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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사' 승강기 사고 미스터리…"도착전 문 열림 확률 0%"

송고시간2017-06-21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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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 결함" "마스터키 사용" 주장 엇갈려…전문가 "국내 첫 사례…감식 결과 나와야"

(창원=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지난 18일 새벽 경남 창원시 성산구 한 상가 1층에서 대학 동창 2명이 술에 취해 승강기를 기다리던 중 문이 열려 발을 내디뎠다가 아래로 떨어져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승강기 문 [연합뉴스 자료사진]
승강기 문 [연합뉴스 자료사진]

당시 이들은 상가 인근에서 술을 마신 뒤 이곳에서 승강기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그러나 승강기가 도착하기 전 문이 열렸고, 이들은 이 사실을 알지 못한 채 탑승하려다 지하로 떨어졌다.

매년 승강기 안전사고는 꾸준히 발생하지만 이날 사고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라는 게 전문가와 관계 기관의 의견이다.

승강기는 평균 2만여개 부품을 조립해 만들어지며 구조가 복잡한 만큼 20개가 넘는 각종 안전장치가 촘촘히 설치됐다.

승강기를 붙잡고 있는 로프가 끊어져도 비상브레이크가 작동돼 영화처럼 승강기가 바닥까지 자유 낙하하는 사고는 한국에서 단 한 번도 없었다.

승강기 문에도 자체 동력원이 없기 때문에 버튼을 누른다고 해서 승강기가 도착하지 않았는데 문이 자동으로 열리지 않는다.

안전점검도 비교적 엄격한 편이다. 한국승강기안전관리공단은 설치 15년이 지난 승강기의 경우 3년에 한 번씩 정밀안전검사를 한다.

이밖에 1년에 한 번 정기점검을 하며 부품 교체나 엘리베이터 속도 조절 등이 필요할 때마다 수시검사도 한다.

승강기 사고는 매년 20건 안팎으로 발생한다. 사고 원인은 이용자의 부주의나 과실이 대부분이다.

21일 한국승강기안전공단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승강기 사고는 총 57건 발생했다.

2014년 22건, 2015년 24건, 2016년 17건이었으며 피해자는 총 63명으로 사망 9명, 중상 54명이었다.

사고 유형별로 살펴보면 운행 중 급정지 16건, 탑승자와 승강기 문 충돌 7건, 승강기 문턱에 걸려 넘어짐 6건, 안전수칙 미준수로 인한 작업자 사고 6건, 승강기 문이 열린 상태 운행 4건, 승강장 문 파손으로 인한 추락 4건, 마스터키로 승강장 문 강제 개방 중 추락 2건, 기타 12건 등이었다.

지난 18일 창원에서 발생한 승강기 사고의 경우 폐쇄회로(CC)TV로 당시 상황을 확인할 수 없고 피해자 조사나 승강기 감식이 끝나지 않아 정확한 사고 경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 사고로 다친 A(30)씨는 "버튼을 누르고 있었는데 문이 열려 승강기가 도착한 줄 알았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승강기 [연합뉴스 자료사진]
승강기 [연합뉴스 자료사진]

문제는 국내에서 A씨 진술처럼 부품 결함이나 외부충격 등 각종 이유로 승강기가 도착하지 않았는데 문이 열린 경우는 한국승강기안전공단에 한 건도 보고된 적 없다는 데 있다.

바닥까지 자유 낙하하는 승강기처럼 발생 가능성이 거의 없는 사고라는 뜻이다.

이 사고와 비슷한 유형의 사고는 재작년 8월 발생한 적이 있다.

당시 부산 사하구의 한 아파트 20층에서 전동 휠체어를 탄 70대 노인이 승강기를 타려다 지하로 추락해 숨졌다.

이 노인은 아파트 복도에서 전동 휠체어를 조작하다가 승강기 문을 강하게 들이받은 뒤 벌어진 승강기 문 사이로 휠체어와 함께 추락했다.

그러나 이 사고는 승강기 문이 충격으로 인해 앞뒤로 벌어져 발생한 사고였다. 창원 승강기 사고처럼 승강기 문이 평소처럼 좌우로 열리며 발생한 사고가 아니었다.

이처럼 경위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탓에 유족과 건물주 말도 엇갈리고 있다.

유족 측은 기계 결함, 건물주는 마스터키 사용 등 외부 요인이 사고 원인이라고 각각 주장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안갯속인 탓에 전문가와 관계 기관도 부품 결함이나 외부충격, 마스터키를 이용한 강제 문 개방 등 여러 가능성만 제시하는 데 그치고 있다.

한국승강기안전공단 관계자는 "기계적 결함이 있다면 문이 열릴 수도 있겠으나 이용자가 버튼을 눌렀다고 해서 승강기가 도착하지 않았는데 문이 열리는 경우는 보고된 바 없다"며 "외부충격 때문에 승강기 문이 앞뒤로 벌어진 경우는 있으나 좌우로 열린 경우는 없어 정확한 사고 원인은 감식 결과를 지켜봐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승강기대학교 최성현 교수 "현장을 살펴보지 않아 정확한 판단은 힘드나 결함이 없는데 버튼을 눌렀다고 해서 승강기 도착 전 문이 열릴 확률은 0%에 가깝다"며 "오래된 승강기는 외부 충격에 의해 문이 이탈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만일을 대비해 함부로 두들기거나 기대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사고 승강기는 약 20년 전 설치됐으며 사고 2분 전까지 정상 작동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지난 12일 정밀안전검사 결과 안전에 직접적 연관이 없는 경미한 문제만 있어 '조건부 합격' 진단을 받고 수리를 앞둔 상태였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승강기안전관리공단과 합동으로 기계적 결함 여부를 감식할 예정이다.

home12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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