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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가락 살인' 케냐인 전날 경찰서 찾아와 "고국에 가고싶다"

송고시간2016-03-09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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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 종업원 잔혹 살해 이유 묵비권 행사로 '오리무중'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정회성 기자 = 광주 북구의 한 대학가 PC방에서 홀로 가게를 지키는 종업원을 잔인하게 살해한 케냐 난민 신청자가 사건 발생 전날 경찰서를 찾아와 "고국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케냐인 M(28)씨가 한국에 입국한 시점은 지난해 7월이다.

유네스코 국제워크캠프 참가 자격으로 3개월짜리 단기 비자를 받아 2015년 7월 21일부터 8월 3일까지 열리는 캠프에 참가했다.

M씨는 강원도 인제에 있는 한 시민단체의 비무장지대 체험 행사에 참석했다.

참가자들은 일정이 끝나면 스스로 자국으로 귀국해야 하지만, M씨는 한국에 잔류해 8월 말께 난민신청을 했다.

난민신청을 하면 비자 기한이 만료돼도 심사기한 동안은 불법체류자는 아니다.

그러던 M씨가 모습을 다시 드러낸 건 8일 오후 광주 북부경찰서였다.

M씨는 오후 3시께 경찰서 정문 민원 담당 경찰관에게 "고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경찰은 M씨를 출입국관리소로 안내했지만, 난민신청자 신분으로 다시 귀가 조치돼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했다.

이후 M씨는 다음날 오전 11시께 오전 9시 39분께 광주 북구 용봉동 대학로의 상가건물 지하 화장실에서 PC방 종업원 A(38)씨의 입안에 젓가락과 숟가락 등 이물질을 물려넣고 잔인하게 살해했다.

CCTV 화면에 찍힌 정황으로는 이른 아침 손님이 없는 PC방에 들어가 A씨와 무슨 이야기를 나눈 뒤 함께 화장실을 들어가 혼자 나온다.

경찰은 M씨가 이때 A씨를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PC방으로 들어온 손님 B(22)씨를 상대로 강도행각을 벌이면서도 해당 피해자를 화장실로 끌고 가려 해 자칫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할 뻔했다.

B씨의 거센 저항에 패딩점퍼와 스마트폰만 빼앗아 달아난 M씨는 B씨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M씨는 붙잡힌 이후 범행과 관련해서는 입을 닫고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

통역사가 질문하면 사건 내용과 관련 없는 내용만 답할 뿐 그동안의 행적과 범행동기에 대해서는 진술을 피하는 상황이다.

증거 수집을 위해 경찰이 옷을 갈아 입히려 하자 "사탄"이라는 한국말을 외치며 한동안 옷을 입지 않기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M씨의 지원을 받아 한국에서 워크캠프 행사를 진행한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측에 따르면 M씨는 학생신분이고 "케냐 현지에서 다양한 봉사활동에 참가했다"고 캠프 참가 신청서에 이력을 기재했다.

또 한국 캠프에 참가 동기를 묻는 질문에는 "자신의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현장에서 경험하는 것은 본인의 장래 희망에 도움이 되는 일이다"고 적었다.

M씨가 입을 다무는 한 잔인하게 종업원을 살해한 이유는 한동안 밝혀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M씨가 전날 "고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의사를 표한 점과 강도행각을 벌이며 패딩을 훔친 점 등으로 미뤄 팍팍한 타국생활에 염증을 느껴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만 될 뿐이다.

pch8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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