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한국의 금한령 공포를 노린다"…연예계 "의연하자"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중국의 금한령(禁韓令) 움직임에 뒤숭숭했던 연예계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의연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중국이 노리는 것이 바로 금한령에 따른 공포심이기 때문에 이에 지나치게 동요해서는 중국의 수에 말려든다는 주장이다.

중국은 실제로 막은 게 별로 없는데, 한국에서 지레 크게 겁을 먹은 모습을 보여주면 이를 빌미로 중국의 규제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해석이다.

◇ 반년째 이어지는 '사드 정국'…실체는?

한반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 조치로 지난 여름부터 중국에서는 한국 연예인들의 중국 활동을 제한하고, 한류 콘텐츠에 대해서는 빗장을 걸어 잠근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

일부 현지 매체에서 관련 보도가 나오기도 했고, 일부 한류 관련 행사나 캐스팅에 실제로 영향이 미치기도 했다.

중국 당국은 이러한 금한령에 대해 지금껏 공식적으로 부인해오고 있다. 공문서를 통해 방송사나 제작사 등에 중국 정부가 지시한 사항이 없다는 논리로 '눈 가리고 아웅'이다.

하지만 금한령의 실체는 있다. 한류 배우를 향해 지금껏 쏟아지던 중국 드라마와 영화의 수많은 캐스팅 제안이 뜸해진 것이다.

또한 중국인이 좋아하는 대표적인 한류스타 이영애가 주연을 맡은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가 후난위성TV를 통해 애초 계획했던 10월에 방송되지 못하고 연기됐다.

최근 방송을 시작한 한 드라마와 내년 방송 예정인 한 드라마도 중국 동영상 플랫폼과 동시 방송을 하지만 홍보에는 입을 닫고 있다.

이들 드라마 관계자들은 "중국 동영상 업체에서 당국의 눈치를 보고 있다. 홍보를 자제해달라고 한다"며 해당 드라마의 이름도 언급하지 말아 달라고 하고 있다.

◇ 한류스타 CF 모델 건재…"모델 교체설 사실무근"

그러나 따지고 보면 거기까지라는 게 연예계의 관측이다. '튀어나온 못' 몇 개가 시범적으로 불이익을 받는 것은 사실이나, 중국에서 한류의 수요는 변함이 없고 여전히 큰 인기라는 것이다.

특히 광고모델이 교체됐다는 루머가 돌고 일부 현지 보도까지 나왔지만 이는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별에서 온 그대'로 대륙을 사로잡은 전지현은 지난 10월 신규로 휴대전화 광고를 계약했고, 현재 중국 거리에는 전지현을 모델로 내세운 광고판을 쉽게 볼 수 있다.

전지현은 현재 중국에서 모두 7개 제품의 광고모델로 활동 중이다.

'태양의 후예'로 단숨에 한류 거물이 된 송중기도 모델 교체설이 나왔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송중기도 현재 중국에서 7개 제품의 광고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중국에서 오랜 시간 저변을 다진 박해진도 최근 재계약까지 해 6개 제품의 광고 모델로 활동 중이고, 김수현 역시 지난 8월 2건의 신규 광고를 계약했다.

송혜교도 4개의 중국 대형 광고주와 변함없이 일하는 등 광고 시장에서 기존 한류 스타의 존재감은 끄떡없다.

한 한류스타의 소속사 이사는 "최근 중국에서 광고 모델 교체설이 흘러나왔지만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며 "같은 브랜드라도 광고하는 제품이 다르거나 공동 모델인 경우들인데 이를 한류 모델 교체로 둔갑시키는 오보들이 잇따르고 있어 답답하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에서는 아무 일이 아닌데, 국내에서 호들갑을 떠는 것처럼 비치면서 역으로 문제가 커지는 양상이라 속상하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인민일보 인민망과 한국소비자포럼은 중국현지 소비자조사를 실시해 21일 '2017년 활약이 기대되는 한류스타 10인'을 발표했다.

지난 2~8일 인민망이 30만7천52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 김수현, 전지현, 송중기, 김희철, 윤아, 빅뱅, EXO, 레드벨벳, NCT DREAM, NCT127이 중국인이 뽑은 2017년이 기대되는 한류스타 10인에 선정됐다.

◇ 한류 콘텐츠 표절·불법 시청 판쳐

반대로 '사드 정국'을 틈타 중국에서는 한류 콘텐츠의 불법 시청과 표절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한류에 암암리 빗장을 걸겠다면서 한류 콘텐츠를 무단으로 사용하고 베끼는 '도둑질'에는 중국 당국이 눈을 감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현재 방송 중인 두 편의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과 '도깨비'는 중국 수출 상담이 진행되다 중단됐는데, 이미 중국에서 불법 시청이 횡행하고 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 이들 드라마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누적 조회수가 이미 수십억 뷰에 달할 정도로 이 두 드라마는 현지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또 각종 한류 예능 프로그램을 그대로 베낀 표절 프로그램도 여전히 공공연하게 방송되고 있다.

◇ "중국 이외 시장 개척하자"

송중기와 박보검은 최근 대만에서 라인 페이 광고 모델로 발탁됐다. '당연히' 국내보다 모델료가 높다. 현지 보도로는 이들의 모델료가 국내의 2.5배 수준이라고 나왔다.

홍콩과 싱가포르 등지에 가면 이광수가 대대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을 각종 광고를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푸른 바다의 전설'과 '도깨비'는 중국에는 합법적으로 상륙하지 못했지만, 현재 홍콩 등 동남아와 미주 지역에서는 동시 서비스되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연예계는 이럴 때 중국 이외 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에는 동남아 시장이나 미주 시장이 한류에 큰 보탬이 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그 시장도 커진 만큼 다양한 곳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변덕이 죽 끓듯 하는 중국만 바라봐서는 장기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는 이유가 크다.

한 연예기획사 대표는 "중국에서는 한류 콘텐츠가 여전히 절실히 필요하다. 중국 당국도 그걸 너무 잘 안다"면서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오히려 중국의 기침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면 중국은 우리를 우습게 보게 된다. 우리는 중국의 꼼수를 모른 척하고 의연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retty@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16/12/22 09:0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