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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셔병·파브리병…드라마 속 질병 진실과 거짓

송고시간2015-12-2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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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있어요' '마을' '리멤버'…"참신한 소재로 차별성"'마을'속 파브리병 '딸 100% 유전'은 사실 아냐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 공황장애, 조현증, 다중인격 같은 정신의 병을 다룬 드라마가 쏟아져 나오더니 이번엔 희귀질환이다.

고셔병, 파브리병…. 어떤 병인지, 무슨 뜻의 단어인지 알 수 없음은 물론이고 발음조차 어려운 이 희귀질병들은 이야기의 시발점이 되기도,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올해 방송된 드라마에 등장한 '평범하지 않은' 질병들과 그 속의 진실과 거짓을 모아봤다.

◇ 파브리병, 딸은 무조건 걸려?…사실과 달라

지난 3일 종영한 SBS TV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에서는 유전 희귀병인 '파브리병'이 사건을 해결하는 중요한 열쇠가 됐다.

2년 전 실종됐다가 백골로 발견된 혜진(장희진 분)은 생전에 자신의 출생을 둘러싼 어떤 비밀 찾고 있었고, 자신과 같이 검붉은 반점을 가진 가영을 실마리 삼아 비밀의 실체에 한걸음 다가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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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파브리병 연구원의 "아버지가 환자면 딸들은 100% 그 병을 유전받는다"는 말은 실제와 다르다.

유전병을 통해 성폭행범을 유추해내는 과정을 그리기 위해 허구를 섞은 것.

파브리병은 X염색체 불활성화로 발생해 열성유전되는 병으로, 아버지가 환자이어도 어머니가 보인자이거나 환자여야 딸이 환자일 가능성이 있다.

극중에서 생물학적 아버지는 같지만 어머니는 다른 혜진과 가영이 모두가 이 병에 걸릴 확률은 희박하다.

다만 두 사람의 몸에 나타난 검붉은 반점은 혈관각화증으로 파브리병의 증상 중 하나가 맞다.

치료 방법이 존재하지만 '마을'에서' 이 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알게 된 가영이 죽음을 맞이했듯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신장 이상으로 사망할 수 있다는 점도 사실이다.

SBS '애인있어요'에는 '고셔병'이 등장한다.

천년제약의 비리를 밝히려다 남편을 잃고 중국으로 떠났던 독고용기(김현주)는 딸이 고셔병에 걸린 사실을 알고 치료를 위해 한국으로 돌아왔고 쌍둥이 언니 도해강과 재회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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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셔병은 선천적으로 체내 효소가 결핍돼 빈혈, 간 비대증, 성장 지연 및 신경계 기능 장애가 나타나는 유전성 대사장애로 5만∼10만명 중 1명꼴로 발생한다.

'애인있어요'에서 독고용기는 의사인 민규석(이재윤)에게 "아이가 빈혈이 있는 줄 알았는데 골수에 이상한 세포가 생겼다고 한다"고 말하는데 고셔병은 혈액 또는 골수 검사를 통해 진단하며 빈혈도 그 증상 중 하나라는 점에서 사실이다.

신현영 대한의사협회 홍보 이사는 "드라마에서 희귀질환이 다뤄지면 그 존재를 알리고 의학 정보를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면서도 "너무 부풀려지거나 선정적으로 그려지지는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과잉기억증후군·초감각…초능력? 질병?

유승호는 지상파 복귀작인 SBS '리멤버'에서 '과잉기억증후군'을 앓는 서진우로 분한다.

서진우는 자신에게 일어났던 모든 일을 마치 사진을 찍듯 기억하는 이 능력을 가지고 살인범이라는 누명을 쓴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모든 것을 기억하는 일은 생각보다 더 괴롭다. 부모님과 여행을 가던 길에 사고가 났던 기억, 사고 당시의 끔찍한 고통과 엄마를 잃은 슬픔 같은 감정까지 고스란히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

'과잉기억증후군'이라는 소재는 재벌이 연루된 살인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열쇠일 뿐 아니라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을 지나는 진우에게 나이답지 않은 깊이가 느껴지도록 하는 장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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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뇌과학 학술지 '뉴로케이스'에 과잉기억증후군 사례로 실렸던 미국 여성 질 프라이스는 2010년 '모든 것을 기억하는 여자'라는 제목의 자서전을 냈다.

그는 겪은 일을 시간대별로 정확하게 기억하고 해마다 크리스마스가 무슨 요일이었는지 같은 사소한 일도 낱낱이 떠올릴 수 있지만 기억력이 늘 축복이었던 것은 아니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신 이사는 "'과잉기억증후군'은 매우 드물게 사례가 보고된 적은 있지만 정식으로 다뤄지고 있는 증상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올해 초 방송된 '냄새를 보는 소녀'는 '초감각'이라는, 아직 그 존재가 증명되지 않은 '능력'을 소재로 했다.

극중 오초림(신세경)은 연쇄살인범에게 부모가 살해되는 모습을 목격하고 달아나다 교통사고를 당했고 6개월 넘게 코마 상태로 있다가 깨어났다.

깨어난 후에는 이전의 기억을 잃음과 동시에 감각이 예민해졌다. 특히 냄새를 코로 맡지 못하고 눈으로 보게 됐다. 공기 중의 냄새 입자를 눈으로 보고 무슨 냄새인지 알아낼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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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림의 이런 능력 덕에 무각(박유천)은 '바코드살인범' 권재희(남궁민)를 잡을 수 있게 됐다.

'냄새를 보는' 능력을 포함한 특별한 감각적 능력을 일컫는 '초감각인지'(ESP)는 아직까지 과학적으로 완전히 증명되지는 않았지만 사례가 종종 보고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SBS 드라마국 박영수 이그제큐티브 프로듀서(EP)는 "스토리상 막장적인 요소를 제외하고 그동안의 드라마에서 선보이지 않은 참신한 소재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 중"이라며 "희귀질환 같은 설정은 주인공들 사이에서 더욱 극적인 감정을 이끌어내고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끌어내는 데 용이하다"고 희귀병 설정 드라마가 늘어나는 이유를 설명했다.

'마을'의 제작사 래몽래인의 김동래 대표도 "희귀병이나 초능력은 그 드라마가 다른 드라마와의 차별성을 갖게 해준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소재"라며 "질병이 소재가 될 경우 다양한 원인, 증상을 찾아 방향성을 잡기 위해 기획 초기부터 의사 등 전문가의 자문을 받는 등 일정 정도 현실성을 갖추기 위해 노력한다"고 밝혔다.

chom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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