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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옷 주머니에 넣은 금품메모…성완종 의도는(종합)

송고시간2015-04-10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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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전 회장 유품 확인서'
'성완종 전 회장 유품 확인서'

(서산=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10일 공개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유품 확인서를 촬영한 사진. 수사기관이 적어준 것으로 보이는 이 확인서에는 성 전 회장이 정치권에 금품을 전달한 정황을 적은 메모지 1장(1번)이 포함돼 있다. 경남기업 전 상무는 "유족 측은 해당 메모지를 전달받거나 내용 자체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자원외교 비리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다 9일 숨진 채 발견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정치권에 금품을 건넨 정황을 기록한 메모를 남긴 것으로 10일 확인돼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메모에는 검찰이 확인한 허태열·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이외에 이병기 현 비서실장, 이완구 총리 등 현 정부 핵심 인사 이름들이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는 점에서 이날 경향신문에 보도된 그의 사망 전 인터뷰 내용과 맥을 같이한다.

이 메모는 숨진 채 발견된 성 전 회장의 윗옷 왼쪽 주머니에서 나왔다. 따라서 그가 애초 구체적인 의도에 따라 계획을 세우고 메모를 작성한 뒤 몸에 지니고 집을 나섰으며 인터뷰도 진행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성완종 전 회장 영정
성완종 전 회장 영정

(서산=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성완종 전 경남회장의 빈소가 10일 충남 서산시 서산의료원에 마련돼 있다. 사진은 성완종 전 회장의 영정.

신문 인터뷰에는 '말'이 실리지만 메모와 같은 문건은 물질적 실체를 띠고 있어 여론 호소력이 상당한 편이다. 메모 내용 자체가 정국을 흔드는 데다 만약 메모의 증거능력이 인정된다면 현 정권 실세들에 대한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성 전 회장의 정확한 심경을 알 길은 없으나 사망 전날 그의 기자회견 내용과 유족 의견 등을 토대로 추측하자면 그는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마당에 현 정권에 대한 서운함을 작심하고 표출하고자 메모를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 전혀 'MB(이명박)맨'이 아니라고 여김에도 그렇게 몰려 '표적수사' 대상이 됐다는 인식이 자연히 현 정권에 대한 분노로 이어졌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성 전 회장은 2007년 한나라당의 17대 대선 경선에서는 박근혜 후보를 지원했고,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자 인수위원회에 자문위원으로 잠시 이름을 올렸다가 사퇴했다. 그러나 당시 자문위원 이력은 세간에서 그에게 'MB맨'이라는 꼬리표를 붙이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윗옷 주머니에 넣은 금품메모…성완종 의도는(종합) - 3

최근 검찰 수사의 주된 대상이 이명박 정권 인사들의 비리 의혹인 점을 고려하면 그 역시 정치적 목적에 따른 표적수사를 받는다고 여겼을 것이고, 스스로 'MB맨'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면 억울함이 한층 컸을 것으로 보인다.

성 전 회장의 동생 성일종 고려대 겸임교수도 그가 생전 느낀 섭섭함이 "현 정권에 대한 섭섭함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아울러 자신이 어려운 환경에서 기업인과 정치인으로 자수성가했다는 자존감이 무참히 짓밟혔다고 느꼈을 수 있고, 그에 따른 불안과 분노, 좌절을 죽음 직전 메모 작성이라는 수단으로 해소하려 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신경정신과 전문의 손석한 박사는 "사람이 불안해지거나 극단적 상황에 처하면 방어기제가 무너지므로 두려움이 없어진다"며 "세상을 떠나기 직전 차분한 상태에서 이같은 폭로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pul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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