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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하루 6시간 노동 실험…"행복하면 일도 잘한다"

송고시간2016-06-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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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우리가 행복하다는 게 좋은 거죠. 즐겁게 일하는 사람이 일도 더 잘하고요."

스웨덴 예테보리 스바르테달렌스 지역의 한 양로원에서 노인을 돌보는 일을 하는 아르투로 페레즈 씨는 정부의 주 30시간 노동 실험에 참여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혼자 세 아이를 키우는 그는 8시간 동안 치매나 알츠하이머를 앓는 노인들을 돌보느라 기진맥진한 채 집에 돌아오면 아이들과 놀아줄 기운도 남아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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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하루 노동 시간이 6시간으로 줄면서 불과 일주일도 되지 않아 페레즈 씨는 활력이 넘치는 사람으로 변했다. 그는 "하루에 6시간만 일한다는 것은 꿈꿔본 적도 없다"며 "일하러 가는 게 즐겁다"고 말했다.

양로원에 사는 잉그리드 칼손(90) 씨도 "일하는 사람들이 완전히 달라졌다"며 "그들이 즐겁게 일하니 우리도 더 행복하다"고 맞장구를 쳤다.

유연 근무제부터 육아 휴직과 보육 정책까지 일과 가정의 균형을 위한 스웨덴의 정책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스웨덴 정부는 지난해 스바르테달렌스 지역에서 주 30시간 노동이라는 실험에 착수했다.

임금은 그대로 유지한 채 노동 시간을 하루 8시간에서 6시간으로 줄인 것이다.

최근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4월 나온 중간 평가 결과 직원들의 결근이 크게 줄고 생산성이 높아졌으며 직원들의 건강도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을 주도하는 예테보리 시의회의 좌파당 원대대표 다니엘 베른마르 의원은 "지난 40년 동안 일주일에 40시간을 일하면서 노동자들의 병가가 잦았고 이른 나이에 은퇴하는 사람도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 40년 동안 훌륭한 복지국가를 유지하기 위해 직장은 어떠해야 하는지 새로운 논의를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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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스톡홀름에서 IT 회사를 창업한 마리아 브래스는 처음부터 6시간 노동을 원칙으로 삼았다.

그는 "일하는 시간이 적으니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며 "모든 사람이 더 능률적으로 일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의 매출과 수익은 매년 두 배씩 올랐다.

이 회사에서 광고 업무를 담당하는 토미 오팅어는 "불필요한 메일을 보내지 않고 무의미한 회의에 집착하지 않는다"며 "6시간 동안 내 시간도, 남의 시간도 낭비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삶 자체가 바뀌었다"며 직원들의 충성도도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예테보리에 있는 살그렌스카 대학 병원의 실험도 성공적이다.

유럽에서 가장 규모가 큰 곳에 속하는 이 병원의 정형외과는 의료진의 극도의 피로와 결근을 줄이기 위해 의사와 간호사 89명을 하루 6시간 일하도록 하고 15명을 새로 뽑았다. 이를 위해 한 달에 100만 크로나(약 1억4천만 원)이 더 들었다.

간호사인 가브리엘 티크만은 "예전엔 일하는 데 내가 가진 힘의 80%밖에 쓰지 못했지만, 지금은 충분히 쉬고 집에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내 힘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정형외과가 맡는 수술은 20%나 늘었다. 환자들이 수술을 위해 기다리는 시간도 몇 달에서 몇 주로 줄고, 직장인들이 병가를 내는 일이나 직장에 복귀하는 시간이 짧아지면서 기업에도 선순환이 이어졌다.

안드레스 힐탄더 정형외과장은 "오랫동안 우리는 8시간 근무가 최선이라고 생각해 왔다"며 "생산성을 높이려면 기존의 관점에 도전하고 새로운 아이디어에 마음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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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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