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으로 전역 앞둔 해병대원 백령도 관광 '논란'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서해 5도를 관할하는 지방자치단체가 수천만원의 세금을 들여 전역을 앞둔 해병대원들에게 백령도를 둘러보는 관광 비용을 지원해 논란이 일고 있다.

관할 지자체는 해당 해병대원들이 전역 후 전국 각지로 나가 백령도를 홍보할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정작 해병대원과 지역 주민들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5일 인천시 옹진군에 따르면 군은 서해 5도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서해 5도 접경 지역에서 복무한 군인을 대상으로 '관광홍보 요원화 팸투어 사업'을 올해 1월부터 시작했다.

백령·대청·소청도에서 복무한 해병대원 1천680명을 대상으로 오는 12월까지 매달 100여 명씩 팸투어를 진행할 예정이다. 예산으로 군비 5천600만원이 투입된다.

옹진군은 또 이달부터 팸투어 대상을 연평도에 근무하는 전역 예정 해병대원 560명으로 확대한다. 이를 위해 4천만원의 예산을 추가로 편성할 예정이다.

옹진군은 지난 1월 20일 백령도에 주둔한 해병대 6여단 대원 134명을 대상으로 첫 팸투어를 진행했다. 지난달 24일에도 해병대원 129명이 팸투어를 했다.

이들은 옹진군이 빌린 관광버스 2대와 군부대 버스 1대를 이용해 백령도 콩돌해안, 사곶해변, 심청각, 사자바위, 천안함 위령탑 등지를 둘러봤다.

그러나 정작 관광을 즐긴 해병대원들은 백령도 팸투어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역 하루 전날 종일 백령도를 둘러보느라 2년 가까이 함께 생활한 후임들과 인사를 나누는 시간을 제대로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소청도에 근무하는 해병대원들은 이 관광 탓에 전역 하루 전날 배를 타고 백령도로 들어가 관광이 끝나면 근무 부대가 아닌 백령부대에서 하루 자고 다음 날 전역하는 불편을 겪었다.

옹진군의 한 관계자는 "고생한 해병대원들에게 백령도를 둘러볼 기회를 주는 동시에 사회에 나가 백령도를 알리는 역할을 기대하고 팸투어 사업을 시작했다"면서도 "장병들이 전역 하루 전날 들뜬 상태에서 관광하다 보니 관심도가 떨어졌다"고 말했다.

지난 1월 팸투어 점심때 제공된 식사도 20대 군인들의 취향에 맞지 않아 한 달 만에 메뉴가 바뀌었다.

해병대원들과 동행하기로 했던 관광문화해설사는 개인 일정과 겹친다는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면사무소 직원이 이들과 함께 관광지를 다니며 설명했지만 장병 대부분은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내는 데 급급했다.

이들은 백령도 관광 후 옹진군이 진행한 설문조사에도 대다수 문항에 응답하지 않는 등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지역 주민들도 수천만원의 예산을 들인 해병대원 대상 팸투어 사업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백령도 주민 장모(59)씨는 "'자신이 복무한 지역은 전역하고서 쳐다도 안 본다'는 말이 있다"며 "군인들이 고생한 것은 알지만 세금으로 군인들을 관광시켜 줬을 때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옹진군의 다른 관계자는 "팸투어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운영 과정에서 미숙한 점이 있었다"며 "일정 등을 보완해 내실을 다지겠다"고 밝혔다.

son@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15/03/05 10:23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