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나간 모정" 호주 소방간부, 두 아들 성 바꿔 몰래 채용
송고시간2017-06-20 13:00
취업뿐 아니라 임금 등에서 특혜 주다가 들통나…"계산된 사기극"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호주의 여성 소방간부가 가족관계를 숨기기 위해 두 아들의 성까지 바꿔가며 둘을 몰래 채용했다가 들통나 일터에서 쫓겨나고 경찰 조사를 받게 될 처지에 몰렸다.
빅토리아주 멜버른을 관할하는 '메트로폴리탄 소방대'(MFB)의 최고정보책임자(CIO)인 메리 파우덜리 휴즈는 두 아들을 자신의 조직에서 일하게 하려고 찾아보기 힘든 사기극을 폈다고 호주 언론들이 20일 전했다.
메리 CIO는 아들들의 이력서를 위조하고 집에서 면접했을 뿐만 아니라 취업 이후에는 임금 등에서도 특혜도 줬다.
언론에 따르면 메리 CIO는 2014년 7월 큰아들 데이비드 휴손을 고용했다. 데이비드가 성을 바꾼 지 3주 만이었다.
이후 메리는 데이비드의 정규직 전환과 급여 인상을 주도했고, 아들은 채 2년도 안 되는 기간에 26만6천 호주달러(2억3천만 원)를 벌었다.
메리는 약 2년 후인 지난해 중반에는 데이비드가 승진하며 생긴 빈자리를 작은아들인 배리 로빈슨으로 채웠다. 배리도 일을 시작하기 2주 전에 성을 바꿨다.
메리는 작은아들이 입사하기 전에 컴퓨터 프로그램 등 사전 교육을 하고 면접도 지도했다. 또한 메리의 집에서 아들의 면접이 진행된 것으로 조사됐다.
작은아들 배리는 159일의 실제 근무일 동안 약 7만5천 호주달러(6천500만 원)를 받았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지난해 초 반부패 당국에 데이비드와 관련한 내부자의 고발이 들어왔고, 데이비드는 엄마의 제안으로 성을 바꾼 사실을 주 감사관에게 털어놓았다.
메리도 주 감사관의 조사를 받는 동안 사직서를 냈으며, 두 아들도 일자리를 잃었다.
주 감사관 측은 수년간 많은 정실주의 사례를 봤지만, 이번처럼 가족 간에 치밀하게 계산된 사기극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메트로폴리탄 소방대 측은 이번 사건을 경찰에 넘기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소방대에는 2천200여 명이 일한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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