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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죽마고우'의 엇나간 '의기투합'

송고시간2014-11-03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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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두 친구, 납치강도 뒤 교통법규 지키다 덜미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초·중·고교 12년 동창 친구 두 명은 최근 '잇단 불행'으로 괴로워했다.

염모(32)씨는 다니던 직장을 관두고 캐피털업체 등에 5천만원가량 빚까지 지고 있었다. 여자친구는 사정도 모른 채 결혼준비를 착실히 하고 있었다.

염씨의 친구 윤모(31)씨는 최근 자신의 과실로 4중 추돌사고를 내고 4개월 형을 살고 나왔다.

중상을 입은 6명의 피해자 중 3명과는 거액을 들여 합의했지만, 나머지 3명과는 합의하지 못한 탓이었다.

윤씨는 교통사고의 여파 등으로 '죽마고우' 친구 염씨와 마찬가지로 3천만원가량 빚더미에 짓눌리고 있었다.

인생이 답답하던 두 친구는 엇나간 방향으로 의기투합했다.

염씨 형의 차로 음주운전 차량을 상대로 차량사고 사기를 치기로 한 것이다.

지난 2일 새벽 '디데이(D-day)'로 정한 날이 찾아오자 두 친구는 함께 차를 타고 광주 남구 봉선동과 서구 상무지구 등 유흥가 주변을 배회하기 시작했다.

두 친구는 음주운전 차량만 찾으면 그대로 들이받을 작정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계획은 막상 닥친 현실에서는 엇박자를 냈다.

자정부터 새벽 6시께까지 유흥가 주변을 돌아다녔지만 음주운전 차량을 한 대도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몸과 마음이 지칠 때쯤 이들은 마침내 범행대상을 찾아냈다.

그러나 술에 취한 남성은 운전은 하지 않은 채 세워놓은 차 운전대에 발을 올려놓고 쉬고 있어 사고 위장을 할 수 없었다.

염씨와 윤씨는 그냥 돈을 빼앗기로 하고 A(28)씨 차의 조수석과 뒷좌석에 은밀히 올랐다.

두 친구는 술 취해 잠든 A씨를 밀고 당겨 뒷좌석으로 옮기고 A씨의 외제차량을 한적한 곳으로 몰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소란에 A씨가 화들짝 잠에서 깨어 반항하자 이들은 주먹으로 A씨를 수차례 때려 코뼈를 골절시키는 등 폭행을 가했다.

차량 안 뒷좌석에서 소란이 계속되는 동안 광주광역시청 앞 도로 신호등이 빨간불로 바뀌었다.

오전 6시라 도로에 차량이 거의 없었지만, 이들은 파란불로 바뀔 때까지 '착실히' 기다렸다.

A씨는 이 틈을 타 차량의 문을 열고 탈출해 지나가던 택시를 타고 경찰에 신고했다.

요란스러운 납치강도 행각으로 고작 10만원가량을 손에 쥔 이들은 추적을 피하기 위해 차량을 광주 외곽지역에 버리고 자신들 차를 찾기 위해 범행장소로 다시 택시를 타고 왔다가 경찰에 잡혔다.

이들을 조사한 경찰은 "납치해 강도를 벌인 것을 보면 죄질이 나쁘나 이래저래 어설픈 구석이 많은 '강력범'들이다"며 혀를 찼다.

결혼을 앞둔 남자친구가 경찰서에 있다는 소식을 들은 여자친구는 면회를 거부하는 그를 만나지도 못한 채 눈물만 흘렸다고 경찰은 전했다.

pch8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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