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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둥이의 희망] ① "3일 뒤 11번째 아이가 태어나요"…그들이 행복한 이유

송고시간2018-01-02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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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누적 출생아 40만명 미달…인구절벽 시대 주목받는 '다둥이 가정'

"어렵고 힘들어도 행복" 저출산 시대 '희망 아이콘'이지만 통계조차 없어

(전국종합=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지난해 10월 국내 출생아 수는 2만7천900명이다. 2016년 12월 2만7천400명에 이어 역대 두번째로 적은 수다.

작년 1∼10월 누적 출생아 수는 30만6천명으로, 사상 첫 연 40만명에 못미칠 게 확실해졌다.

국가와 지방 정부가 엄청난 예산을 쏟아부으며 다양한 출산 유도 정책을 펴고 있지만 상황은 되레 나빠지고 있다. 저출산 대책이 사실상 실패한 셈이다.

인구절벽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하면서 '다둥이 가정'이 자연스레 저출산 극복을 위한 '희망의 아이콘'이 됐다.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의외로 다둥이 가정이 많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몇 가구나 되는지 통계조차 없고, 그들도 굳이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한 자녀도 훌륭하게 키우기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요즘 그들은 팍팍한 살림살이에도 늘 웃음과 희망을 잃지 않은 채 다복하게 살아가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그들을 행복하게 할까. 무술년 새해를 맞아 그들의 희로애락을 조심스레 들여다본다.

◇ 낳고 또 낳고…"잃는 것보다 얻는 게 더 많아요"

충북 청주 10남매 다둥이 가족 김용미·윤태식 부부(사진 가운데 두사람)
충북 청주 10남매 다둥이 가족 김용미·윤태식 부부(사진 가운데 두사람)

충북 청주시 흥덕구 김용미(43)·윤태식(51)씨 부부는 10남매를 둔 다둥이 가정이다.

그런데 김씨는 또 만삭이다.

무술년 황금 개띠인 새해가 밝고 닷새가 지난 5일 11번째 아기가 태어날 예정이다.

태명은 앵두다. 집 마당에 있는 앵두나무가 너무 예뻐서 그리 지었단다.

이들 부부는 "하나님이 주신 축복이라고 생각한다"며 "아이들이 많아 잃는 것 보다 얻는 게 더 많다. 가족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방 3개짜리 단독주택에 사는 이 다둥이 가정의 행복 키워드는 '배려심'이다.

부부가 집안일을 함께 하는 건 기본이다.

아이들은 집 안 청소 등을 알아서 척척 해낸다. 와글와글 살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결국 나 자신에게, 아니면 다른 가족에게 불편으로 남는다는 사실을 자연스레 알게 됐기 때문이다.

김씨는 2015년 열번째 막내아들을 낳았을 때를 결코 잊지 못한다고 했다.

새 생명을 얻었다는 기쁨이 물론 가장 컸지만 당시 군대에 있던 첫째 아들이 일부러 휴가를 나와 엄마의 산후조리를 도왔기 때문이다.

"아들이 집안일을 하고 음식도 해주고 간호도 해줘 펑펑 눈물이 났다"며 "'다 컸구나'하는 생각에 그동안의 고생은 온데간데없이 끝없는 감동이 밀려왔다"고 전했다.

김씨는 "요즘 아이 한 명 키우는 데 몇억 원씩 든다고 하지만 (아이는) 결국 돈으로 해결되지 않는다고 믿는다"며 "사교육을 시키지 않고 아이들에게 놀 수 있는 시간을 많이 주는 편인데, 아이들이 스스로 많이 행복해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 모두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살면 좋겠다"는 소박한 새해 소망을 내놨다.

◇ 자궁경부암, 그리고 기적처럼 얻은 '복덩이' 막내

자궁경부암 수술 후 다섯째를 출산한 청양 다둥이 가정의 이진선씨가족
자궁경부암 수술 후 다섯째를 출산한 청양 다둥이 가정의 이진선씨가족

충남 청양군 청양읍 벽천리에서 다섯 아이를 키우는 이진선(37)씨.

스물넷에 지금 중학생인 첫째 딸을 낳았다. 이후 '하늘이 주시는 대로' 넷째까지 자연스러운 출산이 이어졌다.

이씨에게는 커다란 위기가 있었다.

넷째 딸을 낳은 지 4개월 만에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은 것이다.

병원에서는 자궁을 적출하라고 권유했지만 고민 끝에 암 부위를 도려냈다.

