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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6개월 로힝야족 젖먹이의 죽음…미얀마 '인종청소'의 비극

송고시간2016-11-27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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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수용소에서 겨우 음식을 구했는데 아이는 이미 떠났네요."

미얀마군의 '인종 청소'를 피해 국경 넘어 방글라데시로 대피한 로힝야족 난민 행렬에서 어린 생명이 굶주린 채 죽어가는 참극이 벌어졌다.

AFP 통신은 26일 방글라데시 콕스 바자르의 테크나프 인근 난민 수용소에서 엄마 품에 안겨 국경을 넘어온 생후 6개월 된 젖먹이 알람이 숨을 거뒀다고 보도했다.

알람의 어머니인 누르 베굼(22)은 미얀마군의 잔혹 행위를 피해 3주 동안 도보로 국경을 넘어 이날 천신만고 끝에 난민 수용소에 닿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미 고향을 떠난 이후 계속 아팠던데다 굶주렸던 아이는 뼈만 앙상하게 남은 몰골로 수용도 도착 후 몇 시간 만에 숨을 거뒀다.

아이의 죽음을 확인하고는 망연자실한 베굼은 "수용소에서 마침내 약간의 음식을 구해 아이에게 줄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음식을 나눠 주기도 전에 아이는 떠났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미얀마군은 지난달 9일 경찰 초소를 습격한 무장세력을 토벌한다는 명목으로 로힝야족 거주지를 봉쇄한 채 대대적인 토벌작전을 벌였다.

그러나 법과 원칙에 따라 토벌작전 진행한다는 미얀마군의 발표와 달리 주민들은 군인들이 민간인 학살과 부녀자 성폭행은 물론 민가에 불을 지르고 있다는 주장을 쏟아냈다.

노벨평화상까지 받은 미얀마 '인권운동의 상징' 아웅산 수치가 주도하는 미얀마 정부는 이런 주민들의 주장을 일축하고 있지만, 유엔은 3만 명에 육박하는 로힝야족이 난민으로 전락해 떠돌고 있으며 이 가운데 2천여 명이 국경을 넘었다고 집계하고 있다.

불교도가 주류인 미얀마에서 불법 이민자 취급을 받아온 로힝야족 난민들은 천신만고 끝에 국경을 넘었지만, 방글라데시 난민 수용소에서조차 삶이 막막하기만 하다.

로힝야족을 모두 정식 난민으로 수용할 경우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수의 난민들이 몰려들 것을 우려한 당국이 극히 일부에게만 난민 지위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콕스 바자르 난민촌에 머무는 약 23만 명의 로힝야족 가운데 정식으로 등록된 난민은 3만2천 명에 불과하다.

이번 미얀마군의 군사작전을 피해 새로 유입된 로힝야족 역시 난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해, 식량과 쉼터 등 지원을 받지 못한다.

남편과 친척들이 미얀마 군인들에 의해 살해당한 뒤 4명의 아이를 데리고 이곳에 왔다는 임신부 시리 비부는 "현재와 같은 상황이 1주일만 더 이어지면 아이들이 모두 굶어 죽을 것"이라며 울상을 지었다.

로힝야족 난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난민 캠프에서의 열악한 삶이 아니라 '죽음의 땅'인 미얀마로 쫓겨나는 것이다.

아이들만 데리고 방글라데시로 도피했다는 야스민 아크테르(25)는 "경찰이 이웃들을 체포해 미얀마로 돌려보냈다고 들었다. 제발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죽기 싫다"고 말했다.

생후 6개월 로힝야족 젖먹이의 죽음[AFP=연합뉴스]
생후 6개월 로힝야족 젖먹이의 죽음[AFP=연합뉴스]

방글라데시 테크나프 인근의 난민 수용소에서 숨을 거둔 6개월된 아들 알람의 시신을 바라보며 오열하는 로힝야 난민 누르 베굼.

생후 6개월 로힝야족 젖먹이의 죽음[AFP=연합뉴스]
생후 6개월 로힝야족 젖먹이의 죽음[AFP=연합뉴스]

방글라데시 테크나프 인근의 난민 수용소에서 숨을 거둔 아이의 장례를 치르는 로힝야족 남성

로힝야족 난민선 감시하는 방글라데시 국경수비대원[AFP=연합뉴스]
로힝야족 난민선 감시하는 방글라데시 국경수비대원[AFP=연합뉴스]

미얀마-방글라데시 국경지대의 나프강에서 인종청소를 피해 넘어오는 로힝야족 난민선을 감시하는 방글라데시 구경수비대원들

아웅산 수치는 침묵하는 전쟁범죄자[epa=연합뉴스]
아웅산 수치는 침묵하는 전쟁범죄자[epa=연합뉴스]

미얀마군의 로힝야족 학살에 침묵하는 아웅산 수치를 '전쟁 범죄자'로 묘사한 그림을 보여주는 로힝야족 남성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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