서 좋았지만 이렇게 되니 안 만나니만 못하다는 생각도 들고 다음에 또 기회가 생겨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 南서만 해마다 4천명씩 사망…상봉 규모는 제자리

그나마 상봉의 기회를 잡은 사람들은 극소수다. 가족과의 만남은커녕 생사조차 모르고 숨지는 이산가족들이 대다수다.

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가 공동운영하는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따르면 1988년부터 지난해 12월 말까지 등록된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는 12만9천264명이다.

'다시는 놓고 싶지않은 손'

'다시는 놓고 싶지않은 손'

하지만 이 가운데 지난해에만 3천841명이 사망하는 등 전체 상봉 신청자의 44.7%에 이르는 5만7천784명이 숨졌다. 생존자는 7만1천480명 뿐이다.

특히 최근 10년 사이 급속한 고령화로 매년 약 4천명의 이산가족이 유명을 달리하고 있다.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사망자는 연평균 3천830명에 달한다.

현재 생존해 있는 사람들도 80세 이상이 52.8%에 달하는 등 70세 이상의 고령자가 81.5%를 차지해 사망자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이처럼 사망자는 하루가 다르게 증가하는데 한번에 상봉하는 규모는 지난 30년간 제자리걸음이다.

당국 차원의 이산가족 상봉이 처음으로 성사된 1998년 이후 지난해까지 가족을 만난 사람은 당국과 민간 차원의 대면·화상 상봉을 모두 합쳐도 남북을 통틀어 2만5천282명에 불과하다.

이번에 만난 1차 남측 상봉단 82명과 북측 가족 178명, 2차 북측 상봉 대상자 88명과 남측 가족 357명을 합쳐도 2만6천명을 넘지 않는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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