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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톡톡] '깍두기도 구렁이도', 지하철 유실물센터엔 이런 일들이...

송고시간2017-12-20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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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깍두기 김치는 내일 찾으러 온다고 합니다."

지하철유실물센터에 온 깍두기
지하철유실물센터에 온 깍두기

19일 오후 2시 지하철 3, 4호선 충무로 유실물센터.

당고개역에서 유실물 보따리를 가지고 온 사회복무요원이 센터 직원에게 김치가 든 가방을 전달합니다. 다른 직원은 별일 아니라는 듯 다른 유실물을 정리합니다. 혹시 국물이 새는지 확인합니다. 다행히 내일까지 문제없어 보입니다.

센터로 직접 찾으러 올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방이면 수취인 부담 택배로 보냅니다. 분실자 가까운 역으로 보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직접 오면 일이 수월합니다. 고맙다며 피자 등 간식거리를 보내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종착역에서 유실물센터로 온 분실물
종착역에서 유실물센터로 온 분실물

유실물센터에는 센터장과 직원 두 명이 근무합니다. 참 다양한 분실물이 들어옵니다. 10년 차 윤정애 씨는 지금도 그때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뜁니다.

"박스가 있어서 열었더니, 이만한 구렁이가 나오더라고요."

한껏 벌린 윤 씨의 양팔이 구렁이 길이 보다 한참 모자라 보입니다. 한 중학생이 판매하기 위해 가지고 가다 지하철에 놓고 내렸다고 합니다. 119가 출동해 수습할 수 있었습니다.

한쪽에서는 한 직원이 검은 봉지에서 안전화를 꺼내 사진을 찍습니다. 습득물은 내용물을 확인한 후 봉투나 가방 그대로 보관합니다.

분실물 사진을 문의자에게 보내는 중
분실물 사진을 문의자에게 보내는 중

"쓰레기가 분실물로 들어오는 경우도 많아요."

지하철 1, 2호선 시청 유실물센터 이명찬 센터장의 말입니다. 한참 중국 관광객이 많았을 때는 여행용 가방이 많이 들어왔습니다. 새 여행용 가방으로 바꾸고, 헌 것을 지하철에 놓고 가는 겁니다. 최근에는 드물다고 합니다.

비단 외국 관광객만은 아닙니다. 멀쩡해 보이는 자전거도 있습니다. 자전거를 좀 타는 직원에 따르면 버린 것 같다고 합니다.

시청 유실물센터 보관소
시청 유실물센터 보관소

곰팡이가 핀 의류 봉지를 지하철 선반에 놓고 갑니다. 유실물센터로 옵니다. 무작정 버릴 수 없습니다. 절차가 있습니다.

6개월은 분실자에게 소유권이 있습니다. 이후 3개월은 습득자에게 보상 등의 권한이 있습니다. 이후에는 사회단체 등에 줄 수 있습니다. 물론 경찰의 승인이 있어야 합니다. 현금, 귀중품 등은 일주일마다 경찰에 인계됩니다. 유실물과 습득물은 경찰청 유실물 통합포털(www.lost112.go.kr)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유실물센터 여행용 가방들
유실물센터 여행용 가방들

연말이라고 크게 유실물이 늘지는 않습니다. 월요일이나 연휴 후 첫날, 금요일, 비 오는 날 유실물이 많아집니다.

휴일엔 센터가 근무하지 않아 월요일이나 휴일 다음 날에 문의가 많습니다. 금요일은 주 5일 근무로 목요일 회식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우천 때는 우산이 많습니다.

최근에는 백팩 가방도 많습니다. 시청 유실물센터에는 12월 한 달간 모인 백팩을 따로 모아놓을 정도입니다. 연말연시 선물을 놓고 가는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12월 한 달간 모인 백팩
12월 한 달간 모인 백팩

순환선이 아닌 3, 4호선은 종착역에서 이삼일에 한번 유실물을 가지고 옵니다. 중간에 내린 승객이 유실물센터로 바로 신고를 하면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하차 이후 역들에 연락해 분실물을 수배합니다. 종착역과 가깝다면 그곳으로 바로 연락하는 것도 좋습니다. 승하차 시간과 열차 칸을 알면 좋습니다. 2호선은 종착역이 없이 계속 순환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도 열차 안에 있다면 찾아줍니다.

유실물 관련 연락처
유실물 관련 연락처

시청유실물센터 작년 접수 건수는 4만2천1백4건입니다. 그중 82%가 본인에게 돌아갔습니다. 그 외는 경찰 인계입니다. 수백만 원의 현금도 주인을 찾아갑니다. 올해도 비슷합니다. 지하철 관계자에 따르면 선반 분실물을 다른 사람이 가지고 가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승객은 불편하겠지만, 손에서 놓으면 잃어버릴 수 있다고 생각해야죠."

문성현 유실물관리단장이 말합니다. 휴대전화를 보거나 대화를 나누다가 선반에 올려놓은 짐을 잊고 그냥 내리는 일이 잦다는 겁니다.

"선반이 없는 게 유실물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는 있습니다. 유실물의 80~90%가 선반에 있습니다."

정준모 충무로센터장의 말입니다.

지하철 선반
지하철 선반

"몇 번 가방을 잃어버리기도 했지만 (선반이) 없으면 불편할 것 같네요."

이날 2호선 시청역에서 선반에 있던 가방을 들고 내리던 한 회사원의 말입니다.

최근 지하철 선반 철거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선반이 없으면 깍두기도 구렁이도 유실물센터에 오지 않을지 모릅니다. 여행용 가방도 봉지도 바닥에서 뒹굴어 열차가 더 복잡할지도 모릅니다.

충무로 유실물센터 보관소
충무로 유실물센터 보관소

버스나 지하철에서 앞에 선 사람의 가방을 받아주지 않으면 눈총인 때가 있었습니다. 굳이 노약자석을 만들지 않던 시절이었습니다.

"저 이번에 내려요." 하면서 무릎의 가방을 내주고, 행여 잊고 내려도 "저기요."하고 불러주던 때였습니다.

잃어버릴 일이 없었습니다. 지하철 선반이 사라진다고 해도 예전처럼 '무릎 위 선반'이 생기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여하튼 잃어버리거나 잊어버리는 거는 씁쓸합니다.

xy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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