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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너무 벗었다고, 너무 입었다고" 욕먹는 아랍 女선수들

송고시간2016-08-11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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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쿠버다이빙 발리볼이냐…벗으려면 차라리 지중해서 죽지"

"올림픽 여성들은 우리를 대표하지 않는다' 아랍어 해시태그 10만건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햇볕이 쨍 내리쬐는 백사장에서 머릿수건을 하고 긴 바지까지 껴입은 선수가 비키니 차림의 선수와 네트를 사이에 두고 겨룬다.

평범한 수영복과 수영모 차림의 선수가 수영장의 물살을 가른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이 한창인 가운데 이슬람권 여성 선수들의 옷차림을 둘러싼 논란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고 영국 BBC 방송이 10일(현지시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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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치러진 이집트와 독일의 여자 비치발리볼 경기 사진은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양쪽 선수들 차림의 극명한 대비를 보여주는 이 장면을 두고 일부는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는 올림픽의 정신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고 평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선수들이 지나치게 많이 껴입었다고 비판했다.

한 네티즌은 "우리 여자 비치발리볼 선수들이 스쿠버 다이버처럼 입고 있는 것 봤느냐"고 비아냥대는 글을 올렸고 진보 성향 칼럼니스트인 칼레드 몬타세르는 맨머리를 내놓고 핫팬츠를 입은 1960년대 여자 선수들의 사진을 올리면서 "이집트가 거꾸로 가고 있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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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이슬람권에서 여성 선수들은 '몸을 제대로 가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비난받아 왔다.

이번 올림픽에 리비아의 유일한 여성 수영선수로 출전한 다니아 하굴(17)이 여느 국가의 대표 선수와 다름없는 수영복과 수영모 차림으로 물살을 가르는 모습이 TV에 중계되자 SNS에는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이 쏟아졌다.

난민 위기 속에 올림픽 사상 최초로 '난민팀'이 출전한 데 대해서도 많은 세계인이 그 용기와 도전에 찬사와 박수를 보냈지만, 수영복 차림으로 전 세계의 조명을 받은 시리아 출신 유스라 마르디니(18)를 향한 악담 역시 터져 나왔다.

전쟁에 피폐한 고향을 떠나 고무보트를 밀면서 지중해를 헤엄쳐 건넜던 용감한 소녀 마르디니를 향해 한 네티즌은 "저렇게 벌거벗은 모습을 세상에 보여줄 거였으면 차라리 물에 빠져 죽는 게 나았겠다"고 악의 가득한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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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식으로든 올림픽 출전 여성 선수들을 곱지 않게 보는 '올림픽 여성들은 우리를 대표하지 않는다'는 아랍어 해시태그도 퍼지면서 이런 해시태그를 단 트윗이 10만건을 넘는다.

신체 노출이 불가피한 수영복을 입었다는 이유로,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게 입지 않았다는 이유로 저마다 선수들을 비난하는 이런 극단적인 설전에 자제를 호소하는 분위기도 만만치 않다.

한 SNS 사용자는 "당신들이 선수들의 옷에 집중할 때 우리는 그들이 각각 보여주는 성취에 집중한다"고 썼으며 또 다른 사용자는 "짧은 바지 입었다고 욕하고, 머릿수건 썼다고 욕하면 어쩌란 말이냐"라고 꼬집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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