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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 고 게임 열풍 속 현장을 가다

송고시간2016-07-15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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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에서 6시간 사냥…피카추 등 144마리 포획 성공

실제 경험해보니 '가상에 현실을·현실에 가상을?'…구분 어려워

(속초=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지난 12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얼마 전 출시된 포켓몬 고'가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가능하다'는 글이 올라왔다.

증강현실(AR) 기반 게임인 '포켓몬 고'는 서버 과부하를 막고자 서비스 지역 외에는 포켓몬이 발생하지 않는다.

게임을 즐기는 위치 콘텐츠인 포켓스탑(pokestop·포켓몬 사냥에 필요한 아이템 제공장소)이나 체육관(gym·포켓몬 대결장)도 나타나지 않는다.

개발사인 나이언틱 랩스는 각 지역을 관리할 때 전 세계를 마름모 블록으로 나누어서 관리하며 게임 가능·불가능 지역을 관리한다.

그러나 속초 일대가 아시아가 아닌 미국과 같은 북부 지역 서비스권역에 포함돼 정상 진행이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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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켓몬 잡으러 같이 가실래요?' 글 하나에 배터리 들고 새벽 '속초행'

소식을 들은 많은 이들은 속초주민을 부러워하거나, 속초를 가고 싶어 하거나, 저건 개발사의 실수라며 곧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기자 역시 나름 포켓몬 관련 모든 시리즈 게임을 다 해본 포덕(포켓몬 덕후)이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타지를 서울에서 왕복 5시간이나 힘들게 가서 뭐할까' 싶어 한국 서비스나 기다리려 했다.

그 순간 포켓몬 고 관련 커뮤니티에 글이 하나 올라왔다.

새벽 4시에 누군가 자신이 지금 차를 끌고 속초에 갈 예정인데 같이 갈 사람을 찾는 글이었다.

같이 가자는 댓글을 달까 하다가 '모르는 사람 차를 타고 가면 콩팥이 사라진다'는 댓글을 보고는 혼자서 가기로 했다.

커뮤니티에서는 "새벽 4시에 속초로 가는 건 미친 짓이다"며 비웃었지만, 서둘러 씻고 대용량 보조배터리 2개와 음료를 가방에 챙겨 차를 끌고 속초를 향했다.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살짝 흥분마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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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춘천고속도로를 타고 차가 없는 새벽길을 얼마나 달렸을까. 인제를 지날 때쯤 포켓몬 고 앱에서 진동이 울렸다.

바로 포켓몬을 만났다는 신호다. 처음 만난 포켓몬은 '고오스'. 새벽 산속의 으스스한 분위기에 맞는 '고스트 타입' 포켓몬이다.

포켓몬 고는 애니메이션과는 다르게 야생 포켓몬과 전투하지 않는다. 다만 포켓몬의 설정에 충실하게 포켓몬을 '발견'하고 포켓볼을 던져 '잡고', 도감별로 포켓몬을 '수집'할 뿐이다.

화면의 포켓볼을 손가락을 눌러 위로 올리면 포켓볼을 던지게 되고, 볼이 포켓몬에 맞으면 잡게 되는 시스템이다.

물론 맞춘다고 다 잡히지는 않는다. 어렸을 때 애니메이션에서 그랬던 것처럼 포켓볼에 점멸이 들어와 완전히 잡힐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마음을 졸이며 기다린 순간, 포켓볼 위에 'gotcha'라는 문구가 떴다. 그렇게 고오스는 첫 포켓몬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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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 6시 속초 도착…짙은 안갯속 '포켓몬 사냥'

새벽 6시 속초는 아무도 없이 자욱이 안개만 끼어 있었다.

안개 자욱한 길을 따라 포켓몬 트레이너들에게 아이템을 나누어주는 포켓스탑이 있는 곳으로 무작정 걸어갔다.

속초가 바다와 가까워서인지 짙게 낀 안개 때문인지 게임이 자주 멈춰 끄고 켜기를 반복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그래도 서울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라 마냥 기뻤다.

해수욕장에 도착하자 스마트폰을 들고 걷는 남성 3명이 보였다. 우리는 '동족'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애니메이션에서는 '트레이너끼리 눈을 마주치면 승부'라는 말이 있지만, 아직 게임에는 트레이너와 배틀 하는 시스템이 없다.

해변에 있는 포켓스탑을 따라 걷다 피카추를 발견했다. 흥분한 나머지 포켓볼을 던져야 하는데 스마트폰을 던질 뻔했다. 가까스로 사냥에 성공했다.

바다라 그런지 '물 타입' 포켓몬이 많았다. 고라파덕, 잉어킹 등이 계속해서 나타났다.

실제 위치에 따라 나오는 포켓몬 종류가 달라 가상세계에 현실 세계의 색이 입혀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해변에 울려 퍼지는 새벽의 거친 파도 소리와 포켓몬 울음소리가 섞여 가상과 현실의 구분이 옅어짐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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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전 10시, 희귀 포켓몬 잡기 '삼매경'

트레이너 레벨 5가 되고 나서 오전 10시 청초호 유원지 엑스포공원으로 발길을 옮겼다.

레벨 5부터는 새로운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 체육관에 도전하고, 빈 체육관 점령이 가능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Instinct', Valor', 'Mystic'이라는 각 팀 중 하나에 소속돼야 했다.

속초 대부분 체육관은 이미 현지인들이 점령한 상태였다.

체육관에 있는 포켓몬들 전투력이 너무 높아 도전을 포기하고 포켓몬 사냥과 레벨 상승에 주력했다.

30분쯤 걷다 보니 한 포켓스탑에 '하트 가루'가 날렸다. 누군가 포켓스탑으로 포켓몬들이 모이게 하는 루어모듈을 설치한듯했다.

루어모듈은 포켓몬을 끌어들이는 일종의 향수다.

아니나 다를까 장소로 가보니 루어모듈을 설치한 한 트레이너가 있었다. 그는 그곳에서 희귀 포켓몬인 '미뇽'을 발견했다고 했다.

미뇽은 신뇽을 거쳐 망나뇽이 되는 희귀 포켓몬이다. 망나뇽은 포켓몬 도감 번호 149번으로 150번 뮤츠 바로 앞번호 포켓몬이다.

도감 번호는 포켓몬 고유번호로 희귀한 포켓몬이 뒷번호에 위치하기도 한다.

트레이너들이 미뇽을 잡고자 속속 모여들었다. 다들 루어모듈을 보고 하나둘씩 모였다.

포켓몬을 잡으려고 설치한 아이템이 사람을 모았다.

결국, 미뇽을 잡지는 못한 채 아침 10시가 될 때까지 사냥을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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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 고에서는 'transfer' 버튼을 누르면 포켓몬과 캔디 간 교환이 가능하다. 캔디는 포켓몬이 진화하거나 강화하는 데 필요한 아이템이다.

중복되는 포켓몬은 캔디로 교환하면 된다.

캔디로 포켓몬을 강화하자 전투력이 급상승해 쉽게 체육관을 차지할 수 있었다.

한참을 걷다 보니 부화기에 넣어둔 알이 부화했다. 알은 2㎞, 5㎞, 10㎞씩 걸어야 하는 거리가 정해져 있다.

2㎞ 알 2개와 5㎞ 알 1개가 부화했고, 부화한 알에서는 포켓몬이 나왔다.

새벽 4시에 충동적으로 시작된 포켓몬 사냥은 이날 정오가 돼서야 끝이 났다.

6시간의 사냥 끝에 잡은 포켓몬은 모두 144마리.

스마트폰에는 이날의 행적이 업적이 되어 나타나는 메달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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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any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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