임신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 됐다. 주치의도 "아이 생길 일은 없다"고 했다.

그런데 4년 뒤 덜컥 임신이 됐다.

이씨는 "하늘의 뜻으로 받아들였다"고 했다.

임신과 출산 모두 위험한 과정이었고 태아도 걱정스러웠지만 기적처럼 2017년 8월 출산에 성공했다.

그런 막내가 복덩이가 됐다.

청양군이 다섯째 아이 출산 지원금을 2천만원으로 인상했는데, 첫 번째 수혜자가 됐다. 빠듯한 살림에 커다란 도움이 됐다.

이씨는 "5남매를 키우는 게 힘들긴 하다. 화가 나 부글부글 끓어오르기도 하지만 순간에 불과하다"며 "아이들이 보낸 손편지에 '사랑해'라는 단어를 보면 눈 녹듯 금세 풀린다. 가만히 바라만보고 있어도 웃음이 나오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다만 다둥이 가족을 바라보는 주변 시선과 사회적 관심은 솔직히 부담스럽단다.

이씨는 "좋은 시각으로 바라봐 주는 분들이 많지만 '먹고 살기 힘든 세상에 뭐하러 그러느냐'는 분들도 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씨는 "결국엔 사람들이 우리를 부러워한다"며 "세상을 살아가며 많은 사람에게 도움되는 아이들이 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씨는 "자치단체에서 무료돌봄 서비스 등 지원을 많이 해주고 있지만 다문화 가정이 많은 농촌이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다문화 가정 지원이 1순위가 된 것 같다"며 "많이 낳아 잘 기를 수 있도록 정부나 자치단체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줬으면 한다"고 새해 소망을 전했다.

◇ "늘 모자라 싸울까 봐 우애를 가르쳤더니 자연스레 내리사랑을…"

누가 누구인지…
누가 누구인지…

김정수(사진 뒷줄 왼쪽에서 세번째), 함은주(오른쪽 애기 안은 이)씨와 14남매 가족 사진[연합뉴스 자료사진]

경기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에 사는 김정수(56)·함은주(46)씨 부부는 9남 5녀, 무려 14남매를 낳아 키우는 '다둥이 아이콘'이다.

큰아들과 셋째 아들은 벌써 결혼까지 했다.

그렇지만 김씨 부부는 지난해 7월 막내 영도를 출산했다.

이 부부는 단독주택에 산다.

이곳에서 한때 많게는 22명이 거주했다.

부부의 자녀는 물론이고 김씨의 어머니와 여동생, 결혼한 큰아들·셋째 아들 부부와 손주 4명까지였다.

우스갯소리지만 사실 이들 부부는 몇 명이 사는지 정확하게 모를 때가 많다. 아이들이 수시로 들락날락하기 때문이다.

이들 부부도 처음엔 남들처럼 '아들 하나 딸 하나' 낳아 잘 키우려 했단다.

그러다 둘을 더 가졌고 이후 뜻하지 않게 다섯째 아이를 뱄다.

남편 혼자 벌어 여섯 식구 어렵게 살아가던 때였다.

부부는 낙태를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러나 '그건 죄악'이라는 생각에 미쳤고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키워보자"며 출산했다. 이후 큰 고비 없이 삶을 이어갔다.

부담스러운 주변 시선도 있었지만 이후 14번째 막내 임신과 출산까지 그저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쌀 100㎏이 한 달이면 동나는 생계는 아직도 남편 몫이다. 지금은 가정을 이룬 첫째와 셋째가 힘을 보태 좀 나아지기는 했다.

지금 그들 부부의 계산서는 "행복하다"다. 웃음이 끊이지 않아 너무 좋단다.

아내 함씨는 "절대로 형제자매끼리 싸우지 말라고 우애를 강조하는 교육을 했다. 애들이 자연스레 내리사랑을 배우더라"며 "학교 선생님들이 궂은일도 솔선수범하고 배려도 잘한다고 좋게 평가해 주실 때 정말 기분이 좋고 보람을 느낀다"고 웃음을 지었다.

김씨는 "행복은 돈이나 학업 성적에 좌우되는 것 같지는 않다"며 "돈이야 늘 모자라지만 우리가 벌 수 있는 만큼 벌어서 번 만큼 쓰면 된다"고 나름의 다둥이 철학을 소개했다.

(공동취재 = 이승민 손형주 변지철 김준호 최은지 김재홍 기자)

hedgeho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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