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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위장하고 한국 밀입국으로 신분세탁 노린 한국인

송고시간2016-02-02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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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밀수 혐의까지 징역 9년6개월…대법서 넉 달째 심리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2014년 6월1일 오후. 경남 거제 고현항에 정박한 바지선에 검찰 수사관들이 들이닥쳤다. 창고에 숨어 있던 A(48)씨는 수사관들에게 선원 신분증을 내보였다. 그러나 그의 몸에선 필로폰이 담긴 비닐봉지가 무더기로 나왔다. 봉지 7개에 모두 6.1㎏. 20만명이 투약할 수 있는 양이었다.

"당신을 현행범으로 체포합니다." A씨의 양 손목엔 수갑이 채워졌다. 수사관들에게 끌려 육지로 올라온 A씨는 곧 호송 차량에 태워졌다. 약 3년간의 도주 끝에 감행한 '고국을 향한 밀입국'이 실패로 끝나는 순간이었다.

2011년 8월, 마약 사건으로 불구속 재판을 받던 A씨는 검찰이 자신에 대해 추가 수사를 벌이는 것을 알고 중국으로 도망쳤다. 이미 필로폰 밀수 등으로 두 차례나 실형을 선고받은 A씨는 다시는 교도소에 발을 들이고 싶지 않았다.

중국 도피는 성공적이었다. 2년간 탈 없이 지냈다. 하지만 마약이 또 문제였다. 투약을 하다 중국 당국에 적발된 것이다. 강제추방 명령을 받은 A씨는 2013년 10월 중국 단둥항에서 인천행 배에 올랐다. 인천에선 경찰이 그의 신병인도를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순순히 잡힐 A씨가 아니었다. A씨는 배가 항구를 떠나려던 순간 바다를 향해 풍덩 뛰어들었고, 뭍으로 헤엄쳐 중국으로 다시 밀입국했다. 대신 갑판엔 안경과 신발을 가지런히 남겼다. 인천에 도착한 배에서 A씨를 찾지 못한 경찰은 그가 자살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죽은 사람'이 된 A씨는 중국에서 다시 반년 여를 숨어지내다가 아예 새 사람으로 신분세탁을 결심했다. 한국에 몰래 들어갔다가 자신과 닮은 사람의 여권을 구해 중국에 돌아온다는 계획이었다. 마침 국내 마약조직에서 "중국에 있는 필로폰 6.1㎏을 국내로 배달해주면 9천만원을 주겠다"고 제안해왔다. 밀입국은 물론 여권을 구하는 데 충분한 돈이었다.

2014년 5월29일 어두운 밤 A씨는 밀입국 브로커와 선원에게 2천만원을 주고 중국 위해시에서 거제를 향해 출발하는 바지선에 탔다. 마약 봉지 7개를 허리, 양쪽 허벅지, 사타구니에 테이프로 붙인 채였다. 이틀간의 항해 끝에 바지선은 거제 인근에 도착했다. A씨는 날이 어두워진 뒤 미리 섭외한 낚싯배로 옮겨 타 국내로 들어올 생각이었다. 하지만 검찰은 이미 출항 3일 전 A씨에 대한 첩보를 입수한 상태였고, 날이 어두워지기 전 바지선을 급습해 그를 검거했다.

재판에 넘겨진 A씨는 수사기관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필로폰 6.1㎏ 밀수 혐의에 대해 무죄 판단을 받았다. 그러나 다른 마약 밀수입에 관여하고 국내로 밀입국하려 한 혐의는 인정됐다. 1심과 2심은 징역 9년6개월 및 추징금 3천370만원을 선고했다. 상고심으로 넘어온 A씨의 사건은 현재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에서 넉 달째 심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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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ng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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