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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15년에 얻은 뱃속 세 쌍둥이와 아내를…

송고시간2014-05-09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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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연합뉴스) 황봉규 기자 = 경남 통영에서 차량 임대업을 하는 박모(47)씨.

그는 지난해 말 그토록 기다리던 소식을 접했다.

결혼한 지 15년이 지나도록 아기를 가지지 못해 노심초사하던 박씨는 아내가 드디어 임신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동안 아기를 가지려고 갖은 노력을 하고도 실패했던 박씨 부부는 2011년께부터 시험관 아기 시술을 3차례 받은 끝에 임신한 것이다.

그것도 세쌍둥이라는 소식에 박씨는 기뻐했다.

아내 뱃속에 1명의 아기가 생겼고 인공 수정 과정에서 쌍둥이가 잇달아 뱃속에 자리를 잡았다는 설명을 병원에서 들었다.

11살 어린 아내가 다니던 직장마저 그만두고 임신에 성공하면서 박씨는 지난 몇 개월간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박씨는 세쌍둥이를 가진 아내의 배가 심하게 불러오면서 걱정이 되기도 했으나 다니던 병원에서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진단해 안심하고 지냈다.

그러다 통영의 다니던 병원에서 몸이 무거워 힘들어하는 아내를 위해 인근의 큰 병원에서 몸 상태를 개선하는 진단을 받아볼 것을 권유받았다.

박씨는 지난달 16일 국립 경상대병원에 아내를 입원시켜 임신부에 좋다는 링거주사를 맞히며 아내의 상태가 나아지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담당 의료진이 배가 너무 부른 아내를 위해 뱃속 양수를 빼내자고 해 수술을 받은 것이 불행의 전초였다.

양수를 빼내고 아내 몸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면서 담당 의료진이 쌍둥이를 유산시켜 남은 한 아이와 산모를 살리자고 권유했다고 박씨는 밝혔다.

어린이날인 지난 5일 박씨 아내는 임신 24주 만에 어렵게 가진 쌍둥이의 심장을 정지시키는 수술을 받았다.

쌍둥이를 사산했지만 남은 1명의 아이라도 잘 키우자고 다짐한 박씨 부부의 희망은 결국 좌절됐다.

박씨 아내의 하혈이 계속되면서 지난 6일 또다시 수술이 진행됐고 사산한 쌍둥이와 함께 남은 한 명의 태아마저 유산됐다.

이틀 만에 3명의 태아를 모두 잃은 박씨는 지난 8일 더 큰 아픔을 겪고 절규했다.

태아를 사산하면서 아내가 온몸이 붓고 혈액이 응고되는 등 급성패혈증 증세로 숨을 거뒀기 때문이다.

박씨는 "15년 만에 가까스로 임신한 아내가 태아에게 애착이 많았는데 아기는 물론 사랑하는 아내마저 갑자기 잃어 황망하다"며 "큰 병원이라고 해서 왔는데 아기와 아내를 모두 잃는 의료사고를 당해 너무 억울하다"고 울먹였다.

이에 대해 경상대병원은 담당 의료진이 최선을 다해 진료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상대병원 산부인과 담당 의료진은 "산모는 쌍태아수혈증후군이라는 희귀질환이 있는 고위험군 산모였다"며 "최선을 다해 진료했다"고 해명했다.

진주경찰서는 박씨 아내에 대한 부검결과가 나오는 대로 박씨와 의료진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건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다.

b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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