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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취해 운전대 잡고는 '획' 유턴…아찔한 고속도로 역주행

송고시간2016-08-18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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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사고 끊이지 않아…40대 공무원 역주행하다 차량 2대 들이받고 숨지기도

대부분 술 취해 인사불성 상태서 발생…'과당 경쟁' 견인차들 목숨 건 역주행

(전국종합=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시속 100㎞ 이상 빠른 속도로 주행하는 고속도로는 진·출입로가 확연히 다르다. 마주 오는 차량이 충돌하는 일이 없도록 상·하행선 사이도 중앙분리대로 확실히 나눠놨다.

이런 구조적인 조처로 고속도로 역주행은 이론상 있을 수 없다.

하지만 다른 운전자들을 혼비백산하게 하는 역주행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그 이유가 뭘까.

만취해 운전대 잡고는 '획' 유턴…아찔한 고속도로 역주행 - 2

대부분의 고속도로 역주행 사고는 '술'이 원인이다. 만취한 운전자가 판단력을 잃어 말도 안 되는 역주행 운전을 감행하는 것이다.

18일 오전 4시 9분께 충북 음성군 대소면 중부고속도로 하행선 대소IC 인근에서 "역주행하는 차량이 있다"는 신고 9건이 경찰에 잇따라 접수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20여분 뒤인 오전 4시 30분께 중부고속도로 통영 방향 312㎞ 지점에서 역주행하던 산타페 차량을 세워 운전자 김모(35·여)씨를 붙잡았다.

검거 당시 김씨의 몸에서는 심한 술 냄새가 났고, 그 역시 술을 마셨다고 시인했다.

그러나 김씨는 경찰에서 "경기도 광주로 가려고 내비게이션 지시에 따라 유턴했다"고 횡설수설하며 음주 측정을 거부했다.

조사 결과 김씨가 역주행한 거리는 무려 23㎞에 달했다. 많은 운전자가 화들짝 놀라 고속도로에서 역주행하는 김씨의 차량을 피하려고 급하게 차선을 바꾸는 소동을 벌였지만 다행히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경찰은 음주 측정을 거부한 혐의(도로교통법 위반)로 김씨를 입건하고 역주행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지난 3월 22일 오후 11시 10분께는 전남 장흥군 장동면 조양리 영암∼순천 간 고속도로 영암 방향 장동 3터널에서 술에 취한 여수시 공무원 장모(47)씨가 자신의 승용차를 몰고 역주행하다 마주 오던 차량 2대를 잇달아 들이받고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만취해 운전대 잡고는 '획' 유턴…아찔한 고속도로 역주행 - 3

설 명절 연휴인 지난 2월 7일 오전 1시께 당진∼대전 간 고속도로 대전 방향 화응터널(공주시 유구읍) 인근에서는 5㎞가량을 역주행한 신모(28)씨 차량 때문에, 이를 피하려던 정상 주행 차량 3대가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애꿎은 5명이 다쳤는데, 정작 신씨는 경찰에서 "술에 취해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술과 관계없는 역주행 유형도 있다. 바로 '도로 위 무법자'로 불리는 견인차들이다.

지난 3월 13일 오후 5시 50분께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청주IC 부근에서 견인차 1대가 버스 전용차로를 이용, 역주행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조사 결과 견인차 운전자 A(35)씨는 인근에서 교통사고가 났다는 소식을 듣고 경쟁 업체보다 먼저 사고 장소에 도착하고자 목숨을 건 고속도로 역주행을 감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달 19일 오후 6시 39분께 경북 상주시 중부내륙고속도로 하행선에서는 B(33)씨가 견인차를 몰고 3㎞가량을 역주행했다.

당시 사고 소식을 듣고 곧장 방향을 돌려 갓길과 가장자리 주행선을 넘나들며 역주행해 현장에 도착한 B씨는 먼저 온 다른 견인차에 밀려 일감을 낚아채지 못했다. 오히려 역주행한 모습이 정상 운행 차량의 블랙박스에 고스란히 찍혀 형사 입건됐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4년 국내 고속도로에서 10건의 역주행 사고가 발생해 19명이 다쳤다. 지난해에는 2명이 역주행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일반적인 차량 역주행은 대부분 술에 취해 판단력이 저하되고 방향감을 잃는 데서 비롯된다"며 "결국은 술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견인차는 남들보다 빠르게 사고 현장에 도착하려는 욕심때문에 역주행을 감행한다"며 "자신의 목숨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목숨까지 위협하는 도박"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대형 참사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고속도로 역주행 단속을 강화하고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jeon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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