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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시간에 쉬고, 출·퇴근도 자유롭게"…공직근무 확 변했다

송고시간2016-11-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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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면서 '아이디어' 발굴…일·가정 양립 지원책도 '봇물'

(전국종합=연합뉴스) "업무를 하지 말고 자유롭게 쉬세요."

일반 대기업이 아닌 충남도청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충남도 경제산업실은 지난 5월부터 매주 수요일 오후 1∼6시에 업무를 하지 않고 자유 시간을 갖는 '생각하는 날(Thinking Day)'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매주 금요일마다 업무와 관계없는 사람과 대화하며 아이디어를 발굴하도록 하는 구글의 'TGIF(Thanks Google It's Friday)'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업무 스트레스 해소와 아이디어 발굴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점심시간에 전주시청 광장서 틈새음악회 즐기는 공무원과 시[연합뉴스 자료사진]
점심시간에 전주시청 광장서 틈새음악회 즐기는 공무원과 시[연합뉴스 자료사진]

충남도는 이 제도를 통해 공무원 업무 능력이 향상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공무원 특유의 보수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냈다는 설명이다.

고부가 아이디어·기술을 보유한 기업인을 유치하자는 '충남 브레인' 인재유치 사업이 이 '생각하는 날'을 통해 탄생했다.

중소기업에 대한 이자 보전 방식 지원에서 벗어나 벤처 캐피탈 회사와 공동으로 펀드를 운용하며 투자 기업을 찾아 경제 활성화를 꾀하자는 전략도 마찬가지다.

김하균 충남도 경제산업실장은 "경제정책을 수립하고 미래 전략을 짜는 공무원은 글로벌 혁신기업 간부 이상으로 거시적인 안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혁신기업 문화가 공직사회에 정착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자평했다.

이처럼 유연하고 혁신적인 근무형태가 공직사회 전반에 걸쳐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천안시는 부서원이 커피나 차를 손에 들고 시청사 주변 숲길을 거닐며 자유 토론하는 '워킹(walking) 회의'를 하고 있다.

일부 TV 교양 프로그램에서 소개할 정도로 직원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시 관계자는 귀띔했다.

대전시는 청사 건물 안에 정신건강상담실 '마음힐링센터 다온숲'을 설치했다.

1급 자격증을 가진 전문 상담사가 상시 근무하면서 격무부서 직원과 '120 콜센터' 상담원 등의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있다.

8월 18일 개소 이후 300회 넘는 진단·심리 검사를 진행하는 등 효과를 거두고 있다.

전현영 다온숲 전문상담사는 "문을 연 지 얼마 안 됐는데도, 직원들이 쉽게 꺼내놓을 수 없는 업무 스트레스나 위기감을 호소하고 있다"며 "이를 해소하려는 의지도 강한 편"이라고 말했다.

전북도청은 공무원들의 조기 출근을 막기 위해 8시 이전에는 아예 청사 문을 열지 않고 있다.

지난 7월부터는 매주 수요일을 '가정의 날'로 정해 사무실에 남아 퇴근 후에 추가 근무를 하더라도 수당을 주지 않고 있다.

자녀들이나 아내와 함께 아침이나 저녁 식사를 하라는 취지에서다.

특히 매월 마지막 금요일에는 정시 출·퇴근제를 시행한다.

9시 이전에는 사무실에 들어올 수 없고 6시 이후에는 사무실 근무를 하지 못하도록 모든 전등을 꺼버린다.

어린아이를 둔 부모는 근무시간을 자신의 생활에 맞게 탄력적으로 적용받는다.

어린이집 등에 아이를 맡기고 11시까지 출근해 저녁 8시까지 일하는 방식이다.

어린이집 [연합뉴스 자료사진]
어린이집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북도는 이처럼 활기찬 직장문화 조성을 위해 전담팀을 구성해 '5 Good Style'을 만들었다.

일하기 좋은 일터, 유연한 근무로 가정과 일의 균형된 삶, 젊은 사고로 창조적인 업무 개선, 직원 사랑과 소통,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식 등이 그것들이다.

결재판 없애기나 메모 보고 등을 시행하는 것도 직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이강오 전북도 자치행정국장은 "직원 설문조사를 통해 이처럼 효율적이고 신바람 나는 근무 스타일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육아는 우리의 미래인 만큼 당장 몇 시간 일해서 실적을 쌓기보다는 아이들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도록 유도하고 있다"면서 "직원들이 눈치 보지 않고 자유스럽게 유연근무 등을 하도록 상사들이 솔선해 분위기를 잡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자체들은 직원의 행복을 위해서 다양한 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경남 창원시는 미혼 여성 공무원을 창원국가산단 기업체 남성 직원들과 만나게 하는 단체 미팅을 주선하고 있다.

올해 2월 대구에서 안동으로 청사를 옮긴 경북도는 정주 여건이 미비해 여가 활용에 어려움을 겪는 직원들을 위해 취미클럽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체육, 수련, 음악, 봉사 등 모두 41개의 취미클럽에 직원 1천800여 명이 가입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또 도청 직원과 도청 신도시 주민들을 위해 매주 둘째 주와 마지막 주 수요일을 문화가 있는 날로 지정해 도청 공연장에서 최신 영화를 상영한다.

경북도의 한 간부는 "도청 이전으로 홀로 이주한 직원들이 많은데 생활 불편사항을 적극적으로 해결해주고 여가를 활용할 기회를 마련해 직원 사기 진작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의 개방형 사무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기업의 개방형 사무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광주광역시는 신나게 일할 수 있는 직장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부서 칸막이를 없애고 회의실과 카페를 접목한 협업회의실도 마련했다.

또 수평적 조직문화 확산을 위해 시범적으로 참여혁신단 사무공간의 책상배치를 기존 'T자형'에서 '-자형'으로 옮겨 간부 등의 자리구분을 없앴다.

반드시 제시간에 퇴근하도록 하는 '가족 사랑의 날'도 매주 1차례 수요일에만 했던 것을 주 2회 수요일과 금요일로 확대해 공무원들이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늘렸다.

전남도도 다음 달부터 '행복나눔 이벤트'라는 이름으로 직장문화 개선 방안을 추진한다.

도는 주차공간 26면을 확보해 매월 추첨을 통해 선정된 직원의 주차공간으로 활용하도록 할 예정이다.

도에 근무하는 임신부 5명에게도 별도 전용 주차공간을 제공한다.

매주 수요일 '가정의 날' 가족과 외식하는 '인증샷'을 찍어 제출하면 10명을 추첨해 외식 상품권도 준다.

임신부와 질병 직원에게만 줬던 당직근무 면제혜택 대상을 3세 미만 자녀를 둔 남녀 직원, 초등학생 이하 세 자녀를 둔 남녀 직원으로 확대했다.

불꺼진 시청 사무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불꺼진 시청 사무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 밖에도 행정 포털에 별도 공간을 마련해 칭찬릴레이 운동도 벌일 계획이다.

공무원 노조는 이 같은 사업들이 확산하고 있는 것을 반기고 있지만 더욱 실질적인 정책 마련에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강승환 광주시공무원노조 위원장은 "조직문화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이 시행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가장 본질적인 차원인 근무시간 등에 대해서는 좀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이 밀리면 어쩔 수 없이 밤늦게까지 근무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런 일들이 너무 많이 반복되고 있다"며 "본인과 가족의 행복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일을 위해 사는 것처럼 돼 버렸는데 이런 부분까지 잘 살펴야 진정으로 행복한 직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형 이재림 이정훈 여윤창 홍인철)

ic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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