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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스토리] 학교 자퇴하고, 돈 훔치고…도박에 빠진 10대들

송고시간2017-12-0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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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스토리] 학교 자퇴하고, 돈 훔치고…도박에 빠진 10대들 - 1

(서울=연합뉴스) 박성은 기자 = "토사장 되려면 어떻게 해야되나요?"

최근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입니다. 언뜻 봐서는 질문을 이해하기 쉽지 않은데요. '토사장'은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단기간에 엄청난 수입을 올린다고 알려지면서 소셜네트워크(SNS)상에서 토사장 관련 질문을 남기는 사람이 많죠.

특히 불법도박이 청소년 사이에서 급속도로 퍼지면서 장래 희망으로 토사장을 꿈꾸는 중·고등학생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고등학생 김군은 "도박게임으로 쉽게 돈을 따거나 잃은 경험이 있는 친구들은 도박사업에도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죠.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따르면 청소년 4명 중 1명은 돈내기 게임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수치는 전국 청소년 평균 흡연율인 6.3%(2016년 지역사회건강조사)보다 높습니다.

전국 중1~고2 학생 1만4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5년 청소년 도박문제 실태조사'에 따르면 5.1%가 도박에 빠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죠.

◇친구 따라 불법 도박했다가...빚 지고 자퇴까지

"넌 설거지 5시간해서 2만~3만원 벌어?" 어느 순간부터 아르바이트하는 친구들이 한심해지기 시작했어요. 도박을 한 이후에는 자고 일어나면 50만원씩 버니까, 어렵게 돈 버는 게 이해가 안되더라구요.

학교에는 2종류의 인간이 있어요. 공부 잘하는 인간과 공부 못하는 인간. 저는 후자였죠.(하하) 근데 도박으로 돈을 많이 따자 친구들이 저를 부러워 하더라고요. 도박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픽스터'로 불리는 게 보통일은 아니잖아요?

*픽스터: 인터넷 불법 도박 사이트에서 게임 결과를 예측해 이기는 정보를 알려 주는 사람.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가 최근 도박문제를 가진 청소년 10명을 인터뷰한 내용을 요약하면 위의 글이 됩니다. 이들은 입을 모아 "돈을 딸 때 짜릿한 기분"을 잊지 못한다고 답했죠.

하지만 대다수가 돈을 잃기 시작하면서 수렁에 빠졌습니다. A군(18)은 착실한 학생이었지만 도박에 손을 대면서 돈 빌리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이자 많이 쳐줄게"라는 말로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는 나름의 노하우도 생겼죠.

하지만 A군의 빚은 점점 불어났습니다. 빚을 갚기 위해 다시 도박에 뛰어들었지만, 결국 돈을 다 잃고 말았죠. A군과 비슷한 상황에 빠졌던 B군(20)은 돈을 갚기 위해 중고 거래사기를 저질렀습니다. 결국 법적 처벌을 받았습니다.

인터뷰에 응한 대다수가 도박을 접하게 된 계기로 또래 문화를 꼽았습니다. C군(19)은 "친구들이 사다리 게임 등으로 돈을 따는 걸 보고 나도 시작했다"며 "한 반에 상당수가 도박을 하는 학교의 경우에는 도박이 하나의 문화"라고 말했습니다.

도박으로 인한 부작용은 컸습니다. D군(19)은 어느날부터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습니다. 빚 독촉에 대한 스트레스로 불면증이 생겼죠. 그는 "학교에 있어도 계속 불안하고 채권자들이 학교에 찾아올까봐 무서웠다"며 "결국 자퇴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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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도박으로 형사입건 청소년 3년만에 3배 증가

도박을 하는 청소년은 매년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불법 인터넷 도박으로 형사 입건된 10대 청소년은 지난해 347명에 달했습니다. 2014년 110명에서 3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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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청소년들을 조사한 결과 가장 많이 한 도박으로는 불법 스포츠 도박이 67.3%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그 뒤를 이어 '미니게임'(21.3%), '소셜그래프'(5.7%)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불법 스포츠 도박은 각종 스포츠 경기 결과에 베팅하는 걸 말합니다. 소셜 그래프는 화면에 보이는 그래프 배당이 멈추기 전에 '즉시출금' 버튼을 누르는 방식입니다.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서 돈을 확실히 딸 수 있다고 알려지면서 유행하고 있죠.

청소년들이 도박에 빠져 있는 기간은 보통 1년 이상이었습니다. 한국도박관리센터에서 상담받은 청소년 142명을 분석한 결과, 도박 기간은 1년 이상 3년 미만이 41.4%로 가장 많았습니다. 3년이상 5년 미만인 경우도 12.1%에 달했죠. 응답자의 4%는 10년 가까이 도박을 했다고 답했습니다.

도박으로 잃은 돈의 액수도 컸습니다. 상담받은 청소년 중 손실액이 1천만원 이상인 경우는 13.6%나 되었으며, 최대 6천만원 손실도 있었습니다. 100만~500만 원을 잃었다는 응답도 20%에 달했습니다.

◇청소년기 도박 중독 심한 이

청소년 도박 문제가 심각해진 배경에는 스마트폰이 지목됩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10대가 늘면서 온라인 도박 접근성이 쉬워졌기 때문이죠.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 30.6%가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용 콘텐츠는 게임이 89.5%에 달했으며 온라인 게임 캐시템 이용현황은 14.8%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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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청소년은 성인보다 도박에 중독되기 쉽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합니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는 "청소년기의 뇌는 기쁨, 슬픔, 분노 등을 통제하고 조절하는 전두엽이 덜 발달한다"며 "이러한 특성으로 도박 자체가 주는 자극, 보상, 중독성에 빠지기 쉽다"고 말했습니다.

상황은 이렇지만 대응은 미흡한 실정입니다. 2016년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의 도박 예방교육을 받은 학교는 7%, 학생은 3.7%였습니다. 2014년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도박의 재범률은 72.2%에 달하는 만큼,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충분한 치료와 재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죠.

전문가들은 청소년이 불법도박에 접근하는 자체를 차단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현숙 탁틴내일 상임대표는 "사이버 전담 수사부를 강화해 청소년 불법도박에 대한 모니터링과 단속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사행성 있는 게임에 대해서는 청소년 유해매체 지정과 제한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인포그래픽=정예은 인턴기자

junep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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