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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최순실, 피로해소·영양 주사에 몰입한 이유

송고시간2016-11-30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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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 효능 검증 부족…전문가들 "미용 목적 사용 추정"

(서울=연합뉴스) 김민수 기자 =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 일가가 비선(秘線)진료를 통해 많이 처방받은 것으로 알려진 각종 피로해소·영양제 주사는 의학적으로는 효능을 입증받지 못한 약물이다.

동네 병·의원에서도 처방할 만큼 흔하게 쓰이고 있지만, 왜 그렇게까지 주사 처방이 많았는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조차 고개를 갸우뚱하는 대목이다.

특히 청와대 의무실을 통한 공식적인 경로를 두고 김상만 전 녹십자아이메드 원장과 같은 기능의학 관련 전문가로부터 비선진료를 받은 것은 피부노화 방지와 같은 미용에 집중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 피로회복·미용·살빼기 등 목적이지만 근거는 부족

박 대통령이 처방받은 주사는 태반주사·백옥주사(글루타티온)·신데렐라주사(치트옥산) 등으로 다양하다. 이들 주사제가 정식 명칭이 있는데도 이렇게 불린 것은 나름의 효능이 입소문을 탔기 때문이다.

태반주사는 태아가 영양물을 공급받는 태반 추출물에서 혈액·호르몬 등을 제거한 후 주사제 형태로 가공한 것으로, 피로해소·여성 갱년기 완화·간 기능 개선 등의 목적으로 사용된다.

또 활성 비타민을 가진 백옥주사의 경우 인체의 면역력을 높이고 만성 피로를 해소함과 동시에 피부 멜라닌을 생성해 피부 미백 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신데렐라주사는 세포를 재생하고 지방을 감소시킴으로써 일부에서 살 빼는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 주사제 모두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명확한 효과가 검증되지는 않았다.

신현영 명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쉽게 말해 건강보조식품 개념으로 생각하면 된다"며 "피부노화 방지와 같은 미용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국민에게 알려졌으나 효과를 입증한 객관적인 의학 논문은 드물다"고 말했다.

◇ 주사제에 집중한 이유…'플라세보 효과' 때문?

박 대통령과 최씨 일가가 이런 주사제를 자주 찾고 처방받은 이유는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보다는 '플라세보 효과'(placebo effect)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플라세보 효과는 약에 대한 환자의 믿음 때문에 실질적인 효과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약물이 사람의 신체에 긍정적인 작용을 하는 현상을 뜻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병원 교수는 "계속 주사 처방을 요구하고, 청와대 의약품으로 다수 구매했다는 정황으로 봤을 때 해당 주사제에 대한 믿음이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피부노화 방지와 같은 효과를 기대하고 한두 번 주사 처방을 받아보니까 습관이 돼 끊기 힘들지 않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 "주치의는 객관적 검증 안 된 의약품 처방 안 해"

그렇다면 왜 이런 주사제들을 비선진료로 구매했을까.

전문가들은 의사 중 최고 권위를 자랑한다고 볼 수 있는 주치의가 객관적인 효과·효능이 검증되지 않은 의약품은 취급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한방 주치의를 맡았던 신현대 전 경희대 한방병원 교수는 현재 청와대 의무 시스템에서 벌어진 상황을 두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눈꺼풀이 저절로 내려앉는 증상이 엿보여 주치의와 자문의들끼리 협의를 거쳐 '상안검'(上眼瞼·윗눈꺼풀) 성형수술을 권한 적이 있다"며 "주치의가 모르는 대통령 진료 및 시술은 국가 안보상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단언했다.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역시 "국가 원수인 대통령의 건강을 담당하는 주치의가 입소문으로만 유명한 주사제들을 함부로 처방할 리 없다"며 "다만 박 대통령이 직접 요구했다면 청와대 의무실에서 해당 주사제를 구매한 것 아닌가 싶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 비선 의료기관들과 최씨 일가의 관계

박 대통령에게 태반주사 등을 처방한 의료기관은 차병원그룹 계열 차움의원·녹십자아이메드부터 서울 서초구 소재 척추치료병원까지 다양하다.

그중 김상만 전 녹십자아이메드 원장은 피로해소 등 기능의학 관련 전문가로서 2014년 2월 차움의원을 떠나기 전까지 박 대통령의 주사 처방을 주도적으로 해 온 인물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특히 김 원장은 박 대통령 취임 초기부터 주치의조차 모르는 자문의로 활동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번 최씨 일가의 의료 관계에 가장 핵심적인 인물로 손꼽히고 있다.

김 원장은 2013년 9월 청와대 간호장교가 채취해온 박 대통령의 혈액을 차움의원에서 검사하는 등 기존의 청와대 의무시스템에서 어긋나는 진료를 해온 혐의도 받고 있다.

김 원장이 근무했던 차움의원은 박 대통령이 '길라임'이라는 가명으로 진료를 받은 의혹이 제기되면서 청와대·최씨 일가의 특혜 제공에 있어 세간의 따가운 시선을 받는 상황이다.

또 녹십자아이메드의 경우 최씨가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는지 확인 여부에 대해 개인정보 보호 문제를 내세워 선을 긋고 있지만, 국정농단 사태에 계속 거론되면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안게 됐다.

서초구 소재 척추치료병원은 약 10년 전 최씨가 허리통증을 호소하며 내원한 것을 계기로 '최씨 일가의 단골병원'이 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으나, 해당 병원장은 박 대통령을 비롯한 최씨 일가 특혜진료에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TV 제공]

km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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